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들아, 대망을 품어라!

강상헌 칼럼 강상헌l승인2010.09.01 09:56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국무총리 장관 하겠다고 인사청문회에 나온 얼굴들의 당혹(當惑)과 좌절을 우리는 본다. 잘생기고 허우대도 그럴싸하며 학벌이나 경력도 탁월한 인사들이 빤한 거짓말과 발뺌으로 비웃음을 사는 모습은 참 신기하다. ‘지도자’이어야 할 이들이 ‘죄송’을 연발하는 모습은 서글프기까지 하다.

‘대통령 감’이란 이도 있었다. 또 장관 자리만 해도 어찌 만만할까? 그런데 도마 위에 오른 ‘이들’ 중 상당수가 자신의 인생을 ‘막 살아버린’ 협잡(挾雜)의 주인공임이 드러난다. ‘부덕(不德)의 소치’라는 가면 뒤에 숨지만 실제로는 범죄자 수준인 경우도 드물지 않다.

위장전입 논문부정 쪽방촌딱지 분양권투기 세금탈루 공공재산부당사용 공무원가사도우미 스폰서 배우자취업의혹 월권(越權) 부당자금수수의혹... 저런 이들에게 우리가 월급을 주고, 믿음을 주고, 기대를 주고, 더 나아가 우리와 자손의 삶을 좌지우지할 더 큰 권력까지 주고자 했다니 등골이 오싹하다. 납량(納凉)특집 영화인가.

이들을 중용하겠다고 손을 들어준 인사권자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겠다. 알고도 그랬다면 국민을 무시한 행태가, 모르고 그랬다면 나라의 시스템을 헝클어뜨린 행태가 각각 큰 문제다. 의당 국민들에게 스스로 벌을 청하고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 ‘공정(公正)함’이 그것이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소년들아, 대망을 품어라!(Boys, be ambitious!)” 요즘 이 문구를 마음에 새기는 청소년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낡은’ 개념이기도 하겠거니와, 점수 경쟁 등 눈앞의 일만으로도 벅찬데 긴 시간과 큰 바람을 담는 ‘대망’을 챙기는 것은 워낙 무리일까?

스스로의 역량과 금도(襟度)를 키워 먼 앞날의 보람을 꿈꾸도록 격려하는 말이다. 19세기 말 일본서 교육자로 일한 미국 농학박사 윌리엄 S. 클라크 씨가 귀국 때 제자들에게 한 말로, 민태원의 수필 ‘청춘예찬’ 중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기관과 같이 힘 있다.”는 글과 함께 70, 80년대 청소년들의 가슴을 한껏 뛰놀게 했다.

이 문장이 떠오른 것은 총리 후보로 기자들 앞에 선 김태호 씨의 말 때문이다.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역할모델이 되고 싶다는 얘기였다. 그 후 그와 관련해 나온 얘기의 상당부분은 젊은이들이 혹 들을까 걱정되는 것들이었다.

그는 인생으로도, 총리 후보로도 젊었다. 그런데 그가 산 인생은 ‘젊은이들의 깃발’이 되기에는 너무 구태의연(舊態依然)했다. 그가 혹시라도 나중에 총리가 되고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면, 또 그렇게 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면 그럴 수 있었을까?

어쩌다 도지사가 됐고, ‘자기을 알아주는[지기(知己)]’ 어떤 덕인(德人)을 만나 총리 지명자 신분에 까지 올랐던가? 그 덕인은 누구이며, 그를 지지한 사람들은 어떤 이들일까? ‘말실수’를 그는 사퇴이유로 꼽았지만, 국민들은 그 말이 또 얼마나 고깝고 안타까웠을까.

청소년 시절부터 ‘대망’을 품고 행동과 결정을 스스로 규율(規律)하며,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키워온 이들이 아쉬워지는 때다. 편법과 위법, 뒷거래와 패륜, 거짓과 위선에 오염되지 않은 인재를 보고 싶은 것이다.

여기서 대망(大望)이란 말의 뜻이 왜곡되고 오염됐을 가능성을 지적해야 한다. 17세기 일본에서 덕천가강이란 빼어난 무사(武士)가 마침내 나라의 통일을 이루는 과정을 그린 소설 <대망>이 성공과 처세의 방편으로 읽히면서, 이 땅의 독자(讀者)들 중 상당수가 이 말의 뜻을 일본식 지략(智略)과 혼동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저어하는 것이다.

섬나라 봉건제 일본의 상황, 쇼군과 닌자라는 전쟁 또는 전투 사업가들(?)과 추종자들의 얘기가 기반이 되는 그들의 근대사와 삶의 모습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하는 소설이라는 얘기다. 그 내용이 혹 목적 또는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하는 것을 미화하는 모양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삶의 바탕에 칼을 두고 산 나라의 한 사람의 성공담, 부국강병(富國强兵)으로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것이 그 나라의 본디인 상황 속의 에피소드가 우리 사회의 ‘삶의 진리’로 잘 못 작동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돈이면 최고’ 따위의 생각 말이다. 그런 생각이 반영된 것이 구태 정치다.

클라크 박사의 다음 구절. ‘돈이나 이기적인 성취, 명성 따위 덧없이 스러지는 것들을 따르지 말라. 마땅히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바를 얻고자 힘쓰라.’ 너무 소박하고 평범한가? 그러나 진실의 얼굴은 우리 곁에 이렇게 있다. 상식과 ‘인간의 도리’가 그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대통령과 총리가 필요하다. 그들을 가르칠 학자도, 그들의 월급을 줄 국민도 필요하다. ‘건강한 대망’으로 성장한 젊은이들이 필요한 것이다.

소년들아, 부디 대망을 품어라! 그대들이 미래다.


강상헌 논설주간

강상헌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상헌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여백
시민사회신문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8288 서울특별시 구로구 새말로 93, 신도림태영타운상가2동 B105  |  대표전화 : 02-3143-4161  |  팩스 : 02-6737-1115  |   ingopress@ingopress.com
등록번호 : 서울 다 10706  |  등록일자 : 2013년 8월 26일  |  회장·논설주간 : 강상헌  |  발행·편집인 : 설동본  |  편집국장 : 양병철
후원계좌 : 국민은행 7788-01-04-375819 (시민사회신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설동본
Copyright © 2007 시민사회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