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시민사회 대선 딜레마

안철수-민주통합당 후보 선택 갈림길 곤혹스런 입장
시민후보 성사땐 민주주의 정당정치 약화시킬 것 우려

지난 7월 <안철수의 생각>이란 책을 내고 힐링캠프에 출연한 이후 안철수 교수에 대한 지지가 매우 높아졌다. 그 결과 현재 대선 경쟁은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 대 안철수 교수의 양강 체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다보니 예비 경선을 마치고 현재 본 경선에 진입하고 있는 민주당 후보의 모습이 좀처럼 부각되지 않고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이 같은 현실에서 진보적 시민사회는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나? 아마도 안철수 교수가 부상하지 않고 따라서 민주통합당 후보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가 되었더라면, 사태는 간단했을 것이다. 진보성의 기준으로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하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철수 교수 출마의 가능성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는 지금, 안철수 교수와 민주통합당 후보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할 진보적 시민사회의 입장은 매우 곤혹스럽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안철수 교수와 민주통합당 후보 사이에서 진보적 시민사회가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 할지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진보적 시민사회가 취할 수 있는 방안은 다음과 같이 구분해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현재로서는 그 당선 가능성이 높은 안철수 교수를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방안이다. 둘째 본 경선을 통해 등장할 민주통합당 후보를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방안이다. 셋째는 양자의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질 때까지 기다리면서 또는 그 단일화를 적극 추진하면서, 이에 개입해 나가는 방안이다.

이론상이야 위의 세 방안이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진보적 시민사회가 추구해나갈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방안은 아마도 위의 세 번째 방안일 것이다. 당장은 첫 번째 방안이나 두 번째 방안을 취한다 할지라도, 후보 단일화의 요구가 매우 큰 상황에서 진보적 시민사회는 이를 적극 추진하면서 이에 직접 개입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보적 시민사회는 어떠한 후보 단일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나? 이와 관련하여 진보적 시민사회가 가장 먼저 고려해볼 수 있는 방안은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 적용된 박원순 모델일 것이다. 여기에서 박원순 모델이란 시민사회의 박원순 후보가 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에서 승리하여 민주통합당의 지원을 받으면서 시민후보로서 서울시장에 당선되었던 모델이다.

구체적으로 이 모델을 이번 대선에 적용할 경우 그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시민사회의 안철수 교수는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화에서 승리하여 시민후보 또는 국민후보가 되며, 이렇게 대통령 후보가 된 안철수 교수가 민주통합당의 지지를 받으면서 대통령에 당선되는 시나리오가 그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제기될 문제는 과연 이러한 사니리오가 원활히 작동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선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제기될 문제는 민주통합당이 이에 응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이기기 위해서는 민주통합당이 이 같은 박원순 모델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각 급 선거 중 가장 중대한 선거인 대통령선거에서 자신의 후보를 내지 못한다는 것은 정당으로서의 존재 가치에 대한 의문까지 불러일으킬 치명적인 치부이다.

따라서 설사 안철수 교수가 후보 단일화의 승자가 된다 할지라도, 민주통합당은 그 조건으로서 안철수 교수의 민주통합당 입당을 끝까지 주장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물론 안철수 교수의 입당 시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조정 여지가 있겠지만 말이다. 반면 안철수 교수의 민주통합당 입당은 시민후보 또는 국민후보로서의 그의 명분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지지도조차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민주통합당 입당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안철수 교수의 입장일 것이다.

다음으로 안철수 교수가 후보 단일화에서 승리하여 시민후보 또는 국민후보로 대선에 나선다 할지라도, 그것은 그의 당선 여부를 넘어 우리의 정당정치를 매우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 경우 그 약화는 장기적으로 우리 민주주의의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아무튼, 진보적 시민사회의 고민은 이래저래 더욱 커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