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성인지적 관점에 대한 몰이해 규탄

한국여성의전화l승인2024.01.24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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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성인지적 관점에 대한 몰이해를 규탄한다!

- 사법부는 대법관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성평등한 판결을 위해 노력하라

지난 1월 4일, 대법원 2부는 지하철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하며 ‘성인지적 관점’을 언급하였다. 그러나 성인지적 관점이 언급된 맥락이 판결 요지와의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그 의도가 매우 의문스럽다. 본 판결문에서 성인지적 관점에 대해 기술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에는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여야 하므로, 개별적ㆍ구체적 사건에서 성범죄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지만(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등 참조), 이는 성범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제한 없이 인정하여야 한다거나 그에 따라 해당 공소사실을 무조건 유죄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성범죄 피해자 진술에 대하여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여 보더라도,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타당성뿐만 아니라 객관적 정황, 다른 경험칙 등에 비추어 증명력을 인정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즉, 성인지적 관점에 따라 성폭력 사건을 재판하더라도 ‘무조건’적으로 피해자 진술을 인정하거나 유죄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미 법리로서의 성인지적 관점(성인지 감수성)은 당연히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인정하거나, 성폭력 사건 모두를 유죄로 판단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성인지적 관점이 형사 재판에서 처음 적용된 2018년의 판례를 포함하여 이후 여러 판결에서도, 성인지적 관점은 피해자의 진술이 ‘무조건’적인 신빙성을 가져야 하는 근거로 사용되지 않았다. 2018년 판례에서는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우리 사회에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나 인식, 구조 등이 존재하기에 피해자가 성폭력에 대처하는 양상은 달리 나타날 수 있으므로 그 개별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피해자가 성폭력 사건 이후에도 가해자와 연락 혹은 만남을 지속해서, 사건 이후 수치심과 무력감이 아닌 다른 감정과 대처를 보여서, 가해자와 연인 혹은 부부관계였다는 등의 통념을 근거로 피해자의 진술을 배척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취지와 맥락에 무지한 것인지, 일부러 눈 감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대법원으로서의 자질이 매우 의심되는 법리 해석임에는 분명하다. 현재까지 여전히 성폭력에 대한 통념으로 재판 과정에서 고전하고,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가 처한 현실을 고려하면 본 서술은 가히 모욕적이기까지 하다.

이번 판결의 주심이었던 천대엽 대법관은 2021년에는 별거 중이던 남편의 주거침입행위가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주도하며 가정폭력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내었다. 2022년에는 수많은 피해자에게 성폭력을 저질렀음에도 성범죄가 아닌 ‘뇌물’로 기소, 이후 공소시효 만료 등으로 제대로 처벌되지 않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무죄를 확정하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면죄부를 주기도 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5개년의 조사 결과, 법관의 절반은 성인지 의무교육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잘못된 판결에 있어 징계나 처벌 규정으로 판사들을 제지할 수 있는 제도도 부재한 상태다. 여성 대법관의 비율이 낮은 것 또한 대법원의 성차별적 인식에 기여하는 요인으로 보인다. 12명의 대법관 중 여성 대법관은 단 2명에 불과하며, 그중 한 명은 올해 8월에 임기가 만료된다. 차기 대법관 후보자에 있어서도 총 42명 중 7명만이 여성으로, 후보에서조차도 다양성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1월 25일, 천대엽 대법관을 포함, 총 10명이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대법관후보자추천위원회가 열린다. 본 위원회에서는 후보자 명단을 바탕으로 대법관 적격 유무를 심사하여 추려진 후보자를 대법원장에 추천할 예정이다. 대법원은 성인지적 관점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대법관을 임용하는 것에서부터 변화의 첫걸음을 떼라. 판결의 최종 심판을 담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하급심 판결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대법원은 그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여성폭력 사건에 있어 피해자의 인권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는 판결로 사법 정의를 실현하라.

(2024년 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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