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들이 일하는 악기 공장이 있었다.

부자가 될 꿈에 부푼 악기공장 주인은 여러 군데에 새 일을 벌이는 한편 악기를 빨리 만들라고 양들을 재촉했다.
하지만 양들은 딱 그만큼의 악기만 만들었다.

주인은 양들이 일하기 싫어서 일부러 굼뜨게 일하는 것이라고 의심했다.

주인의 눈에는, 양들이 일하다 말고 창밖을 바라보며 엉뚱한 생각에 잠기거나, 다른 양과 잡담을 나누거나, 오줌똥을 누러 나갔다 뜰을 거닐거나, 눈감고 되새김질하거나 하는 행동들이 빈둥대는 것으로 보였다.

주인은 악기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해 늑대에게 양들의 관리를 맡겼다.

“양들이 쓸데없이 허비하는 시간을 더해보니 두어 시간 남짓이 되더군. 딴 생각을 하지 않도록 창문을 모조리 막고 말을 듣지 않는 자는 본때를 보이게.”
주인이 늑대에게 지시했다.

늑대는 양들에게 일하는 동안에 바깥출입과 잡담을 금지한다고 알렸다.
그리고 당장 창문 밖에서 판자를 대고 못을 쾅쾅 박았다.

“창을 막으면 안 됩니다. 창은 우리 숨통입니다.”
한 숫양이 소리치자 다른 양들도 따라서 소리쳤다.

늑대가 숫양의 옆구리를 물고 창고로 끌고 갔다.
창고에서 짧은 외마디 비명이 끊어진 한참 후, 늑대 혼자만 밖으로 나왔다.

그 날 이후부터 늑대는 양들이 조금만 느리게 손을 움직여도 늑장부리며 꾀부린다는 꼬투리를 잡아 매일 한 마리씩 창고로 끌고 갔다.

양들은 어둑한 곳에서 제자리를 벗어나는 일 없이 부지런히 손을 놀렸지만, 악기가 더욱 더디게 만들어졌다.

습습한 공장 벽에 눈코가 매캐해지는 검푸른 곰팡이가 번져갔다.
점차 양의 수가 눈에 띄게 줄었고, 악기 생산량도 뚝 떨어졌다.

의아하게 여긴 주인이 불시에 나타나 창고에 쌓인 양가죽 더미를 발견하고 늑대를 다그쳤다.
늑대는 시킨 대로 열심히 관리한 것뿐이라고 맞고함을 지르더니 휭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주인이 양들에게 또 다른 악기를 제작시켰다.
속이 텅 빈 절구 모양에 양피를 덧씌운 악기였다.
주인은 악기가 팔리는 즉시 건초를 가져 오겠다는 말로 양들을 구슬렸다.

그런데 주인이 홀연히 종적을 감췄다.
주인은 일이 순조롭게 풀리지 않자 악기 값을 챙겨 꼼꼼 숨어버린 것이다.
주인을 목 빠지게 기다리던 양들이 풀을 찾아 떠났다.

어느 날, 무덤처럼 괴괴한 공장에서 굿거리장단이 흘러나왔다.
홀로남은 양이 장구를 치는 소리였다.
덩더궁 덩더궁 덩더 궁더 궁더궁...

숲속의 동물들이 장구 소리가 울려나오는 곳으로 몰려들어 웅성댔다.
동물들이 밖으로 닫힌 그 창문을 두드렸다.

한정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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