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산업 구조조정 여파로 중소 조선사와 조선기자재 업체 등은 물론이고 철강·기계 등 관련 산업 전반이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거제, 통영, 고성, 창원으로 이어지는 부산, 경남의 동남권 산업 지형 역시 속수무책으로 흔들리고 있다.

이에 한국노총, 민주노총, 조선업종노조연대와 야3당 원내대표(더민주당 우상호 의원,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 정의당 노회찬 의원)는 9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위기의 조선산업, 벼랑 끝 조선노동자, 올바른 해법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정치권과 관계당사자, 전문가들의 입장과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 (사진=한국노총부산지역본부)

김동만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박근혜 정권 이후 노동자들의 일상은 바람앞의 촛불보다 못한 신세로 전락했다”며 “어떻게든 살려고, 한번쯤은 인간답게 살아보려고 죽을 힘을 다해 발바둥쳐도 돌아온 것은 해고와 잔인한 죽음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국회가 하루 빨리 나서서 여야, 노사정, 피해 당사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들어 주기를 요청한다”고 말하고, “부실방만 기업을 국민의 혈세로 살리고, 노동자는 임금삭감에 해고로 내모는 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구조조정 정책을 국회가 막아달라”고 강조했다.

공동주최자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대우조선 부실화 과정에 청와대 서별관 회의가 중심에 있고, 대충 자금 지원하고 넘어가자는 대책을 내놓았다는 게 스스로 고백됐다”며 “어떤 과정을 통해 구조적 부실이 만연했고 대규모 실업사태까지 오게 됐는지 책임 소재를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청문회를 추진하겠다는 의지 표명이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역시 “노동자와 국민의 눈물만 강요하는 구조조정은 있을 수 없고, 부실화 과정에 책임이 있는 정부 관계자의 처벌을 계속 요구하겠다는 걸 이 자리에서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배가 침몰할 때 두 가지 대응이 있는데 하나는 타이태닉호 방식이고 하나는 세월호 방식”이라며 “타이태닉은 어린이, 여성, 노약자, 사회적 약자부터 먼저 구출한 방식이라면 세월호는 거꾸로 선장부터 탈출하는 방식이었고 작금의 정부 대응은 세월호 방식을 기조로 삼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대토론회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원보 이사장을 좌장으로 박종식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교수(한국 조선업 현황 및 정부 구조조정의 문제점)와 신원철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조선산업 노동시장 구조의 문제점과 대안-고용조정 문제를 중심으로) 두 명의 전문가로부터 산업정책·고용정책의 측면에서 조선업 구조조정의 문제점과 대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주제 발표를 한 박종식 교수는 “어제 정부 대책을 보니 사실상 조선산업을 사양산업으로 규정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금융 주도의 대책을 발표하면서 대외적인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 호황기를 염두에 둔 중국과 일본의 대책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면피성 대책으로 조선업을 사양산업으로 이끌고 간다면, 국가 경제 전체에 엄청난 후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기도 했다.

신원철 교수는 중층적 사회적 협의기구를 통해서 주요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이 반영되고, 특정 당사자에게 구조조정 및 고용조정의 피해가 일방적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특히 사내하청노동자의 특성을 고려하여 고용유지와 생활안정에 초점을 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노동계와 각 정당을 대표해서 나온 토론자들의 지정토론이 이어졌다. 노동계에서는 지역본부 문창수 조직본부장(한국노총 금속노련 조선분과 의장), 황우찬 조선노연 공동의장(금속노조 부위원장), 하창민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지회장,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이, 그리고 각 정당에서는 김경수(경남김해, 더민주당), 채이배(국민의당), 이정미(정의당), 김종훈(울산동구, 무소속 의원이 참석해서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구조조정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올바른 해법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경수 의원은 “정부는 조선산업에 대한 입장이 분명하지 않다. 분명한 입장 없이 구조조정해야 한다고만 하고 있다. 불황을 견뎌내고 호황기로 접어들었을 때 국가 전략산업으로서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책이 미흡하다”고 밝혔다.

▲ (사진=한국노총부산지역본부)

김 의원은 이어서 “위기에 대한 정확한 책임 규명 없이는 대책이 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며 “오히려 위기를 부추기면서 대규모 실업을 전제로 한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방식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노동계의 반응 역시 눈길을 끌었다. 지역본부 문창수 본부장은 조직금속연맹 조선분과 의장은 “조선업은 한국경제 발전과 함께해 온 국가적인 산업이다. 정부와 국책은행은 조선업을 돈벌이 수단으로 인식할 것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건 산업으로 육성·발전시켜야 한다”며 국가 경제 전체를 걱정하는 진단을 내놓았다.

한편 전날인 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는 “위기의 조선산업, 벼랑 끝 조선노동자, 당사자가 말한다” 증언대회가 한국노총·민주노총․조선업종연대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날 증언대회는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좌장으로 하여 전남서남지역 물량팀, 거제통영고성지역 물량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조선·해양부문), STX조선, 대선조선 노동자 6명이 직접 나와 현장에서 벌어지는 구조조정의 문제점을 생생히 폭로하고 요구안을 발표했다.

양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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