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절반의 승리’ 그리고 시민사회 진로

편집인 레터 김주언l승인2010.06.0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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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6.2지방선거에서 시민단체들은 절반의 승리를 거두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선거에서 지방자치단체장 및 교육감 후보의 범야권연대를 추진하고 독자적인 시민후보를 내세워 선거운동에 나섰다. 이와 함께 세종시 수정, 4대강 죽이기, 표현의 자유 억압 등 인권탄압 등 이명박정부의 실정을 심판하는 계기로 삼았다. 또한 친환경 무상급식 등 교육개혁 및 복지 확충을 공약으로 내걸고 이를 시행하는 계기로 삼고자 했다. 특히 선거 막판에 이르러서는 젊은 층의 투표를 독려하는 대대적인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의 선거운동은 초반부터 벽에 부닥쳤다. 범야권후보의 연대는 진보신당의 이탈과 민주당의 비협조 등으로 일부 지역에서만 성사될 수 있었다. 경기도지사의 경우 선거 직전에 후보들끼리 단일화를 이루기는 했지만, 단일화 방식을 합의해 놓고도 막판에 결렬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인천시장과 경남지사 등에서 범야권 단일후보를 내세우고, 진보진영 서울시 교육감 단일후보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들 범야권단일후보는 거의 모두 당선의 영광을 차지했다. 송영길 인천시장, 김두관 경남지사,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등이 당선자들이 그들이다. 그러나 진보신당의 불참으로 범야권 단일후보를 내세우지 못한 서울시장의 경우 근소한 차이로 패배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밤새도록 엎치락뒤치락한 끝에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는 207만5723표(47.4%)로 204만9930표를 얻은 민주당 한명숙 후보를 불과 2만5,0793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가 얻은 3,2%의 14만3,000여표는 이 차이를 훨씬 넘어선다. 노 후보가 사퇴했다면 한 후보가 당선됐을 가능성이 컸다는 계산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에는 ‘MB정부 심판’이라는 대의명분을 거스른 진보신당과 노 후보를 비난하는 글이 이어졌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이 내세운 시민후보는 거의 모두 패배하는 아픔을 겪었다.

시민단체들이 이번 선거를 계기로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몰아붙이기식 사업인 ‘4대강 죽이기’와 세종시 수정안 추진을 저지하기 위해 야당 및 야권 후보들과 정책연대를 하고 이를 공약으로 내건 후보들을 지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는 각종 집회에서 ‘4대강’이란 말을 꺼내지도 못하게 했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는 자신에 대한 ‘심판론’을 막기 위해 때마침 터진 천안함 침몰사건을 계기로 ‘안보장사’에 나섰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 ‘천안함 침몰은 북한 소행’이라고 몰아붙이고 이명박 대통령은 전쟁기념관에서 ‘대북봉쇄’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준 전시상태’로 몰아갔다. 군사독재정권이 선거 때만 되면 써먹던 이른바 ‘북풍’이다.

‘북풍’이 몰아닥치면서 한나라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급등했다. 서울과 경기에서는 여야 후보간 20%포인트 이상 격차가 났다는 여론조사가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렸다. 보수언론들은 여론조사 결과 마치 북풍이 민심의 흐름을 바꿔 놓은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시민단체 및 야당 관계자들은 물론, 국민 대다수가 이번 선거는 여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작정하고 조장한 북풍은 오히려 역풍이 됐다. 지난 10년간 평화에 익숙해져 있던 유권자들에게 전쟁의 공포를 심어준 것이다. 오죽하면 미국의 워싱턴포스트가 ‘이명박 정부가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것은 천안함 사건이라는 ‘호재’가 오히려 국민의 안보 불안감을 높였기 때문’이라고 보도했을까. 한나라당의 참패로 끝난 이번 지방선거는 시민단체들과 야권이 내세운 ‘MB정부 심판론’이 주효했음을 보여준다.

야권과 시민단체들의 젊은 층 투표참여 독려운동도 일정정도 효과를 거두었다. 특히 시민단체인 ‘유권자희망연대’는 미국의 ‘MoveOn' 운동을 벤치마킹하여 전국적으로 ‘커피당’ 활동을 벌였다. 특히 트위터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는 소셜 미디어로서 젊은 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들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인 54.5%는 15년만에 최고이다. 그만큼 20~30대 젊은 층이 오후 늦게 ‘MB정권 심판’을 위해 투표장을 찾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선거에서의 한나라당 참패는 오만과 독주로 일관해온 이명박 정부의 '밀어붙이기 식' 국정 운영에 제동 장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가 끝난 뒤 한 여당 의원은 “이번 선거를 통해 한나라당과 정부가 받아들여야 할 조언 중 하나는 소통과 통합인 것 같다”며 “정부나 한나라당이 중요하고 꼭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국민에게 설득하는 과정과 시간이 필요한데 그동안 설득과정 없이 쉽게 정책을 밀어붙이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불도저식 국정운영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국정운영의 기조를 바꿀 만큼 역량이나 여유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대로 ‘친서민 중도실용’의 기조아래 집권 후반기 국정 과제를 흔들림없이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민심이 ‘심판론’의 손을 들어준 상황에서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수정 등 주요 과제들을 당초 계획대로 밀고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유권자희망연대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국정운영의 방향을 전면 전환해야 한다”며 “4대강 사업에 대한 전면 폐기 선언, 세종시 원안 추진에 대한 약속을 천명하고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국정운영방식을 중단하고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에 충실한 국정운영으로의 대전환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선거의 당선자들과 여야 정당은 토건개발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복지와 교육 등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 추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가 선뜻 국정기조를 전환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를 감시하고 비판하며 요구하는 것은 이제 시민단체의 몫으로 돌아왔다. 국민이 손을 들어준 야권이 앞장서야 할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야권이 이를 포기할 때 민심은 다시 야권에 등을 돌릴 것이다. 지지율에서 한나라당에 크게 못 미치는 데도 야당에 힘을 실어준 것은 이들이 과거로 회귀하는 이명박정부의 실정을 저지하고 견제해 달라는 민심이 담겨져 있다는 점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김주언 편집인

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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