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가 지난달 22일 서울 숲에서 열린 ‘세계 물의 날’ 기념식에서 “4대강 살리기는 부족한 수량을 확보하고 오염된 수질을 개선해 생명의 강, 환경의 강, 문화의 강을 만드는 대역사”라고 말했다. 운하나 수운을 위한 사업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한 국가의 정책은 의롭게 실시되어야 한다. 실리가 중요하다고 의롭지 않게 시행되면 실리도 잃고 만다.

국민에게 공개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서는 국무총리의 천명과는 반대의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수량을 확보하는 사업이라면 그림에서 지적하고 있는 구간과 같은 계획은 수립이 불가능하다.

이 그림에서 지적하고 있는 곳만이 수량 확보가 목적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환경을 살리는 사업이라면서 하천구역 내부의 환경질이 어느 곳이 우수하고 어느 곳이 덜 우수한지에 대한 내용 검토도 거의 없이 계획을 수행한 기본이 안 된 사업이다.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이라고 국가의 고위 공무원이 주장하고 있는 것은 국민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과연 목적성이 있는가

언제 무너질 지도 모르는 불안한 고가도로를 시급히 철거해야 했고 하수구였던 청계천을 복원하는 것은 누가 하더라도 성공적인 복원이라는 평가를 받기 쉽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연 요소들이 자연의 경이감과 심미적 안정감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4대강을 복원하는 것은 성공적인 복원이라는 평가를 받기는 매우 어렵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업 요소 중에 하천을 복원한다고 볼 수 있는 요소는 미약하다.

우리나라는 수자원 확보, 수질 개선, 경관 조성, 녹색성장을 제대로 실행할 수 있는 능력과 외양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 시스템은 환경영향평가제도다. 그러나 내면을 잘 들여다보면 국제적인 기준에 크게 미흡한 구조적인 문제점이 많고, 원칙을 세우는데 실패한 제도인 것이 현실이다.

환경영향평가에 있어 국제기준이라 할 수 있는 유엔환경계획(UNEP)에서 발간한 환경영향평가 훈련 매뉴얼에서 환경영향평가가 갖추어야할 구비요건 중 첫 번째로 언급되는 것이 목적성이다. 사업의 내용이 목표와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림을 보고 알 수 있는 것은 총리가 목소리 높이는 사업 목적인 수자원 확보가 이 사업의 목적이 아님을 알게 해준다.

수자원을 확보한다면서 물그릇을 용이하게 키울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었음을 나타내고 있다. 수자원 확보라는 목적이 사업이 추진을 확정한 뒤에 사업내용을 합리화하기 위하여 추가된 구색일 뿐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강의 수질을 개선한다는 목표 또한 사업내용을 보면 기본적인 접근 방식에서부터 설득력이 없다. 하천의 자정능력이 발휘되는 물과 접촉하고 있는 하상과 저수로 변 식생대를 훼손하면서 수질개선을 하려는 계획가는 없다.

식생대 훼손 수질개선은 무의미

또 흐름을 느리게 하면서 수질개선을 하려는 계획가도 있을 수 없다. 다른 환경영향평가는 구비요건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는 논할 필요가 없는 듯하다. 목적과 사업내용이 다른 점에 대해서 정부는 국민을 납득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만약에 사업내용을 합리화하기 위해 뒤에 목적을 추가한 것이라면 이제라도 잘못 끼운 단추를 바로 잡는다는 각오로 시작해야 한다. 수단과 목적을 혼동하는 것은 사업을 추진하는 공인이 피해야 할 중차대한 것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신뢰성 있게 진단해야 하는 환경영향평가제도가 분명 크게 잘못되어 있음을 간파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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