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누구나 아프면 쉴 권리 보장하라”

모두를 위한 상병수당제도 실시 촉구 기자회견 양병철 기자l승인2024.03.2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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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면쉴권리공동행동(준)은 19일 오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일하는 누구나 아프면 쉴 권리 보장하라!”- 모두를 위한 상병수당제도 실시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아파도 쉬지 못하고 일해야만 하는 현실과 보호제도 부재의 문제점, 한국형 상병수당 시범사업의 문제점 및 정부의 역할, 아프면 쉴 권리 보장을 위한 상병수당과 유급병가제도 도입 필요성에 대한 발언과 기자회견문 낭독, 상병수당제도 실시를 촉구하는 퍼포먼스가 있었다.

▲ (사진=참여연대)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우리 사회는 노동자 건강은 사회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임을 인식했지만, 많은 노동자가 여전히 아픈 상태에서 일하고 있다. 유급병가가 법으로 보장되어 있지도 않고, 상병수당도 제도화되어 있지 않다.

정부는 22년 7월부터 6개 지자체에서 모든 취업자를 대상으로 최저임금의 60%를 지급하는 1단계 시범사업을 했고, 23년 7월부터는 4개 지자체에서 소득 하위 50% 취업자를 대상으로 2단계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 보도자료를 통해 24년 7월부터는 3단계 시범사업을 한다고 발표했다.

한국형 상병수당 시범사업의 급여 수준은 최저임금의 60%(일 47,560원)인데 소득 보장의 실효성이 많이 떨어지고, 2단계 시범사업은 급여 대상자를 소득 하위 50% 이하 취업자로 제한하고 있다. 또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고용보험가입자, 자영업자만 신청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고용보험이 없는 프리랜서나 이주노동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한 사각지대의 노동자들은 보호의 범위에서 제외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2024년 7월부터 진행되는 3단계 시범사업은 대기기간을 7일로 늘이고 의료일수모형을 없애는 등 더욱 축소된 선별 복지 형태로 진행되는 시범사업을 볼 때 2025년 본 사업의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

이에 한국형 상병수당 시범사업의 한계를 개선하여,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는 제도로 고쳐서 실시하도록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이날 진행했다.

[기자회견문]

윤석열정부는 시범사업이 끝나는 2025년 제대로 된 상병수당을 도입하라!
소득 하위 50%만 해당하는 특정계층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은 누구나 보편적으로 누리는 상병수당을 도입하라!
아프면 쉬어도 해고되지 않을 권리 법으로 보장하라!

상병수당은 일하는 사람이 직업 관련성이 없는 질환으로 아파서 쉴 경우 평소 소득을 일정 정도 보장해주는 사회제도이다. 본인이 아프다고 느낄 때 쉴 수 있고 적절한 의료이용을 할 수 있으면 큰 병으로 가는 경우, 사고 발생을 줄일 수 있을 텐데 아파도 쉬지 못하고 무리해서 계속 일하다 보면 큰일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국은 작업관련성 질환 발생률도 세계적으로 높은 국가이지만 산재 인정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한국은 세계에서 상병수당이 제도화되어 있지 않은 거의 유일한 국가이다. 원래 미국도 없지만, 주마다 유급병가제도가 있어서 사실상 한국만 제대로 된 상병수당이 없다. 하지만 한국도 공무원이나 대기업은 유급병가가 있다. 일반 서민들만 이러한 제도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코로나19 시기 아파도 쉬지 못한 현실 때문에 감염병이 쉽게 퍼지는 문제를 보고 본격적으로 한국도 상병수당 제도화가 논의되어 드디어 2022년부터 3년간 시범사업이 도입되었고 드디어 내년 2025년에는 꿈에 그리던 상병수당 제도화가 눈앞에 다가왔다.

그러나 지금 진행되는 상병수당 시범사업을 보고 있으면 한숨만 나오게 된다. 벌써 내년이 본사업 시행시기이지만 과연 제대로 제도가 도입될까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우선 상병수당 사업은 소득계층에 상관없이 모든 시민에게 적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윤석열정부 들어 시범사업에 도입되기 시작한 소득하위 50%만을 대상으로 하는 시범사업은 최초 상병수당 제도 도입 시 정책 취지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최하층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낙인이 발생할 수 있다.

다음으로 상병수당은 유급병가와 함께 도입되어야 한다. 실제 해고가 두려워 상병수당을 신청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 아파서 쉬어도 해고되지 않을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는 유급병가제도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 상병수당을 받는 기간은 물론이고 상병수당을 받기 위해 대기하는 기간에도 발생하는 소득상실을 보상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질병 치료로 인해 발생하는 노동력 손실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고용주가 함께 고통을 분담해주어야 하고 고용주가 특정되기 어려운 플랫폼 노동 및 영세사업장 노동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유급 병가를 보장해주도록 사회제도가 설계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상병수당은 65세 이상 제외 및 이주민 제외 등 특정계층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노동하는 사람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행 시범사업에는 65세 이상 나이 제한 및 이주민 제외 등 특정계층을 배제하고 있다. 본사업에서는 누구나 상병수당제도를 누리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상병수당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상병수당 원칙으로 이전소득의 2/3는 보장하되 상병수당 하한 및 상한 설정과 중복 수령방지 등을 통해 소득계층 간 소득 격차가 완화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특히 현행 상병수당 시범사업의 보장내용은 시범사업임을 고려하더라도 너무 빈약하다. 보장액수도 일당 4만 7천원 정도로 정액이고 보장 기간도 최대 3개월로 너무 짧다.

아울러 상병수당 신청과정에서 아픔을 증명하거나 소득을 증명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여 시민의 보편적 권리로서 아프면 쉴 수 있는 제도 시행이 방해받는 것도 문제이다. 의사의 진단서로 별도의 노동능력 진단 없이 상병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상병수당제도와 산재 등 유관제도와 연계도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상병수당 제도 시행에 시민의 참여를 적극 보장해야 한다. 어떻게 시범사업이 설계되고 본사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막상 수혜자인 시민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제도 설계과정을 투명하게 설계하고 운영에도 시민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모두에게 적용되는 상병수당제도가 시행되기를 바라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아프더라도 실직하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유급병가, 해고금지 등 안전망을 마련하라.
하나, 아프면 생계 걱정 없이 충분히 쉴 수 있도록 보장성을 강화하라.
하나, 일하는 모든 이들이 아프면 쉴 수 있도록 보편적 전 국민 상병수당 제도를 도입하라.
하나, 65세 이상, 이주민을 차별하고 배제하지 않는 공평한 제도를 마련하라.
하나, 상병수당 제도 설계와 평가에 노동자와 시민의 참여를 보장하라.

(2024년 3월 24일)

양병철 기자  bcyang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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