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 안전장치마저 지키지 못하는 환경부

제공=환경연합, 정리=양병철 기자 양병철 기자l승인2020.05.16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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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차관의 발언 매우 우려스럽다

“화학물질 인허가 패스트트랙 상설화 검토”…제대로 심의하는지 조차 의문

지난 12일 홍정기 환경부 차관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화학물질 인허가 패스트트랙을 상설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환경부 차관이 5월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0년 환경부 적극행정지원위원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환경부)

최근 한국 최대 화학기업이자 전 세계 10대 화학기업인 LG화학의 인도 법인 LG폴리머스 인디아 공장에서 유독가스가 누출돼 어린이 3명을 포함해 12명이 목숨을 잃는 등 10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러한 와중에 책임감과 무거운 경각심을 가져야 할 환경부 차관이 산업계 대변인을 자처하는 발언을 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지난해 일본의 수출 규제 대응을 위해 화학물질 규제를 완화한 지 일 년도 되지 않아, 4월 8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수출 활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으로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인허가 패스트트랙 품목을 159개에서 2배 이상 늘린 338개로 늘렸으며, 마찬가지로 신규 화학물질 시험자료 제출 생략 품목도 159개에서 338개로 확대했다. 정부조차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화학물질 안전장치를 불필요한 규제로 취급한 것인지 걱정스럽다.

▲ 제4차 비상경제회의 개최 「수출 활력 제고방안」 발표 (출처=산업통상자원부)

지난 22일 감사원은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안전관리 실태’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개정된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모든 시설은 정기검사나 안전진단을 받아야 하지만, 환경부는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환경부는 전체 취급시설 현황을 파악하는 대신 영업허가자 현황만 관리했으며, 허가가 면제된 취급자 현황은 파악하지 않고 있었다. 특히 유해화학물질 운반용기 안전기준 및 화학사고를 판단하는 기준조차 없어, 감사원으로부터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전체 현황을 파악해 적절한 검사·진단 대상과 주기를 설정하는 방안과 관리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요구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LG화학 등 여수산단 대기오염 배출 조작에 이어 올해 들어 서산 롯데케미칼 폭발 사고, 군산 화학공장 사고 등 전국 곳곳에서 화학사고가 발생했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9년 3월까지 발생한 453건 화학사고 원인 중 시설관리 미흡이 194건으로 43%를 차지했다.

▲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안전관리실태 (자료=감사원)

공식적으로 확인된 화학사고 숫자만 해도 안타까운 상황에서, ‘화학사고 판단기준’ 조차 없어 드러나지 않은 화학 참사들이 얼마나 많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문제는 위험하고 빈번한 사고의 위험이 있는 산업단지 설비에 대한 안전관리 법제도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경제단체들의 몽니로 국내 유통되는 화학물질 등록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2018년 6월 기준 환경부에 등록된 유해화학물질은 총 343종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가 화학물질 규제 완화 품목 선정에 있어 제대로 심의조차 진행했는지 의문이다.

신규화학물질은 국내에 신규로 제조·수입되는 물질로, 유해성 정보조차 없는 미지의 물질이다. 어떠한 안전성 검증도 되지 않는 미지의 물질에 대해 최소한의 독성 정보도 등록하지 않고 유통·판매하겠다는 것은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라는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뜻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 지난해 여수산단 유해물질 배출조작 사건에 대해 규탄하는 시민결의대회 모습 (사진=여수환경운동연합)

또한 지난해 일본 수출 대응을 위해 한시적으로 화학물질 규제를 완화한 결과로 기업의 경제력을 높이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구체적인 자료나 효과성 검증도 없이 ‘상설화’ 운운하는 것은, 사실상 화학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한 무책임한 도전일 뿐이다.

지금 환경부는 화학물질 안전관리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는 이 상황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제도 개선이 우선이다. 그러나 이러한 책임을 망각하고 개발부처와 다름없는 행보를 보이는 환경부에게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어떠한 상황에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켜야 한다는 책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양병철 기자  bcyang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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