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포함 주변국 참여하는 국제적검증 작업 요구

시민사회 각계 인사 97명이 천안함 사건 1주년을 맞아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측의 시인과 사과를 남북 대화 전제조건으로 삼지 말 것과 북한을 비롯한 관련 주변국이 참여하는 국제적 검증 작업에 착수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 23일 한국건강연대 3층 지금여기에서 ‘천안함 사건 1주년을 맞아 정부와 국회에 드리는 제언’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이 밝히고 천안함 사건 관련 1차 자료와 조사결과에 대한 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사건 조사결과에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했던 시민사회단체, 언론인들에 대한 무리한 수사와 불이익조치 등의 중단을 촉구했다.

시민사회 각계 인사들은 “북측의 시인과 사과를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삼는 것은 남북대화에 심각한 장애를 조성할 수 있고, 심지어 남한 측이 대화를 기피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남북군사회담을 개최하여 연평도 피격 사건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남북간 군사긴장 완화 방안을 두루 논의하는 것은 양측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납득할만한 추가조사와 검증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들은 “다른 나라의 유사한 사례를 염두에 둘 때, 천안함 진상조사 작업은 지나치게 단기간 이루어졌고 또한 부실하게 이루어졌다”며 “특히 과학자들이 제기하는 반론과 사실관계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신뢰할만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둘러싼 남북간, 주변국간 논란과 이견도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 국회가 국민을 대표해 국정조사 등의 방법으로 검증에 나설 것도 주문했다. 이와함께 정부 조사결과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관련 국가는 물론 북한의 참여까지 허용하는 국제적인 검증작업도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다.

시민사회 인사들은 또 정부가 천안함 사건 관련 1차 자료와 조사결과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도 요구했다. 이 사건 관련 정보에 대한 지나친 통제가 정부 조사결과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켜왔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군사정전위 중립국감독위에 참여한 3개 중립국 대표들도 유엔에 회람된 문서를 통해 한미당국의 소극적인 정보공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며 ”정부는 미국 등과 체결한 정보비공개 양해각서를 개정해 정보통제를 완화하고 시민들이 청구한 기초사실관계에 대한 정보 역시 즉각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의사표현 자유 보장도 요구했다. 정부의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에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했던 시민들과 사회단체에 대한 무리한 수사와 처벌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마치 시민사회가 국론분열을 야기하여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이적행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묘사하여 공권력을 동원해 홍보하는 것 역시 자제되어야 한다”며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진실의 토대 위에서 국민의 합의로 국정을 운영하는 것을 원리로 하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의 원칙에 대한 정면도전”이라고 경고했다.

시민사회 각계 인사들이 지난 23일 한국건강연대 '지금여기'에서 '천안함 사건 1주년을 맞아 정부와 국회에 드리는 제언'을 발표하고 있다. 참여연대

이번 제언에 서명한 인사로는 권미혁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김상근 목사, 김선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김형태 천주교인권위원회 이사장, 남부원 한국YMCA사무총장, 박순성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성유보 원로 언론인, 오재식 아시아교육연구원 원장, 이강택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이석태 참여연대 공동대표,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정현백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 조돈문 학술단체협의회 상임대표, 청화스님, 최영도 변호사, 한명숙 전 국무총리, 함세웅 신부,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 조국 서울대 교수 등 97명이다.

설동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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