“천연기념물 산양이 위험하다”

대구지방환경청 등 관계기관 비상...관리 겉돌아

울진군

대구지방환경청과 울진군은 올봄까지 계속된 폭설과 이상저온 등으로 산양들이 먹이를 구할 수 없어 영양결핍으로 인해 아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분석은 설득력이 없다. 근본적인 관리시스템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천연기념물 산양이 위험하다.

경북 울진 지역에서 지난 1월 먹이부족으로 산양 수 마리가 아사한데 이어 최근 무더기 폐사 사건이 발생하자 환경부 등 관계기관이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비상이 걸렸다.

관계기관이 뒤늦게 대책마련에 나섰으나 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사후약방문’이라는 것이다.
27일, 울진군과 대구지방환경청에 따르면 울진군 북면 두천리 일대 백두대간 산속에서 지난달 16일 산양 한 마리가 죽은 채로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이 일대 반경 5㎞ 이내 모두 11곳에서 19마리의 산양 사체가 발견됐다.

이에앞서 20일에는 역시 두천리 일대에서 산양 사체 4마리가 연이어 발견됐고 23일에도 산양 한 마리가 탈진한 채 발견돼 한국조류보호협회에 인계돼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폐사했다. 이와 함께 강원도 양구지역에서도 최근 5개월여 동안 산양 7마리가 죽은 채 발견되는 등 전국적으로 산양의 수난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들 산양사체는 산 속이 아니라 개울 근처에서 다수 발견돼, 먹이 부족에 따른 아사설과 함께 밀렵꾼들이 설치한 덫(올무 등) 에 의한 것으로 분석돼, 관계당국의 관리가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구지방환경청과 울진군은 올봄까지 계속된 폭설과 이상저온 등으로 산양들이 먹이를 구할 수 없어 영양결핍으로 인해 아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분석은 설득력이 없다. 근본적인 관리시스템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울진군

울진군의 경우 야생동물 보호 업무를 자연녹지과 공무원 한 명이 담당하고 있다. 야생동물 보호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인력마저 부족한 것이다. 또 야생동물 감시원 2명을 채용해 밀렵 감시와 동물 보호를 하고 있지만 이 역시 전문성이 떨어진다.

실제 지끔까지행정기관과 정부 차운의산양 서식지 보호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나 조사도 전무한 상태이며, 산양과 같은 야생동물 서식지와 개체 수 등에 대한 기본 자료조차 없는 실정이다.

또한 매년 11월부터 2월까지 두 차례 정도 수백만원을 들여 과일이나 곡식류, 감자, 고구마 등을 산 속에 동물먹이로 뿌리지만 멧돼지나 고라니 등도 함께 먹기 때문에 산양 먹이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도 있다. 최근 울진군과 대구지방청이 30여명을 동원, 산양 먹이인 건초 400㎏을 구입해 북면 일대에 뿌리는 등, 해마다 야생동물 먹이주기 행사를 치러고 있지만 이 또한 일회성 대책이라는 비판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산양 서식지와 개체 수를 정확히 파악한 후 야생동물 전문가가 자연환경 변화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지방자치단체가 실행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산양 보호 대책"이라며 "이렇게 하려면 더 많은 예산과 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울진군 관계자도 "올 들어 내린 폭설로 산양들의 이동경로가 끊겨 먹이를 구하지 못해 굶어 죽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대구지방환경청과 공동으로 수차례 산양 먹이주기 행사를 벌이는 등 산양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산양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217호로 강원도와 경북 등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700~800마리가 서식하고 있으나 워낙 깊은 산속에 살고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아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는 상태다.
남효선 기자

남효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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