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학등록금 문제는 피해갈 수 없는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다. 사실상 대부분의 고등학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상황에서 국민 대부분이 학부모로서 그리고 학생으로서 대학등록금의 고통을 겪고 있고, 이 문제야말로 우리 사회의 중요한 민생현안이라는 데는 아무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사실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려면 대학자체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정부의 공적 자금을 더 투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논의로 분명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사학의 운영이 투명하지 않으면 학부모와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뿐만이 아니라 이제는 국민세금으로 이루어진 정부지원금마저 비리사학의 쌈지돈이 되어버리고 만다. 결국, 사학비리를 척결하지 않고는 등록금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그동안의 사학비리의 문제점을 은폐하면서 오히려 비리사학에게 국민의 세금까지 퍼주는 꼴이 된다. 이런 점에서 사학비리척결은 등록금문제 해결과 대학구조조정을 위한 너무나 당연한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7일 대학등록금 논란과 관련하여 “지금 사학 중에서 등록금 장사만 하거나, 비리사학, 부정사학, 이런 사학도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맞지 않다. 사학구조조정은 조속한 시일 내에 병행해서 사학을 통폐합해야 한다. 그리고 존재가치가 있는 대학만 국가가 지원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학등록금문제에 대한 홍대표의 언급은 지난달 23일 야4당 원내대표들이 “실질적인 반값등록금이 되도록 고등교육재원기금을 마련하고, 사학재정의 투명성과 구조조정을 위한 방안과 함께 비리사학 복귀를 막기 위해 사학분쟁조정위원회제도의 제도개선을 추진한다.”고 합의한 데 이어 그동안 대학등록금문제에 대한 혼란을 정리하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귀중한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당연한 상식을 정면으로 거스르며 사학비리로 퇴출되었던 구재단을 전면적으로 복귀시키고 있는 몰상식한 국가기관이 있으니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사학에는 주인이 있고 과거에 비리를 저질렀어도 학교가 정상화가 되면 주인인 구재단에게 학교를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사분위는 그동안 영남대, 조선대, 세종대, 상지대, 광운대를 사학비리재단에게 돌려주는데 이어 지난 14일에는 대구대, 대구미래대, 동덕여대 등의 구재단 복귀를 결정하였다.

특히 상지대 구재단 김문기 전이사장의 경우에는 사학비리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복역한 대표적인 사학비리전과자로서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사람이다. 최근에는 정치자금비리로 중앙선관위에 고발되었고, 저축은행비리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그런데 사분위는 이러한 사람에게까지 정이사 추천권의 과반수를 부여하면서 상지대를 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다.

이 결정에 대해 상지대 구성원뿐만 아니라 교육단체와 시민단체, 그리고 국회 교과위 소속 의원들까지 그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사분위는 국민여론을 무시한 채, 김문기씨의 아들을 포함하는 상지대의 정이사를 선임하여 상지대를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안병만 전 교과부 장관은 국회교과위에서 사분위의 상지대결정의 문제점을 인정하지만 사분위가 독립기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고는 상지대 정이사 선임처분을 강행하였다. 이주호 현장관도 자신은 사분위의 결정을 번복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똑같은 변명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명은 궁색한 책임회피를 넘어서 직무유기라고 할 수 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과부장관은 사분위의 위법부당한 결정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장관의 정이사선임처분에 대해서도 직권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도대체 사분위의 역주행의 끝이 어디까지일까? 앞으로는 이명박 대통령이 비리 척결과 공정사회 구현을 외치고, 이제는 집권당 대표까지 사학비리 척결을 외치고 있는 이 순간에도 뒤로는 정부와 집권여당이 임명한 사분위원들이 비리사학재단의 복귀를 결정하는 역주행이 계속되고 있다. 홍대표는 사분위 결정전에 교수대표와 면담에서 사학비리는 반드시 척결되어야 하며, 사분위 문제는 이주호 교과부 장관과 협의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시간 후에 사분위는 대구대, 대구미래대, 동덕여대 등의 구재단 복귀를 강행하였다. 언제까지 우리 국민들이 이런 위장술을 용인할 수 있을까? 이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집권여당대표로서 얼마나 표리부동한지, 아니면 얼마나 무능한지 반드시 답해야 한다.

박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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