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011년은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20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20년 전인 1991년 4월 15일에는 기초의회가, 같은 해 7월 8일은 광역의회가 개원했다. 주민자치와 민주주의가 풀뿌리라는 토대에서 구현되는 작동원리라는 점에서 지방자치 20년이 상징하는 바는 매우 크다. 시민사회연대회의에서도 지방자치 20년을 돌아보는 다양한 사업들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해 출범한 민선5기 지방정부는 이전에 보기 힘든 매우 다양한 방식의 주민참여 정책을 펼치고 있다. 보여주기 식 행정을 넘어 주민참여를 행정운영의 중심 철학으로 삼는 곳이 대폭 늘어났다. 바야흐로 주민참여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지방자치단체의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면 “휴먼시티, 사람이 반갑습니다.”를 시정 모토로 내건 수원시는 ‘모두가 주인 되는 참여문화’를 주요한 시정목표로 설정했고, 인천 남동구는 “소통하는 주민자치”를 비전으로 내걸고 ‘소통과 화합의 참여행정 구현’을 역점시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시민이 희망입니다”를 내건 경기 부천시는 “소통과 참여”를 4대 시정원리로 삼고 있으며, 서울시 금천구는 “구민 우선 사람 중심의 금천”이라는 모토로 ‘구민과 함께 하는 자치도시’를 4대 비전으로 설정했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성북”을 표방하는 서울 성북구는 “시민의 정부, 참여자치, 생활정치”를 구정철학으로 내걸었으며,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도시”를 표방한 경기도 고양시는 ‘시민우선의 자치도시’를 비전으로 세우고 있다. 소통과 참여, 자치라는 화두를 빼놓고서는 민선5기를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다.

주민참여의 여러 기제 중에 민선5기 들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민참여예산제도’이다.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야심찬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가속 페달을 밟게 한 것은 ‘지방재정법’의 개정이다. 2011년 3월, 국회는 지방재정법을 개정하면서 39조인 ‘지방예산편성 과정에 주민참여’ 내용을 ‘할 수 있다’라는 임의 규정에서 ‘하여야 한다’라고 주민들의 의견을 의무적으로 반영토록 규정했다. 개정된 법의 시행일은 9월 9일부터다.

이미 행정안전부는 지난 해 10월경에 각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주민참여예산 운용 조례 모델안을 마련하여 각 지자체에 내려 보낸 바 있다. 그러나 중앙 정부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이미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은 오래 전부터 주민참여예산을 시행해왔고, 지난해 6.2지방선거 이후에는 더 심도 있는 고민과 계획들이 마련되고 있다.

올해 초 인천 연수구는 주민참여 예산학교의 프로그램 운영을 맡게 될 수탁기관을 공개 모집한 바 있고, 부천시는 최근 37개 동별로 평균 78명이 참여하는 주민위원회를 구성하고 시청 1층 로비에 ‘주민참여예산제 시민토론방’을 개설했다. 수원시는 참여예산연구회를 구성하고 4개 구별로 시민참여예산 설명회를 성황리에 마쳤다. 참여예산조례가 없었던 서울의 구청들은 최근에 조례를 제정했거나 입법발의를 한 상태다. 특히 은평구, 성북구, 노원구, 도봉구, 관악구, 강동구, 금천구 등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다.

인천의 경우도 연수구를 비롯해 부평구, 남동구, 남구 등 많은 지역이 참여예산 도입에 집중하고 있으며, 경기도의 경우도 오산시, 고양시, 안양시 등이 조례 제정을 추진 중이다, 강원도 원주시가 위원회를 꾸려 우선순위 모형실험 등 다른 지역에 비해 앞선 경험을 하고 있고, 충남 아산시, 전북 익산 등도 상당히 진척된 모습이다. 또한 서울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도 학교 예산을 주민참여로 편성할 계획으로 있는데, 이미 작년 말에 학부모 대상으로 각 교육청이 지역별 설명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일반 행정에 비해 체계적이라고 볼 수 없지만, 학부모는 물론 학생들의 참여방안이 어떻게 고민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좋은 예산센터에서는 이러한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참여예산 도입과 진행에 대하여 모니터하고 컨설팅하면서 참여예산이 주민들의 참여와 자치역량강화를 통해 풀뿌리 참여민주주의 제도의 하나로 안착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중앙정부의 감세정책, 사회복지수요의 증가 등으로 지방재정자립도가 떨어지고 지방채가 늘어나는 등 지방재정의 어려움은 역설적으로 참여예산을 해야 되는 이유다.

지역 주민들의 요구는 많고 가용재원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재정배분의 우선순위를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참여예산이고, 시민들의 참여는 재정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해 예산낭비와 방만한 재정을 방지하고 재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참여 예산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좋은 참여예산 조례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시민의 참여가 중요하다. 참여하는 주민 없이는 참여예산은 사문화된 법조항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참여예산이 제도가 아닌 주민인 이유다.

오관영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