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바람과 국민 여망에 답하기

돈과 조직 앞세운 기존 선거운동과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 등장 신선한 주목
네거티브 방식에 반한 내년 총선·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대격변기 방향제시

‘박원순 바람’이 불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이 ‘박원순 바람’으로 나타나고 있다. 박원순 바람은 그냥 스쳐가는 스산한 소슬바람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에 실망하고 대안세력을 찾지 못했던 국민에게 무더위 끝의 소나기처럼 청량감을 듬뿍 안겨주었다. ‘안철수 현상’이 기존 정당정치에 대한 비판과 불신에서 비롯됐다면, 박원순 바람은 국민이 주체가 되는 새로운 정치를 갈구하는 희망이다.

국민이 주인인 새 정치 갈망

오는 26일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변호사는 민주당 등 정당은 물론,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시민후보로 정치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국민경선에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조직력이 단단한 야당 후보들을 물리쳤다. 돈도, 조직도 없는 상황에서 시민의 열렬한 후원과 지지에 힘입어 당당히 범야권 단일후보로 올라선 것이다.

그는 선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박원순 펀드’를 개설, 47시간 만에 목표금액 39억원을 채웠다. 야당의 막강한 조직력은 새로운 소통도구로 부상한 SNS를 활용했다. 돈과 조직을 앞세운 기존의 선거운동과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이 등장한 것이다.

정치권과 언론 등에서는 박원순 바람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후광효과에서 찾는다. 50%이상의 지지율을 올렸던 안 원장이 5%의 지지율에 불과한 박 변호사에게 아무런 조건없이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한 뒤 안 원장 지지자가 박 변호사로 옮겨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박 변호사의 지지율이 40%대를 넘어서는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안 원장과 박 변호사에 기대하는 새로운 정치로의 열망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하겠다.

기존 선거운동과 다른 패러다임

‘박원순 바람’에 두려움을 느낀 여권은 구태의연한 네거티브 공세에 집중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후보 검증이란 명분을 내세워 홍준표 대표까지 나서 박 후보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13살 때 작은 할아버지의 양손으로 입적한 것을 두고 병역을 기피하기 위한 것이란 의혹을 제기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많은 고위층인사들이 병역의무를 마치지 않아 ‘병역 기피당’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비난은 아예 염두에도 없다.

시민운동가가 1억원 보증금에 월세 250만원의 아파트에 살고 있다며 도덕성을 의심하기까지 한다. ‘투기꾼 정부’라는 세간의 비판은 그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것 같다. 게다가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는 40억원의 재산가에다 부동산 투기로 13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두기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 후보가 아름다운 재단을 통해 대기업의 자발적 후원금을 모아 새로운 기부문화를 창출한 데 대해서도 대기업을 협박해 기부금을 강요했다고 몰아부친다.

여론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

최근 논란이 심화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논란에 이르면 점입가경이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김해 봉하마을 사저를 두고 ‘아방궁’이라고까지 비난했던 한나라당은 봉하마을 사저의 15배나 되는 ‘MB 사저’에 대해서는 꿀먹은 벙어리와 같다.

특히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이던 나경원 후보는 “노 대통령은 퇴임 후 성주로 살겠다는 것이냐.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서민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한 노 대통령이 퇴임 후 살 집 치고는 규모가 좀 지나치지 않나 싶다”며 “노무현 마을 내지 노무현 타운으로 불러야 할 것 같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나 후보는 ‘MB 사저’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MB 사저’에 대해 들끓고 있는 누리꾼의 여론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트위터러들은 봉하 사저를 ‘노방궁’이라고 비난했던 한나라당을 빗대 MB 사저에 대한 별칭을 공모했다. 트위터러들은 ‘내곡궁’ ‘내곡타운’ ‘쥐금성’ ‘명박궁’ ‘명박타운’ 중에서 80% 이상이 ‘쥐금성’을 선택했다. 그만큼 여론이 악화해 있음을 반증한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이나 나경원 후보는 ‘나 몰라라’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누리꾼은 “이런 분에게 서울시를 맡겼다간 MB처럼 헛공약 내세우고 말로는 뭘 못하냔 소리를 듣는다”고 일침을 놓았다.

아무튼 한나라당의 구태의연한 공세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민은 이러한 정치판의 이전투구에 싫증을 느껴 박원순 바람을 일으킨 것이다. 안철수 현상도 마찬가지이다. ‘박근혜 대세론’을 단숨에 무너뜨린 안철수 열풍에는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이 오롯이 담겨 있다.

국민을 주권자로 인정해주지 않고 ‘그들만의 리그’를 끌고 가는 정치권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빈익빈 부익부’로 대변되는 사회양극화와 날로 치솟는 전세값과 물가 등 민생고를 해결하기는 커녕 이를 더욱 부추기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응징이다. 이에 더하여 대안정당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야당에 대한 불신이기도 하다.

야당에 대한 불신이기도

박원순 바람은 서울시장 재선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 내년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대격변기에 우리가 대처해야 할 방향을 제시해준다.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들이 2012년 승리와 2013년 희망의 길을 기치로 내건 시민행동기구 ‘혁신과 통합’의 제안문은 이를 잘 말해준다.

“역사의 갈림길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한편에는 서민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민생파탄, 금수강산의 동맥을 끊는 단군 이래 최대의 생명과 환경파괴, 평화공존에 역행하는 남북대결이라는 절망의 길이 있다. 다른 한편에는 민주, 민생, 복지, 공평, 환경과 생태, 그리고 한반도 평화번영이라는 희망의 길이 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은 두 길 중 어느 길을 가게 될 것인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