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대연합 불성립 성찰하고 ‘질서있는 분업’ 되새겨 봐야
중도개혁자유주의정당과 진보정당간 각축전도 주목할 부분

6.2지방선에 대한 평가가 큰 물줄기를 탔다. 진보정치쪽에서 더욱 그렇다. 이들이 보는 앞으로의 진보정치 기상도는 아직 흐림이다. 그렇다고 절망적이지도 않다. 희망도 보았다는 평가도 많다. 지난달 진보세력연대를위한교수연구자모임과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학술단체협의회 등은 ‘6·2지방선거와 진보정치의 방향’에 대한 정세토론을 벌였다. 국민정치 대중정치 진보정치의 상호작용 속에서 본 진보정치는 어떻게 나타나고 구현될까.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국민정치·대중정치·진보정치의 상호작용 속에서 본 진보정치, 그 과제와 전망”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지자체에서 실험된 반MB연합을 새롭게 평가하고 지자체 이후 진보정치운동의 방향에 대해서 상당히 새로운 이야기를 제시하고 있다. 조 교수의 발제문을 중심으로 향후 진보정치를 조망하고 정리해본다. 편집자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그리고 국민참여당 등 야 4당 대표가 지난 3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4대강중사업단 국민대회에 참여, 각 당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반MB연합이 지방선거에서 국민적 열망으로 추진되었고 일정한 성과를 냈는데, 반MB연합(이른바 민주대연합)을 진보정치세력이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현재 진보진영 내부에서 “민주대연합이냐 진보대연합이냐”를 둘러싸고 일면적으로 민주당과의 연합에만 치중하는 일종의 ‘민주대연합 일면론’이나 진보대연합만에 치중하는 ‘진보대연합 일면론’이 제시되어 있다. 이는 일종의 우편향이자 좌편향이다.

민주당의 내외부 헤게모니

진보대연합 일면론의 경우, 민주대연합적 상황 자체가 ‘현실(reality)’인데 이를 간과하는 것은 진보정치행위가 ‘사회운동행위’로 왜소화되는 것이거나, 자기 성장의 기회를 포착하지 못하는 것이거나, 혹은 내부의 균열에 직면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반대로 민주대연합 일면론의 경우 국민정치 공간에서의 반독재 중도자유주의세력과 진보정치의 경쟁과 각축관계를 포착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단순대립을 넘어서서, “‘위력적인’ 진보대연합에 기초한 민주대연합전선에의 적극적 개입”이라고 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현재의 반MB연합 혹은 이른바 민주대연합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은 그것이 ‘민주당의 강력함이 아닌 취약함’을 말해준다. 즉 민주당으로 상징되는 중도개혁자유주의 정당의 정치적 주도권(혹은 헤게모니)이 균열되면서 나타난 상황이다. 그 결과 국민정치 공간에 공백이 생겼다. 이것은 민주당의 ‘내부-헤게모니의 위기’(민주당이 민주주의진영 내부에서 과거와 같은 주도권을 갖지 않는 상황)와 ‘외부-헤게모니의 위기’(민주당과 지지 대중과의 결합의 이완)라고 하는 두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공백 상황이 이른바 연합정치를 출현시켰다. 연합정치공간의 출현은 과거의 ‘비판적 지지’가 부활한 게 아니다. 오히려 민주정부 시기가 끝난 이후 국민정치 공간에서 민주당의 야권 단일리더십이 균열된 상황에 더하여, 반대로 진보정치가 그것을 대체할 수 없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출현한 것이다. 여기서 진보정치세력은, 국민정치 공간의 공백과 민주당의 헤게모니의 약화라는 상황을 포착하면서, ‘공세적’ 관점에서 적극적인 개입전략을 통해 진보정치의 약진을 도모해야 한다.

진보정치세력에 새로운 ‘기회의 정세’

이렇게 보면, 이른바 ‘연합정치’가 과거의 ‘비판적 지지’ 국면의 재현이기 보다는, 진보정치세력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정세’다. 이런 점에서 진보정치세력은 비판적 지지를 우려해서 적극적 개입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성장을 위해서 적극 개입해야 한다. 진보정치라는 물고기에게 국민정치는 일종의 ‘물’이기 때문에, 국민정치 공간의 공백에서 발생하는 연합정치 공간을 ‘비판적 지지’의 재현으로 보는 것은 수세적 관점을 넘어서서 보다 공세적 관점에서 ‘진보정치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가 않는가’하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아주 간명한 원칙을 가질 필요가 있다.

특히 연합정치 공간에의 적극 개입을 통해 중도자유주의정당의 영향력 하에 있는 대중들이나 ‘비(非)민주당적 대중’이나 무당파 대중을 획득하는 적극적 개입전략이 필요하다. 물론 여기서 중도자유주의정당들과의 ‘차별적인 진보적 정체성’을 유지하는 원칙도 중요하다.

이번 지자체 선거에 대해서 진보정치세력 일부에서는 비관적 평가를 하지만 상대적으로 진보정당이 지자체 국면에서 선전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지자체 선거에서 ‘최대’ 기대치에 못미치지만 ‘최소치’를 넘는 성과를 낳았다.

더구나 어렵지만 대중 속에 뿌리내릴 수 있는 분명한 가능성을 발견했다. 민노당이 인천과 울산 3곳에서 기초단체장을 배출한 것은 특기할 만한 일이다. 이 지자체에서 ‘김상곤 모델’을 실현할 수 있다면, 이것이 향후 혁신지자체의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17.9%의 진보신당 후보와 16.9%의 민노당 후보를 합하면, 한나라당 후보를 압도해 최초의 진보시장 후보가 탄생할 수도 있었을 거제시장 선거도 상징적이다.

물론 위력적인 진보대연합이 성립하지 않음으로써, 민노당의 경우 대단한 실리를 얻었음에도 진보정치 정체성이 충분히 드러나지 못했다. 진보신당은 독자적 깃발은 유지했지만 독자노선(노회찬)과 부분연합(심상정)을 놓고 ‘질서있는 분업’을 하지 못한 한계를 드러냈다. 그러나 큰 틀에서는 대단히 낙관적으로 파악될 수 있다.

대중 정치성 포괄 관건

향후 민주당 대 진보정당 간에, 즉 중도개혁자유주의정당 대 진보정당 간 여러 수준에서 각축이 있을 것이고 그 결과에 따라 정당들의 지지기반과 지지도 추이가 변화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각축의 지점은 3가지로 표현할 수 있다.

첫째, 중도자유주의세력 대 진보세력 간 담론경쟁이다. 여기서 민주당 등의 중도정당들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정치적 자유주의에서 진보적 자유주의 혹은 사회적 자유주의 확장 노력을 전개할 것이다. 진보정당은 진보주의 담론을 보다 확장된 대중담론으로 재구성하려는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중간지대의 진보적 대중까지를 포괄하는 ‘확장된 진보담론’은 기존의 민주주의 담론을 확장한 급진적 민주주의 담론이다. 사회경제적 담론의 용어를 사용한다면, 아무래도 ‘생태 사회(적) 민주주의’적인 어떤 담론이 될 것이다.

둘째, 반신자유주의의 대중화를 통해서 중도자유주의세력의 친신자유주의적 성격을 얼마나 대중적인 정치적 쟁점을 만들 수 있는가하는 각축이다. 민주정부의 친신자유주의적 정책으로 인해 중도자유주의세력 대 진보세력 간에는 ‘친(親)신자유주의 대 반(反)신자유주의’의 정체성 각축이 존재했다. 민주당으로 상징되는 중도 개혁자유주의세력은 독재에 저항하는 데는 성공적이었지만, 세계화의 도전 속에서 신자유주의적 프레임에 포획됨으로써 스스로의 대중적 기반을 균열시켰다. 진보정당이 이러한 각축에서 성공적으로 반신자유주의적 쟁점을 가시화시키면, 중도자유주의세력은 내부적으로 친신자유주의 대 반신자유주의, 혹은 친FTA대 반FTA의 대립으로 분화가 가속화될 것이다.

셋째, 대중의 새로운 정치적 요구와 지향(정치성)을 어느 세력이 전유할 것인가를 둘러싼 각축의 차원이다. 그동안의 제도정치가 담아내지 못하는 대중들의 새로운 감수성, 요구, 이해를 어느 정치세력이 더 많이 담아낼 것인가를 둘러싸고 각축이 존재한다. 예컨대 국민참여당이나 분당 이후의 급증한 진보신당 당원이 상징하는 대중의 정치성은 기존의 구좌파적 프레임을 넘는, 급진적 자유주의 혹은 자율요구, 주체적 참여의 정치요구다. 또한 MB식의 신권위주의와 대척점에 선 진보적 합리성의 요구다. 구좌파적 정치성과 신좌파적 정치성을 구분한다면, 후자에 해당하는 대중들의 요구와 이해, 지향, 감수성들이 출현하고 있다. 이런 대중의 정치성을 진보정치가 어떻게 포괄하는 가에 따라서 진보정치의 국민정치 내에서의 외연이 확장될 것이다.

통합진보연합정당 건설해야

이러한 각축에서 진보정치세력들이 약진하기 위해서, 진보연합정당의 재구축이 필요하다. 즉 “새롭게 민노당, 진보신당과 그에 포괄되지 않은 다양한 진보적 정치세력들(시민사회 진보파와 노동좌파 등)을 통합하는 진보연합정당을 건설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이혼한 부부의 재결합’이라는 차원에서 민노당-진보신당의 재통합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시각에서 새로운 진보적 민주주의정당, 그리고 기존의 진보정당이 포괄하지 못했던 대중들을 포괄하는 정당으로 ‘확장적 재구성’을 시도해야 한다.

이러한 진보연합 정당의 새로운 정체성을 ‘민주주의 좌파(democratic left) 연합정당’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돌이켜 보면, 87년 6월 민주항쟁을 정점으로 하는 반독재 민주화운동에는 일종의 ‘민주주의 우파’와 ‘민주주의 좌파(democratic left)'가 존재했다. 그런데 지난 20여년을 거치면서 민주주의 우파와 좌파의 구성도 달라졌다.

진보정치세력이 국민정치 공간의 공백과 민주당의 헤게모니의 약화라는 상황을 포착하면서 공세적 관점에서 적극적인 개입전략을 통해 진보정치의 약진을 도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진보교수연구자모임이 지난달 17일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6.2지방선거와 진보정치 방향’에 대한 정세토론회를 하고 있다.

예컨대 87년 당시의 민주주의 좌파가 NL, PD, 레닌주의, 인민민주주의, 네오맑스주의자들, 진보적 자유주의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면, 이제 그것은 진보적 여성주의자들, 급진생태주의자들, 자율주의자, 사회민주주의자 등을 포괄하는 식으로 변화했다. 이들이 다양한 현실형태의 민주주의 좌파들 혹은 급진적 민주주의자들이 존재한다. 사회경제적 좌파?노동좌파를 중심으로 하면서도 다양한 좌파적 지향들과 급진주의적 지향들을 접합해낸다고 했을 때, 그것의 ‘공통성’이 ‘급진적 민주주의자’ 혹은 ‘민주주의 좌파’라고 하는 정체성이라고 생각된다. 87년 민주항쟁에서 국민적 담론으로 된 민주주의를 급진적으로 확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진보정당의 확장’을 말했지만 이러한 진보정당의 자기 확장 노력과는 별개로, 민주당 스스로 자기 혁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앞서 말한대로, 민주당의 리더십 위기는 민주당 스스로 자기혁신의 노력을 하도록 강제할 것이다. 민주당의 ‘내부-헤게모니의 위기’와 ‘외부-헤게모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뼈를 깎는 노력과 새로운 재편이 필요하다. 예컨대 김대중 리더십이 존재했더라면 ‘수혈’이라는 형태로 더욱 ‘질서있는 혁신’을 단행하고자 노력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내의 강력한 리더십의 무존재로 혁신은 느리고 갈등적이며 ‘무질서’하게 진행될 것이다.

“무질서의 공백을 뚫어라”

앞으로 진보정당들이 민주당의 헤게모니의 균열의 공백을 뚫고 국민적 세력으로 변화되기 위해 노력하는 속도와 민주당이 자기혁신을 통해서 헤게모니의 균열을 극복하는 속도 간의 경쟁이 존재한다. 이번 지자체 선거에서 ‘MB가 미워서 찍었지, 민주당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는 않는다’라고 생각하는 대중들, 민주당에 대한 지지로 수렴되지 않는 무당파층을 중도개혁자유주의 정당이 획득할 것인지 진보정당이 획득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앞으로 치열한 각축이 전개될 것이다. 심상정의 사퇴를 통해 드러난 고민지점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앞으로 한국정치의 경로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은 국민정치의 공백에 진보정당이나 개혁자유주의 정당이 어떻게 응전하는가에 달려있다.

설동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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