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전력 64% 소비하는 1%를 잡아야

‘전기요금 정상화’ 국회시민사회토론 안재훈l승인2013.09.12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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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간 한국의 전력소비량은 두 배 정도 늘어나는 가파른 증가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전력소비가 증가한 것의 원인이 여러 가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바로 ‘값싼’ 전기요금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심지어 등유보다도 싼 가격에 공급되고 있는 낮은 전기 가격은 전력수급은 물론 전력산업 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도 심각한 왜곡과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원전비리 등으로 전력난이 더욱 가중되었던 올 여름을 거치면서, 전력요금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산업계의 반발과 물가인상, 가계부담 증가 등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여전히 강하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4일 환경운동연합은 오영식·조정식 의원(민주당), 전하진 의원(새누리당)과 함께 전기요금 정상화에 대한 국회시민사회토론회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했다.

지난 4일 프레스센터에서의 전기요금정상화 토론회 모습.

반값 전기는 전력과소비와 세금낭비

발제에 나선 박창기 (주)에카스 대표는 “낮은 전기가격으로 인해 2000년에 비해 2011년에 전기소비는 86% 증가한 반면, 연료용 석유소비는 50%감소했다”고 지적했다. 난방에서도 연료를 직접 쓰지 않고, 전기를 사용하는 방식은 에너지 낭비이며, 그러한 낭비를 위해 핵발전소를 더 짓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어 발제에 나선 홍준희 교수(가천대 전기공학과)도 “최근 5년 동안 우리는 OECD유럽국가들의 반값 수준으로 전기를 공급해서 전기의 오남용과 전력수요 등을 늘렸다”고 비판했다. 그렇지만 오히려 “기업들의 전기생산성은 OECD 평균의 절반에 머무르는 문제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또 이러한 반값전기로 지난 5년간 산업계는 168조원의 간접이익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왜곡된 전기요금은 결국 전력의 과잉소비로 인해 전력수급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편 한국정부는 그동안 ‘저탄소녹색성장’을 표방했지만, 탄소배출량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고 전 세계 탄소배출의 7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전력부족을 이유로 2027년까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12기를 추가하는 6차전력수급계획을 세워 전력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전기요금인상으로 10만개의 일자리창출

박창기 대표는 이러한 전력문제를 해결할 3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첫째로 2024년까지 전기요금에 50%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박 대표는 이러한 정책으로 2024년 정부의 예측보다 81TWh의 수요감소, 복지재원과 에너지효율화를 위한 투자자금 34조원 확보, 일자리 10만개 증가의 효과를 예측했다.

두 번째로 30대 기업의 피크타임 전기가격을 SMP(시장가격)으로 책정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피크시간대 전기사용 억제, 자가발전 시설투자 촉진, 신규발전소 증설억제, 송전탑건설 감소, 한전적자 해소 등의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SMP(계통한계가격)은 전력거래소에서 매 시간별로 결정되는 전력가격을 의미하는데 전력수요가 많은 시간에는 가격이 올라간다.

세 번째로 박 대표는 에너지효율향상의무화제도(EERS, Energy Efficient Resources Standard) 도입을 이야기했다. EERS는 고효율 조명장치, 효율적인 모터, 단열 설비 등 전기 절약 시설 투자시 정부나 전력회사가 보조금을 주는 방식으로 에너지절감을 유도하는 정책이다. 박 대표는 실제로 아파트 지하주차장 스마트 조명교체사업에 이를 적용하면, 3500억원의 정부예산으로 10년간 3조원 규모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1%만 전기요금 올리면...

홍준희 교수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전력문제를 해결한 호주의 사례를 소개했다. 호주는 90%이상의 전력을 석탄화력발전을 통해 생산해서, 2007년에는 OECD 중 가장 전기요금이 싼 나라였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지역별로 50~70% 전기요금을 인상을 통해 전력수요가 20~30% 수준으로 감소하고, 2010년부터는 감소세로 전화되었다고 한다. 또한 이를 통해 2.3GW의 태양광발전이 신규설치되고, 0.1% 이상 경제성장을 이끌어냈다.

홍 교수는 한국에서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의 ‘새로운 전기요금’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홍 교수는 전체 전력의 64%를 소비하는 1%의 대규모 전력소비 기업, 상업건물에 전력요금을 5년 동안 61%(160원/kWh) 인상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발생하는 약 6-70조 원의 수입을 월 100kWh 이하로 저녁을 사용하는 주택용 저소득층 요금 지원과 에너지 효율화 시설지원 등 전기생산성을 높이는 데 투자하자는 것이다. 홍 교수는 이를 통해 GDP의 1%의 성장, 176조원의 내수생산, 52조원의 부가가치, 76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현대경제연구원 연구)

전력요금 정상화, 가능할까

발제자 모두 전기요금의 대폭 인상이 결코 경제에도 악영향이 아니라, 전력수요를 감소시키고 새로운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토론자들은 대체로 그 필요성은 공감했지만 의견은 달랐다.

황진택 지속가능기업발전협의회 총장은 “과거에 대한 평가 없이, 전기요금 정책이 세워져서는 안된다”며 “산업계 요금과 관련해서도 장기적인 로드맵을 제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수요관리를 많이 이야기하는데, 전기요금을 올리면 산업계 수요가 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라고 지적했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산업용, 일반용, 주택용 등 넓은 범주로 요금인상을 디자인 하는 것보다는 각 부분에 대해 낭비가 심한 부분과 줄일 수 있는 부분 등 타깃을 정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전력다소비 가정의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 이런 부분들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데이터센터 (IDC, Internet Data Center)처럼 전기를 소비해야 하는 부분 등은 고려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강광규 환경정책평가연구원 본부장은 보다 근본적으로 전력요금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공급확대 위주의 정책을 지양하고, 수요관리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시기가 왔다”며 원자력, 석탄화력 등 대규모발전 공급을 늘리는 게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정승일 산업통상부 국장은 전기요금 인상 문제에 대해 총론적 방향에서 이견은 없지만, 가격만 갖고 모든 것을 변화시켜나갈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국장은 물론 산업계에 정확한 가격시그널을 주는 게 중요하고, 피크타임의 이동, 자가발전설비 확충 등으로 이어지는 것이 필요함을 말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지금은 대기업이 정부가 지원을 해야 성장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며 산업계에 싼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전력정책의 수정이 불가피함을 주장했다. 이러한 전력정책의 실패가 한전의 95조원의 적자를 가져왔고, 국민들이 이 부담으로 고스란히 떠안게 되었다고 비판했다. 공급위주의 전력정책으로 인해 원전에 대한 안전이 등한시 되고 비리가 양산되고 있는 것도 지적했다. 양이 처장은 발제자들의 의견에는 대체적으로 공감하면서, 이에 더해 지역별 에너지자립에 따른 차등요금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지역별 에너지자립에 따른 차등요금제 도입해야

유가보다 싼 전기요금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전기요금 정상화는 여러 정치적인 이유와 산업계 등의 반발 때문에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앞서 호주의 사례에서도 드러났듯이 단기적인 계획보다는 중장기적이고, 분명한 신호를 줄 수 있는 전기요금 정상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하반기에 전기요금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전기요금 인상정책처럼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는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해결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현재 가장 많은 전력을 사용하고 있고, 싼 전기요금으로 과도한 이익을 얻고 있는 1%의 대규모 전력소비 기업과 상업시설 등에 대한 대폭적인 중장기적인 전기요금 인상계획 마련이 시급하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에너지빈곤층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을 통해 공공의 자원인 전기가 공평하게 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


안재훈 환경연합 에너지기후팀 간사

안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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