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이 대한민국의 상징을 파괴하는 정부

“설악산 케이블카 끝까지 막아 냅니다”

정부는 지난 11월 20일, 41년 만에 대한민국의 상징을 뭉그러뜨리는 착공식을 열었다. 환경운동연합을 포함한 환경단체는 서울과 지리산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강원도 양양으로 모였다. 우리는 41년 만에 설치하는 케이블카라는 그들의 잔치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새벽 4시에 지리산에서 출발한 버스와 아침 7시 서울 광화문에서 출발한 버스는 11시 전후가 되어 양양에 도착했다.

착공식장 앞에 도착하니 경찰 통제선과 철장으로 환경단체를 막아선 현장이 보였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에 명시된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공권력의 부당함을 강력히 표현했고 결국 쇠 찰상이 걷어졌다.

설악산 오색에 도착하니 산의 천이로 뛰어난 자연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부는 결국 사람의 손이 닿으면 자연은 망가지고 무너진다는 안타까운 진리를 무시하는 듯하다. 아마도 저 아름다운 자연에 케이블카를 짓고 호텔을 세우면서 자연을 향유하는 마음만으로 있는 건 아닌지 안타까움만 가득한 현장이었다.

설악산 오색 삭도는 지난 2019년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결정을 했지만, 2023년 2월 환경부에서 조건부 협의 결정을 내리며 사실상 협의를 결정했다. 환경적 부적합성을 뒤집은 정부는 부정적 경제성 평가마저 감추고 국비 지원은 단 1원도 지원되지 않는 오색 삭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색의 절경을 파괴하고 단 몇 명의 배를 불릴 게 뻔한 이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11월 20일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강원행동, 케이블카반대설악권주민대책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녹색법률센터, 한국환경회의는 기자회견을 통해 “환경 파괴와 사회 갈등을 부추기는 오색 삭도 사업 허가 취소 소송을 진행할 것”을 밝혔다. 일주일 만에 1,120여명의 시민이 사업 허가 소송 원고인단으로 참여해 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설악산엔 이미 케이블카가 있다. 박정희 정권은 지난 1971년 본인 사위에게 케이블카의 운영을 독점하게 한 권금성 케이블카가 있다. 하지만 권금성의 주변은 1960년에 갖고 있던 자연성을 모두 잃어버리고 석산으로 변한 사실을 아무도 관심 두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

바위 위에 뿌리를 내린 잣나무는 지금도 사람의 출입으로 인해 흙이 점점 사라지고 뿌리를 내릴 수 없어 넘어져 말라 죽은 고목으로 변해가고 있다. 정부는 외설악은 권금성 케이블카로, 남설악은 오색 케이블카로 최상위 보호구역을 망치고 있다.

현장엔 한덕수 총리, 김진태 강원도지사, 김진하 양양군수가 참여한 설악산 오색 삭도 착공식엔 국립공원을 보전하는 목적을 가진 국립공원공단 이사장도 모습을 보였다. 총리의 차량이 나타나자, 경찰은 방패를 들고 환경단체 활동가들의 앞을 둘러싸고 막아서기도 했다.

환경단체 활동가는 강원도민, 양양군민과 함께 “설악산 케이블카 취소하라”라고 목이 터지라고 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우리는 오색 케이블카가 설치되지 않게 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전국에서 모인 우리 활동가는 네 시간이 넘는 집회에 목이 터져라 정부와 강원도 그리고 양양군을 규탄했다. 하지만 오색 삭도 착공식에 참여한 양양군은 산불관리 기간에 폭죽을 터트리며 우리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설악은 우리나라의 상징이다. 지금도 지자체에선 설악이 무너지길 기다리며 국립공원에 케이블카와 산악열차를 설치하겠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우리는 설악산 케이블카가 취소될 때까지 끝까지 막아낼 것이다. 시민들의 지지와 목소리는 환경단체 활동가들의 가장 큰 원동력이다.

“시민 여러분, 저희와 함께 싸워주시고 응원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