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시민, “해볼만하다”...“만년 한나라당 텃밭 요동질”

남효선

만년 한나라당 아성인 대구.영남권의 정치지형이 요동질치고 있다. 범야권과 영남권 시민사회로 구성된 '「2012범야권시민연대」는 지난 20일, 대구 중구 소재 ‘체인지대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범야권 단일후보' 1차 공모 결과를 발표하고, 4월 총선을 향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사진은 대구 주요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의 설대목 장 모습. 설을 앞둔 대목장이지만 시장거리는 한가하다.

TK'로 불리며 만년 한나라당 텃밭으로 고착화된 영남권의 정치 지각이 요동치고 있다.

민주통합당을 비롯 통합진보당, 녹색당 등 이른바 영남권의 진보적 정치인자들이 잇따라 ‘TK'의 핵심지역인 대구 지역에서 “이번 총선을 통해 반드시 지역 정치구도를 타파하겠다”며 출마를 선언하고 총선 레이스에 나섰다.

영남지역의 민심도 예전 같지 않다. 특히, 대구권 시민들의 반응도 “이번만은 해 볼만 하다”는 시각이다.

4월 총선을 100여일 앞두고 민주통합당이 부산·경남지역을 한국 정치 지각변동의 진앙지로 만들겠다며 문재인, 문성근, 김정길 등이 지난 해 말에 일치감치 출사표를 던지고 지역 민심 잡기 행보를 본격화한 가운데 영남권의 중심지인 대구지역에도 민주통합당을 비롯 통합진보당, 녹색당 등 진보적 정당이 ‘한국 지역 정치구조 타파’를 기치로 내걸고 본격적인 총선 레이스에 합류했다.

민주통합당 대표 경선에서 6위로 최고위원에 입성한 김부겸(54, 경북 상주)의원은 지난 19일, 대구 '수성 갑' 선거구 출마를 선언하고 본격적인 민심잡기에 돌입했다.

또 대구광역시 정책평가위원과 한국작가회의 이사를 역임한 김용락(53, 경북 의성, 시인) 경북외국어대 교수가 26일, 대구 지역 문화예술인 450여명과 함께 민주통합당에 전격 입당하고 대구 북구(갑) 선거구에 출마할 것임을 선언했다.

이에앞서 26일, '탈핵'과 함께 생태적 지혜와 사회정의를 내세운 '녹색당'이 대구에 첫 깃발을 올리고, 4월 총선에 뛰어들 채비를 갖췄다.

녹색당은 1월 26일 저녁 대구 카페와이스토리(동구 각산동)에서 녹색당 대구시당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과 발기인대회를 갖고 대구시당 운영위원회 임원 선출과 함께 발기인 선언문과 실천결의문을 채택했다. 이 자리에서는 발기인 60-70명가량 참석한 가운데 대구시당 운영위원회 임원을 뽑고 발기인 선언문과 실천결의문을 채택했다.

또 통합진보당 대구시당도 24일,4월 총선을 겨냥한 해당 선거구 별 합의, 조정을 통해대구 '북구 을' 선거구에 조명래(48) 후보, '달서구 을' 선거구에 이원준(41) 후보로 확정하고 본격적인 선거 운동에 돌입했다.이번에 확정된 통합진보당 조명래 후보는 2010년 지방성거 당시, 시민사회단체 후보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바 있으며, 이원준 후보는 대구지하철노조위원장을 지낸 진보적 노동계 인사이다.

통합진보당은 24일, 두 곳의 '후보 조정'에 따라, 통합진보당의 대구지역 후보는 송영우(39.동구 갑), 정우달(50.달성군), 조명래(48.북구 을), 이원준(41.달서구 을) 후보를 포함, 4명으로 늘어났다.

“대구 여론에 직설적으로 호소하겠다”
김부겸 민주 최고위원, 대구 수성구(갑) 출마

▲ 머슴이 주인 행세하는 잘못된 대구 정치를 바꾸겠다= 민주통합당 김부겸 최고위원은 15일, 대구의 '정치1번지' 수성구(갑)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통해 “수성 갑 선거구는 지난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이한구 한나라당 후보가 80%에 가까운 득표율을 올렸고 민주당에선 후보조차 내지 못했던 불모지 중의 불모지”라며 “대구 시민께 제 모든 것을 걸고 진심으로 다가가 정당한 평가를 받겠다”고 말했다.

김부겸의원실

김부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지역정치구도 타파'와 '정치 혁신'을 기치로 내걸고 만년 한나라당 아성인 대구 수성구(갑) 선거구에 출마를 선언했다.

김 최고위원은 “동남권 신공항이 무산되었을 때 한나라당 의원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는지 따지겠다”며 “정치를 바꾸어야 경제가 살아난다”고 역설하고 “머슴이 주인 행세하는 잘못된 대구 정치를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은 ‘한나라당 철옹성’인 대구에서 젊은 층의 정치 변화 요구를 발판으로 영남권역 전체 민심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지역구 선택이 늦은 감이 있지만, 대구 출마의 진심이 민주당 지도부 경선 과정을 통해 자주 회자되면서 밑바닥 민심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게 김부겸 최고위원 측의 진단이다.

실제 김 최고위원은 25일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아직은 그분들(대구 시민들) 마음에 제가 깊이 자리 잡은 것 같지는 않다”며 “다만 지역을 우려하는 시민들 사이에서 '결국 여당이 잘못하면 심판은 야당을 통해 할 수 밖에 없지 않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 측 관계자도 “설 연휴 동안 지역 사람들을 만나봤는데, (지역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다. 특히, 30~40대의 여론주도층, 오피니언 리더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며 “이런 분위기라면 해볼만 하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김용락 교수, 대구 북구(갑) 출마 선언
26일, 문화예술계 지지자 450명 동반 민주당 입당

▲ 교육과 문화예술 혁신으로 대구를 바꾸고, 정권을 교체 하겠다 = 26일, 대구 북구(갑) 선거구 출마를 선언한 김용락 교수는 대구, 경북지역 진보그룹을 상징하는 대표적 문인이자, 지식인이다. 특히, 2007년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 운영위원으로 지방분권 운동을 이끈 지역균형발전의 전문가이다.

김태용

대구의 대표적 진보 문인이자 학자인 김용락 경북외국어대 교수가 26일, 영남권 진보 성향의 문화예술계 인사 450여명과 함께 민주통합당에 입당하고, 오는 4월 총선에서 대구 북구(갑)에 출전할 것을 선언했다. 사진 오른쪽이 김용락 교수.

김 교수는 출마선언문을 통해 “40년 보수의 아성 TK의 심장을 쏘는 마음으로 문화예술계 지지자 450여명과 함께 민주통합당에 입당한다”며 “4월 총선에서 북구 갑 선거구에 출마해 교육과 문화예술 혁신으로 대구를 바꾸고 정권을 교체하겠다”고 출마 의사를 밝혔다.

김 교수는 “민주주의와 국민의 삶의 질을 퇴행시킨 MB정부와 한나라당을 심판하고자 한다”며 “김부겸 최고위원 및 당원들과 뜻있는 시민들과 함께 대구의 변화를 이끌고 정권 교체에 온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또 김 교수는 “썩을대로 썩은 고인 물을 퍼내고 깨끗한 마중물을 담는 일을 자임하겠다”며 “일당독재의 보수적이고 수구적인 대구를 창의적이고 다양한 가치관이 공존하는 평화와 생명의 도시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용락 교수는 경북 의성 출신으로 1984년 1월 창작과비평사 신작시집 '마침내 시인이여'를 통해 문단에 등단한 이래, 계간문예지인 ‘사람의 문학’를 발행하면서 대구를 중심으로 한 진보적 문화운동의 기틀을 구축해왔다. 특히 아동문학가 고 권정생 선생 추모 문집 발간과 함께, 문학과 건립에 앞장 서 왔다. 대구시 정책평가위원, 한국작가회의 이사, 지방분원운동본부 대구경북 운영위원 등을 지냈으며 현재 경북외대 교수로 재임하고 있다.

이날 민주통합당 대구시당에서 있은 출마 기자회견에는 최준영(언론인, 전 경북일보 편집국장) 오규찬(유승교역 대표) 윤지상(KBS 드라마작가) 노세중(장애인문화협회 대표) 박경조(시인, 대구작가회의 부회장) 박선주(현대불교문인협회 대구사무국장) 백지원(화가) 김태용(문예미학사 대표) 조병기(월간 푸른하늘 편집위원) 정훈교(시인, 경북대대학원) 문해청(노동자 시인) 씨 등 대구 지역 대표적인 진보 인사들이 대거 배석하여 힘을 실었다.

27일, 민주당 지도부 대구 총출동
한명숙대표 "대구의 항로를 바꿔야한다"

만년 한나라당 텃밭인 대구지역에 진보적 인사들이 대거 4월 총선 출마를 선언하며 행보에 속도를 싣자, 27일,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대구에 총출동했다.

한명숙 대표는 이날 대구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구 재정 자립도가 크게 하락해 대구시민과 아이들, 청년들을 위한 복지 하락으로 직결될 수 있다”며 “대구의 항로를 바꿔야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또 “이명박 대통령이 작년 여름 대구에 와서 '80년 만에 대구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는데 대구시민 여러분, 정말 좋아졌느냐”고 반문한 뒤, “이명박 정부 들어 90조원에 달하는 부자감세 결과로 지방재정이 엄청 줄었다”고 MB정부의 국정 실패를 지적했다.

김부겸 최고위원은 “대구 첨단의료복합단지가 진척이 안 된 것은 지방분권에 대한 철학이 없는 이 정부가 저지른 참사”라면서 “지역에 자리를 틀고 있는 패거리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새로운 길이 안 열린다. 이 변화를 향한 몸부림과 호소에 귀 기울여 달라”고 역설했다.

녹색당, 대구에 깃발 올려
26일, 발기인대회...‘탈핵’ ‘생태적 지혜’ 가치 실현

한편, '탈핵'과 함께 생태적 지혜와 사회정의를 내세운 '녹색당'이 지난 26일, 대구 카페와이스토리(동구 각산동)에서 녹색당 대구시당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과 발기인대회를 갖고 발기인 선언문과 실천결의문을 채택하면서 공식 출범했다.

이날 발기인대회에는 대구지역 학계와 문화예술, 시민사회, 주부와 대학생 등 150여명이 참여했다.
이날 보수 탓밭인 대구에서 첫 깃발을 올린 녹색당은 물레책방 변홍철 인문학연구실장과 동구에서 오랫동안 주민운동을 해 온 김영숙씨, 문화운동가 박종하씨를 비롯한 6명이 '실무자원활동가'로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

또 영남대 정지창(독문).이승렬(영문) 교수와 계명대 이재성(철학) 교수, 성상희 변호사, 음악인 송힘(문화CEO), 연극인 이현순, 천규석 대구한살림 이사장도 발기인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발기인 가운데 45%가 여성"이라고 변홍철 활동가는 말했다.

녹색당 대구시당은 이날'발기인 선언문'을 통해 “끝 모를 토건사업, 핵발전소 확대, 날로 심각해지는 빈부격차, 위협받는 평화, 이런 것들은 우리가 정치적 역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막아낼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았다”면서 “우리의 장벽은 정치이며, 이는 반드시 타파되어야 한다”며 “여기에 '녹색당' 창당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평화신문

'탈핵'과 함께 생태적 지혜와 사회정의를 내세운 '녹색당'이 지난 26일, 대구 카페와이스토리(동구 각산동)에서 녹색당 대구시당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과 발기인대회를 갖고 발기인 선언문과 실천결의문을 채택하면서 공식 출범했다. 이날 발기인대회에는 대구지역 학계와 문화예술, 시민사회, 주부와 대학생 등 150여명이 참여했다. 사진은 녹색시당 창당 실무일을 맡고 있는 물레책방 변홍철 인문학연구실장<왼쪽>과 성상희 변호사.

또, “2001년 캔버라에서 합의한 '지구녹색당헌장'의 생태적 지혜, 사회정의, 참여민주주의, 비폭력, 지속가능한 발전, 그리고 다양성의 존중이라는 가치를 녹색전환의 원칙으로, 이러한 가치가 파괴되지 않고 다음 세대가 이어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녹색당은 오는 2월 말 창당을 목표로, 대구에 앞서 서울.경기.부산.충남.제주도가 창당준비위를 띄웠고 경북과 경남, 전남도 창당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국 2,500여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이현주씨가 창당준비위원장을, 하승수 변호사가 사무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5개 시.도당은 2월 초중순에, 대구시당은 2월 말에 창당할 계획이다.

오는 4월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 변홍철 실장은 “중앙당 차원에서 비례대표 후보를 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며 “울진과 삼척, 영덕 등 신규원전 부지 선정 문제로 이슈가 된 지역의 경우 반핵운동을 펼친 사람들을 중심으로 지역구 후보 출마 여부도 고려하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남효선 기자

남효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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