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탓 정권의 전쟁불사론

편집인 레터 김주언l승인2010.12.06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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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명동서일필…두렵지 아니한가

툭하면 ‘잃어버린 10년’ 타령…남북대결상황을 정권안보에 이용할 속셈
안보무능론·대포폰·민간인 불법사찰·4대강 예산 등 정치적 현안 덮을 의도

“저는 군대서 운전병, ‘행불사마’께선 보온병 하셨나봅니다.” “안상수, 자진 입대해 적진을 향해 보온병 폭탄을 들고 돌격하던 중 장렬히 행방불명….” 포탄과 보온병을 구별하지 못해 망신을 산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인터넷 패러디들이다. 한 누리꾼은 ‘행불 보온병 안상수의 애국심을 매도하쥐마’라는 글에서 “보온병으로 방사포탄을 만들고, 참치캔으로 발목지뢰를 만들고, 솥뚜껑으로 대전차지뢰를 만들고 형광등으로 제다이 광선검을 만들고 싶은” ASS(안상수 대표)의 ‘애국심’을 비꼬았다.

국격, 하루아침에 무너져

YTN ‘돌발영상’이 내보낸 안상수 집권당 대표의 착시현상은 인터넷을 후끈 달구었다. 지난 달 24일 연평도 피해현장을 방문해 불에 탄 보온병을 포탄으로 착각한 안 대표의 발언은 ‘연평도 피격사건’ 이후 이명박 정부의 갈팡질팡 정책을 그대로 보여준다. 태극마크를 단 국적없는 군복(점퍼)을 입고 청와대 지하벙커에 나타난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이 그 위에 겹쳐진다. 은하계의 안드로메다 군대는 이상한 점퍼를 입고 보온병을 포탄으로 사용하는 걸까?

영토가 포격당하고 민간인까지 죽어나가는 판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미국 항공모함까지 불러 들여 무력시위를 하고 ‘전쟁불사론’을 부르짖는 모습은 안쓰럽기 그지없다. 이명박 정부가 온힘을 기울여 치러낸 G20 정상회의가 끝난 직후에 터진 연평도 피격은 G20 의장국 체면을 하루아침에 구겨버렸다. G20 회의는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라는 말 그대로 ‘태산이 떠나갈 듯 요동치더니 뛰쳐나온 것은 쥐 한 마리 뿐’이라는 야박한 평가마저 받았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이 그토록 내세우던 ‘국격’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선진국 진입’이라는 환상은 전쟁위기에 빠진 처량한 나라로 떨어졌다.

이명박 정부는 이번 사태를 놓고 ‘보복과 응전’ 나아가 ‘전쟁불사론’까지 내세우고 있다. 게다가 북한의 우라늄 고농축시설과 연평도 포격 사건을 지난 민주정부의 햇볕정책 탓으로 돌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 특별담화에서 ‘협박에 못 이긴 굴욕적 평화’라며 햇볕정책을 간접적으로 비난했다. “햇볕정책으로 더 강력해진 맹수의 발톱에 천안함의 장병들이 산화하였고 대한민국의 영토인 연평도가 폐허가 되었다”고 한나라당 대변인은 말했다. 적반하장도 여분수라고나 할까. 한동안 뜸했던 ‘잃어버린 10년’ 타령이 다시 등장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를 ‘네 탓 정권’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보수진영도 안보무능 혹독한 비판

이러한 ‘과거 타령’은 보수정권의 안보 무능론과 대포폰과 민간인 불법사찰, 4대강 예산 등 이명박 정부를 괴롭히던 정치적 현안을 덮으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급박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이 대통령은 보수진영으로부터 ‘하야하라’는 비난을 들을 만큼 ‘안보에는 등신’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진보진영으로부터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지 못할 만큼 ‘평화에는 병신’이라는 비난을 들었다. 더구나 중국의 반발을 무시하고 미국 핵 항모를 서해로 불러들이고 중국의 6자회담 제안도 일언지하에 거절함으로써 ‘외교에는 무능’이라는 평가마저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네 탓 타령’은 자신의 일관성 없는 대북정책을 가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 ‘비핵개방 3000’을 내세웠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뤄낸 성과는 하나도 없다. 6자회담은 3년 동안 표류하기만 했고 북한은 핵개발에 한발 앞서 나갔다. 그동안 어렵게 유지해왔던 한반도의 평화는 갈갈이 찢겨졌다. 이제는 ‘전쟁 불사론’으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이명박 정부가 3년 동안 해온 일이란 게 고작 생명과 재산을 담보로 국민을 위협하는 일 뿐이던가.

그뿐 아니다. 정책의 일관성도 없다. 최근 인터넷 폭로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외교전문에는 이명박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상회담 절대 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뒤로는 은밀히 정상회담을 추진한 것이다. “임기 말까지 남북 관계를 동결 상태로 남겨둘 준비가 돼 있다”는 속내는 남북대결상황을 정권안보에 이용하려 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제일 먼저 동곳 뺄 것인가

한반도의 평화는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후손에게 물려줄 국토를 수호하고 민족의 번영을 담보하는 길이다. 같은 민족 끼리 전쟁불사를 부르짖는 것은 민족사를 퇴행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야당들과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비상시국회의는 “더이상의 무력충돌은 전쟁을 야기하고, 평범한 국민의 고통을 확대시킬 것”이라며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되찾기 위한 유일한 해법은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 대다수가 다시는 지긋지긋한 전쟁의 공포에서 해방되길 염원한다는 사실을 가슴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전쟁불사를 외치는 이들은 과연 누구인가. 이명박 정부의 고위 안보라인은 병역면제자들로 채워져 있다. 대통령, 국무총리, 국정원장, 여당대표가 이른바 ‘신의 아들’로 불리는 희귀한 인물들로 채워져 있다. 원로 언론인 최일남 선생은 “미리 미리 대비하지 못한 책임이 큰 축일수록 … 막상 전쟁이 터지면 제일 먼저 동곳을 빼기 쉽다는 비아냥이 예전부터 떠돌았던 걸 상기한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비아냥이 두렵지 아니한가.


김주언 편집인

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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