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중 칼춤’ 점입가경

시민사회, 권력형 비리 ‘물타기’에 분노 김주언l승인2012.06.22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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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이중 칼춤’이 점입가경이다. 살아 있는 권력에게는 녹슬어 날이 무딘 헌 칼을 휘두르고 진보세력이나 반대파에게는 시퍼렇게 날이 선 새 칼을 휘두른다. 시민사회와 언론의 부릅뜬 눈은 이미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오로지 ‘권력 눈치 보기’가 지고지선의 가치인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정치검찰’이란 별칭이 새롭지 않다. 검찰은 행정부 소속으로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만 같다. ‘수사권 독립’을 외치던 검찰의 목소리는 이제 듣기조차 어렵게 됐다. ‘검찰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이다.

시민사회 각계 인사와 단체 대표자 308 명이 지난 4월 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청와대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관련해 비상시국회의에 이어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특검 도입 이전에 민간인 사찰내역 공개와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구속수사와 권재진 법무부장관 등에 대한 철저한 수사 진행을 촉구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의혹과 민간인 불법사찰 등 청와대가 관련된 권력형 비리에 대해 ‘봐주기 수사’로 일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게다가 지난해 10월 세상을 들썩이게 했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디도스 공격도 윗선을 밝히지 못한 채 끝나 부실수사란 비난을 받고 있다. 여기에다 ‘김경준 기획입국’ 가짜편지 사건도 명확한 실체와 배후를 밝히지 못해 ‘깡통수사’란 비난을 받았다.

반면 통합진보당에 대한 수사는 매우 집요하다.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의혹 사건을 수사하면서 당원들의 저항을 뚫고 당원명부가 담긴 컴퓨터 서버를 압수했다. 당의 ‘심장’이랄 수 있는 당원명부를 서버에서 추출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군인 가입여부를 밝혀달라는 국방부의 요청에 대해서는 아직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 당원명부를 팔아넘긴 새누리당에 대한 수사와도 비교된다. 광주교육감 비리의혹 사건에서 비롯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경영했던 CN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수사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시민사회가 지난 20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MBC 파업 해결 및 김재철 퇴출 촉구 시국회의를 열고, 시청자인 국민들이 직접 나서 공영방송 MBC를 정상화시키는 투쟁의 전면에 나서겠다고 결의하고 있다.

검찰은 김재철 MBC 사장의 배임 횡령 혐의에 대한 수사는 미적거리면서도 이를 고발한 노조 간부에 대해서는 법원의 기각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구속영장을 신청하며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노조는 수차례에 걸쳐 무용가 J씨에 대한 거액 출연료 지불과 법인카드 남용 등 공금유용 혐의로 김재철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김 사장에 대한 수사는 아직도 진척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노조 간부들을 ‘불법 파업’ 혐의로 구속 수사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왔다. 방화범은 놔두고 화재신고자를 잡아들이려는 심산이다.

검찰의 권력형 비리에 대한 ‘물타기’ 시도도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뿐 아니라 참여정부에서도 비슷한 비리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검찰은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 결과 발표에서 참여정부 시절 사례도 끼워 넣었다.

청와대는 일부 언론사에 ‘보도지침’을 내려 “균형 있게 보도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비리가 봇물을 이루던 지난달에는 뜬금없이 확인되지도 않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씨 비리의혹을 발표했다가 비난을 자초했다.

검찰은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사저 의혹 수사에서 관련자 7명에게 모두 ‘면죄부’를 주었다. 헐값 매입이나 부동산 실명제법 위반 등에 대해 ‘혐의 없음’ 판정을 내렸다. 이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에 대해서는 서면조사만 한 차례 했을 뿐이다. 청와대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에 대한 재수사도 마찬가지다. 배후는 박영준 전 지경부 차관, 증거인멸의 몸통은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임을 밝혀냈을 뿐이다. 불법사찰의 몸통과 증거인멸 윗선, 입막음용 자금의 출처 등은 규명하지 못했다.

이러한 수사결과는 검찰이 얼마나 살아 있는 권력을 스스로 ‘수사의 성역’으로 치부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만 가중시켰고 국회의 국정조사와 특검수사가 불가피해졌다. 여야 모두 검찰 수사의 미진함을 성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특검에 방점을 찍고 있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국정조사 및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19대 국회는 아직도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아 개원도 하지 못한 채 손을 놓고 있다.

경실련이 지난 14일 김재철 MBC사장을 업무상배임 및 부동산실명제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에 앞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시민사회는 이들 권력형 비리사건에 대해 분노하고 나섰다. 특히 민간인 불법사찰은 이대로 넘어갈 수 없는 중대범죄이다. 권력을 사유화한 자들이 정치인은 물론이고 노동, 언론, 시민사회 인사들까지 사찰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불법사찰을 위해 대포폰을 만들고 증거를 인멸하는 불법과 탈법을 서슴지 않은 데다 시민의 일상을 감시하고 꼬투리를 잡아 생업마저 포기하
도록 만들었다.

민간인 불법사찰 은폐의혹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비상행동은 “국
가권력이 시민의 기본권을 짓밟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파괴한 국기문란 사건”으로 규정했다.

비상행동은 “19대 국회가 민간인 불법사찰 진상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실시하여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사건 관계자들을 국민 앞에 불러내 낱낱이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도 “국회는 조속한 시일 내에 MB 내곡동 사저 사건과 함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해서도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와 함께 특검법을 도입하여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검찰개혁이 되었다. 검찰의 수사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수사기구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상설 특검이든 고위공직자비리조사이든 검찰이 중립적 판단을 내리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안을 수사할 수 있는 상설 수사기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추진하기 위한 국회차원의 계획이 시급하다.


김주언 편집인

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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