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선

한밤중, 가축들이 마을의 외딴 공터로 모였다.
주인으로부터 벗어날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가축들은 벌써 해방이라도 된 듯 들떠 있었다.

“우리가 힘을 합치기만 하면 사람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먼저 사람에게서 벗어날 방법을 의논해주셨으면 합니다.”

의장인 염소의 말이 끝나자 가축들이 민첩하게 같은 종끼리 둥글게 모여 의논을 시작했다.

그러나 개들은 의논을 하지 않고 똥오줌이 마렵다며 공터 옆의 콩밭을 들락거렸고, 고양이들은 웅크린 채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푸른 눈만 껌벅였다. 닭들도 병아리가 걱정된다며 서성댔다.

“힘을 합쳐 사람들 코에 코뚜레를 꿰겠습니다.”

황소들이 맨 먼저 의논한 방법을 내놓았다.
말들은 사람의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고, 돼지들은 사람을 꽁꽁 묶어 우리에 몰아넣겠다고, 염소들은 사람에게 약초 즙을 먹여 영원히 잠재우겠다고 했다.

“우리들은 날마다 밥을 주는 주인님이 고맙습니다. 가축 여러분이 불행한 것은 주인을 나쁘게만 보고 세상도 삐딱한 시선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긍정적인 눈을 뜨면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고 행복해집니다.”

개들 중의 한 마리가 자신들의 생각을 확연히 드러냈다.
고양이들이 날카로운 울음소리로 동감을 표현했고 수탉들도 벼슬을 세우고 꼬꼬댁거렸다.

“쓸개 빠진 변절자들. 저 개, 고양이들 때문에 세상이 퇴보해.”

황소와 말들이 치를 떨었다.
개와 고양이들은 불평만 하는 미련한 우마들 탓에 세상이 시끄럽다며 이빨을 갈았다.
양편의 적의가 공터에 깔린 어둠보다 두터웠다.

“생각이 다 같을 수는 없지요. 뜻을 달리한다고 싸워서야 되겠습니까. 생각이 다르신 분은 가셔도 좋습니다.”

염소의 차분한 음성이 험악해진 가축들을 진정시켰다.
개와 고양이, 닭들은 미련 없이 떠났다. 염소, 돼지들도 눈치 보며 슬금슬금 빠져나갔다.

“좋은 의견이 많이 나왔습니다만, 의견을 하나로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염소가 어수선해진 가축들을 다독이며 회의를 진행했다.
짐승들은 게으르게 몸을 돌려 또 어김없이 끼리끼리 머리 맞댔다.
염소에게 내놓는 묘책도 한결같았다.

“제발 모두 의논해주세요. 우리가 하나로 뭉치지 않으면 목줄을 벗지 못한다니까요.”

염소가 답답한지 발을 쾅쾅 굴렀다. 몽롱한 눈을 한 가축들은 또다시 따로따로 뭉쳐 섰다.

꼬기오. 수탉들이 주인들의 새벽잠을 깨우고 있었다.
염소는 황급히 가축들을 해산시켰다.
가축들은 쓸데없는 회의로 잠만 망쳤다고 투덜대며 뿔뿔이 흩어져 돌아갔다.

한정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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