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제보받은 녹취록 등 사실 상세 공개
“법률검토 후 형법상 뇌물공여 등 검찰에 고발”

지난 4일 ‘우정사업본부 기반망’ 사업과 관련,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SK텔레콤이 한 평가위원에게 접근 로비한 사실이 드러났다. SK텔레콤측은 이 평가위원에게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 ‘컨설팅’ 등을 통해 보답하겠다는 구체적인 제안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참여연대는 이 같은 제보를 평가위원인 모 교수로부터 받고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 이를 19일 공개했다. 제보자는 서울소재 모 대학 교수로 활동하고 익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사회적책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 SK텔레콤 홈페이지. 하지만 정부 발주사업 평가위원에게 로비를 했다는 제보로 충격을 주고 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제보자는 SK텔레콤측이 로비 당일 뇌물을 직접 전달하지는 않았지만 제안서 평가위원에게 사업자 선정 이후에 ‘컨설팅’ 등을 통해 보답하겠다고 접근했고 평가가 끝난 당일에는 1등을 한 것이 확실하다며 사례를 위해 방문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참여연대가 공개한 제보자 녹음자료에 따르면 SK텔레콤 박 모 단장은 “성공하면 컨설팅도 하고 제가 이제 확실하게 보답을 해드려야지 말로만 교수님한테 도와주세요 하면 안되거든요”, “교수님 필요하신거 하시면 제가 해서, 그런데 사전에 뭘 해드리면 불법이거든요” 라고 말했다.

제보자는 또 박 단장을 통해 제보자 자신 뿐 아니라 더 많은 평가위원을 접촉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평가과정에서도 다른 평가위원들이 휴식시간 등을 통해 연락, 방문을 받았다는 것을 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전경.

평가위원 명단 유출도 의문사항이다. 제보자는 참여연대를 통해 “첫날 평가 후 저녁식사 때 한 평가위원의 핸드폰에 (입찰업체의 하나인) 다른 업체에서 로비를 하기위해 전화가 왔다”고 설명했다. 참여연대는 “제보자의 평가위원 선정은 평가사업 전날 ARS전화를 통해 이뤄졌으나 제보자는 선정 당일 저녁 10시에 SK텔레콤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며 “평가위원 선정 당일 우정사업본부로부터 평가위원 명단이 새어나간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이와관련 “명단유출이 실제 있었는지는 제안서 평가과정에 대한 감사와 이후 검찰 수사 등을 통해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제보자는 “오랜 해외생활이후 한국에 들어와 보니 한국사회가 많은 분야에 걸쳐 실력보다 부패한 뒷거래가 만연되어있고 대학교수인 제가 먼저 나서서 투명한 사회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런 제보로 몇 사람이 큰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한국사회를 투명하게 바꾸기 위해 필요하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 측의 평가위원에 대한 불법적 로비행위 폭로로 향후 참여연대의 대응이 주목된다. 당장 참여연대는 우정사업본부 기반망 입찰과정과 우선사업자 선정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평가위원에 대한 전방위적 로비를 통해 심사결과가 뒤바뀌었을 수도 있다”며 “사업을 발주한 우정사업본부는 사실관계를 확인해 우선사업자 선정을 즉각 취소하고, 우정사업본부의 상급기관인 지식경제부 또는 감사원이 나서 전면적인 감사에 착수해 불법행위를 가려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참여연대는 “이번에 로비대상이 된 민간 평가위원은 공무원은 아니지만 평가기간 동안 공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공무 수행 평가위원에게 대가를 약속하는 행위는 뇌물공여 의사표시에 해당하는 만큼 추가적인 법률검토를 거쳐 SK텔레콤 관계자를 형법상 뇌물공여 또는 배임수증재 공여의 미수범으로 판단해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정사업본부 기반망’ 우선협상자 SK텔레콤 불법로비 사건의 경과(참여연대) - 2010년 7/20 (화) 오전 9시 46분 제보자는 ARS 전화로 7월 21일과 7월 22일에 걸쳐 서울 광진구 소재 우정사업정보센터에서 실시되는 국가사업 ‘u-post 구현을 위한 우정사업 기반망 고도화’ (국내 최대 국가기관 통신망 사업으로 알려짐) (제안서)평가위원으로 선정 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승낙하였음. - 7/20 밤 11시 13분에 제보자에게 SK 텔레콤 박◯◯ 단장이 전화하여 집으로 찾아오겠다고 하였음. (녹취록) - 7/20 밤 11시 40분경에 박◯◯ 단장이 제보자 집에 방문하여 조용한 술집으로 이동 56분간 대화를 나누었음.(녹취록) : 대화의 주요 내용은 ‘u-post 구현을 위한 우정사업 기반망 고도화’ 사업의 평가를 SK텔레콤측에 유리하게 도와주면 사례를 하겠다고 했고 전자공학회 회원 수천명의 명단을 입수하여 전사적으로 로비 진행중이라고 하였음 -> 박◯◯은 차로 집에 데려다주는 도중 평가위원 3명을 찾았다고 함(녹취록 없음) - 7/21 1박2일 동안 평가 진행 - 7/22 저녁 평가후 귀가길에 박◯◯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지하철역에서 만나서 근처식당에서 대화를 나눴음. 자리에는 SK텔레콤의 하청업체 직원도 배석하였음. SK가 1등을 한 것이 확실하다고 하였고 제보자가 다음주에 해외출장이 있다고 하자, 해외출장 후에 찾아 뵙고 인사드리겠다고 함. - 8/4 SK텔레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 8/11 제보자, 참여연대 제보 - 8/19 참여연대, 보도자료 배포 - (예정) SK텔레콤 고발예정

설동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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