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지대문제의 올바른 해법

지난 4월 29일 상지학원 구성원들은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상지대 정이사 추천비율을 종전이사(5) : 학내 구성원(2) : 교과부(2)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는 부정 입학 등의 죄목으로 교육 현장에서 퇴출된 김문기 전이사장에게 학교 경영권을 되돌려 주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에 상지학원 구성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중심으로 즉각 전면적인 대응에 나서, ‘교과부의 재심청구’와 ‘사분위의 4월 29일 결정의 무효화’를 요구하며 비리구재단 복귀반대활동을 전개해 왔다.

290일 이상 지속시켜왔던 철야 천막농성을 확대하여 연좌농성을 하고 있고, 교수?학생?직원들의 삭발 및 교과부 앞 단식농성 등을 진행해왔다. 특히 총학생회는 사분위 결정의 무효화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학생으로서의 최후의 저항권 행사를 위해 무기한 동맹휴학을 벌이기로 결정했고, 급기야는 6월 24일부터 시작된 학기말고사 거부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모두 4월 29일 사분위의 잘못된 결정에 기인한 것이다.

사분위는 2007년 7월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통해 신설된 기구로서, “임시 이사의 선임과 해임, 그리고 임시이사가 선임된 학교 법인의 정상화” 등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하는 기구이다. 그러나 최근 조선대와 세종대, 그리고 상지대 관련 결정을 살펴볼 때, 사분위가 설립 취지에 걸 맞는 결정을 내리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품게 한다. 오히려 교육부패로 물러난 자의 비리를 세탁해 주면서, 합법적으로 학원의 운영권을 돌려주는 통로 구실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6월 3일을 기점으로 상지대 문제는 새로운 국면에 놓이게 됐다. 4월 29일 이후 한 달이 넘도록 구체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던 교과부가 사분위에 ‘청문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청문요청이 아니라 사립학교법이 규정하고 있는 관할청의 역할인 ‘재심청구’를 하는 것이 합당한 조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교과부의 청문요청은 미흡하지만 문제해결을 위한 새로운 논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청문회가 이루어지려면 다음의 몇 가지 사항이 반드시 지켜져야 된다.

첫째, 그 형식은 ‘공개’청문회가 되어야 한다. 필요하면 언론의 취재 뿐 아니라 방송사의 중계도 전면 허용해야 한다. 공개청문회의 형식은 최근 상지대 현안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데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소위 ‘사분위의 내부원칙’에 김문기 씨가 합당한지의 여부가 집중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사분위가 자체적으로 정한 “상지대 대법원판결의 취지에 따라 종전이사에게 정이사 과반수의 추천권을 부여한다.”는 기준은 상지대 대법원판결의 취지에 대한 왜곡과 오해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백번 양보해서 이 원칙을 인정한다고 해도, 김문기 씨는 사분위가 정한 원칙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김문기 씨는 1978년부터 1993년까지 15년 간 이사회를 열지 않아 당시 교육부가 임원선임을 취소시킨 자이므로 “임시이사가 선임되기 전에 적법하게 선임됐다가 퇴임한 정식이사”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사분위에서는 “사학비리가 심한 경우는 예외로 한다.”는 ‘사분위의 내부기준’ 상의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과거 김문기 씨는 언론에서 ‘사학비리 종합선물세트’라고 부를 정도로 비리가 심했고, 결국 부정입학 등의 혐의로 1년 6개월의 형을 선고 받고 복역했던 자이다. 이번 청문회에서 ‘사학비리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는 김문기 씨가 “사학비리가 심한 경우”에 해당되는가의 여부가 철저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만일 청문회 결과 4월 29일 사분위 결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결론지어질 경우, 그에 따른 후속 조치가 마땅히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사분위는 청문회 결과를 반영한 책임 있는 후속 절차를 밟아야 한다. 절차는 다름 아닌 4월 29일 결정의 철회이다. 둘째, 교과부는 지금까지의 무책임한 자세에서 벗어나 주무부서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 셋째, 문제를 야기한 일부 사분위원들에 대한 임명철회가 이루어져야 한다.
대학은 신성한 교육의 장(場)으로,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인재를 배출하는 도량이다. 때문에 그 어느 곳보다도 공공성과 경영의 투명성이 담보되어야 하는 곳이다. 이번 청문회를 통해 사분위가 올바른 교육 이념과 철학에 근거한 결정을 내릴 근거를 마련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