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우리 땅 독도가 우리나라 대통령을 처음 만난 시간이다.’ 새누리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의 방문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일…. 대통령이 우리나라 영토에 대한 수호의지를 표시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긍정적 평가는 국내 정치 상황을 염두에 둔 그럴듯해 보이는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

청와대

지난 10일 독도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대형 태극기가 새겨진 조형물을 만져보고 있다.

대외적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일본의 침략 행위에 대한 항의 효과는 물론 독도의 주권국으로서의 의지와 위상을 일본과 국제사회에 확인하는 고도의 외교적 수단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왜 필요한지 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허공에 주먹 휘두르며 고함지르는 꼴이다.

만약 일본의 독도 침략 행위에 대한 대응조치였다면 2월 22일의 다케시마의날 기념식, 4월 11일에 일본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도쿄대회에 맞춰야 했다.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일본의 공세가 이어지며 독도 문제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만약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일본의 공세를 예상하지 못했다면 독도문제의 ABC도 모른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한 꼴이다. 또한, 일본의 공세가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면 국내 정치 상황을 모면하려는 정치적 판단 즉 독도를 정치적 희생물로 삼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울고 싶은 놈 따귀 때린 격이다.
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무상은 한국이 독도 문제의 국제사법법원(ICJ) 제소에 응해야 한다며, 독도 문제의 ICJ 제소 카드들 다시 꺼내 들었다. 보도에 따르면 독도·센카쿠 제도·쿠릴 4개 섬(북방영토)을 전담하는 조직을 설치할 것이라고 한다.

ICJ 제소는 지금 당장 위협으로 다가오지 않겠지만 전담 기구 설치 주장은 일본의 독도 정책이 지금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예고이며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다.

전담 조직 설치는 2005년에 다케시마의날을 제정한 시마네현이 해마다 일본 중앙정부에 요구하는 「중점요망사항」 가운데 하나이다. 만약 전담 조직이 설치된다면 북방대책본부에 독도 문제가 추가되거나 북방대책본부와 유사한 형태의 새로운 기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북방대책본부는 북방영토(쿠릴 4개 섬) 문제 해결을 위해 내각부에 설치된 특별기관으로 북방영토와 관련된 정부 부처의 정책 통일, 외교 교섭, 국민 여론 결집과 고양을 위한 홍보·계발 활동 지원, 정책 추진을 담당하고 있다. 내각부 북방대책본부를 중심으로 관계 부처, 북방영토문제대책협회, 북방영토반환요구운동 등 관련 단체가 결합하여 대국민 활동을 하고 있는데 2012년 예산은 18억2천9백만 엔이다.

현재 일본 도도부현에는 북방영토반환요구운동○○현민회의(현민회의)가 설립·운영되고 있다. 시마네현에는 다른 지방과 달리 다케시마·북방영토반환요구운동시마네현민회의(이하 시마네현민회의)가 설립되어 있다.

일본 정부가 전담 기구를 설치한다면 독도 문제를 활동 대상에 추가하는 북방대책본부에 독도문제를 추가하는 <다케시마·북방대책본부>의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북방대책본부의 전국 조직력과 활동 역량이 독도까지 확대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

일본 정부, 민간단체가 결합한 북방영토반환요구운동은 매우 조직적이며 실질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2월 7일을 북방영토의날로 정해 기념식과 북방영토반환요구전국대회를 여는데 총리, 각 정당 대표, 반환운동 관계자가 참석하고 있다. 또한, 매년 8월과 2월을 북방영토반환운동전국강조의달로 정해 전국에서 집회, 전시회, 강연회를 열고 있다.

독도를 울릉도의 부속 섬으로 정한 1900년 10월 25일의 대한제국 칙령 제정을 기념하는 ‘독도의날’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일본에서는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북방대책본부와 같은 기능을 하는 조직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정부와 민간의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 설립된 동북아역사재단이 있지만, 오히려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을 정당화는 이론을 개발하고 책자를 발행하는 등 반국가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심지어 대한민국의 국가기록이 다 옳은 게 아니라며 1950년대 독도경비사를 부정하며 독도의 국제법적 지위 하락을 자초하기도 했다. 국가보훈처, 행정안전부, 교육과학기술부, 경상북도, 울릉군도 매한가지다.

독도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독도의 국제법적 지위 하락을 자초하고 있는 이러한 행정부 수반의 지위를 겸하고 있다. 이 모순을 어찌할 것인가?

#에필로그
독도 정상에 오른 이명박 대통령은 철제 난간을 만지며 이렇게 말했다.
"안전시설물은 튼튼하게 지어야 해요. 경비대원들이나 관광객들의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2011년에 일반인의 독도 입도를 금지해 관광객들이 독도 정상에 오를 수 없다. 관광객들의 안전사고가 일어날 일이 없으니 걱정은 접어두시라.

김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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