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견인 정권교체다

4·27 재보선에서 민주당의 최문순 강원 도지사 후보가 엄기영 후보를 눌렀다. 이번 재보선 결과가 MB를 심판하는 민심의 표출이었다는 증표다. MBC 사장 출신 선후배의 대결이었지만 유권자 인지도 측면에서 엄기영 후보는 최문순 당선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고 당선 가능성 역시 훨씬 높았다.

그런데 뒤집힌 이유는 무엇일까? 죽은 이광재의 힘이라는 분석도 있고, 불법 콜센터 발각이라는 악재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그 근본은 ‘배신자’ 엄기영과 ‘심판자’ 최문순이라는 관계 설정에서 비롯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정부, 한나라당이 밀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MBC에서 퇴출시킨 힘 있는 권력을 택하겠다는 엄기영의 비굴함과, 엄기영이 민주당을 선택한다면 MB심판을 위해 후보를 양보하겠다는 최문순의 살신성인의 자세는 이미 양 후보의 이미지를 구축한 것이다. 즉 ‘MB에 투항’과 ‘MB 심판’이라는 양자 구도! 그리고 ‘MB 심판’이 승리한 것이다. 불법, 무법으로 국정을 농단하는 MB에 대한 분노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민심을 읽지 못하는 MB 정부는 여전히 언론 장악에 골몰하고 있다. 최근에는 MBC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자 김미화가 사실 상 퇴출당하였다. 이미 백분토론에서 퇴출당한 손석희가 ‘시선집중’에서도 퇴출당할지 모른다는 관측도 있다. 김미화 퇴출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진행 능력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8년 간 꾸준히 높은 청취율과 만족도를 보이고 있는 프로그램에 대해 할 소리는 아니다. 더군다나 진행자 교체 논란은 현 정부 들어 와서야 비로소 시작되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까? 김미화가 진행의 문제라면 손석희에게는 또 무슨 명분을 들이댈까?

강력한 여론의 비판을 받고 무산되었지만 방송통신위원회에게 방송사를 직접 조사하는 권한을 주려 했던 방송법 개정 시도 역시 방송 장악을 위한 고려였다. 명분은 불공정행위 등 경영에 대한 조사라지만 사법부도 아닌 행정부의 직원이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수준이 아니라 방송사를 직접 출입하여 현장조사를 하겠다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다.

정권의 방송장악은 방송 환경을 황폐화시킨다. 진행자에서 퇴출될 것을 알고도 소신 진행을 하는 진행자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 이미 비판적 프로그램을 퇴출시키고, 관련자를 인사조치한 결과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는 권력에 줄서는 프로그램 진행자의 모습을 지금도 목도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목도할 것이다.

최근 지상파 방송사의 예능 PD들의 종편행도 방송계의 관심사다. 이직 계약금이 6억이니 10억이니 한다. 조기 안착을 위해 종편 사업자들이 벌이는 돈 잔치다. 이 와중에 소신에 따라 지상파를 지키는 PD들도 있지만, 그렇다고 거액의 계약금을 보고 이직하는 PD 개인을 비난할 수 있을까? 상업적 방송시스템을 강화시키는 정책과 종편의 문제지! 그런데 이직의 의미는 ‘종편의 영입’이 아닌 장악된 지상파로부터 탈출이라는 주장이 있다. 제작자율성을 침해당한 공영방송에서 더 이상 자부심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부 한나라당이 초래한 방송황폐화의 현실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이번 재보선 선거의 최대 수혜자인 민주당이 보이는 상황 인식은 심각하다. 반MB의 선봉에 서 있는 듯 보이지만, 일부 사안에서는 몰가치적이다. 방송장악의 교두보였던 방통위의 횡포를 막아내야 할 상임위원 자리에 개혁진영에서 얼굴도 볼 수 없었던 인물을 추천하지 않나, 방송통신심의위원으로는 전주방송에서 노조를 탄압하고, 제작비와 인건비를 삭감하며 경영 논리만을 관철시켰던 김택곤 전 사장을 추천하였다. 김 사장은 재임 시절 비용을 절감한다는 이유로 아침 뉴스를 저녁에 녹화하도록 지시했던 인물이다. 또 전술한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상임위 표결에서는 민주당 국회의원 모두 찬성했다.

지금 반MB정권 교체 선두에 민주당이 존재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지금의 민주당으로는 정권 교체가 어려울 것은 물론 설사 성공해도 정권 교체 후 예상되는 행태로 봐서 정권 교체의 의미를 못 찾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차기 대선에서는 최소한 진보가 주도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진보가 견인하는 정권교체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백가쟁명처럼 나오고 있는 다양한 반MB 야권연대 움직임들은 운동 그 자체로서는 의미가 있을 모르지만 진짜 진보의 실질적 성장을 기도하는 것이 아닌 한 우리 사회 발전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