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법은 만민에게 평등하다고 하였던가. 법 앞에 모든 이가 평등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정의의 여신상’의 저울은 보이지 않는 돈과 권력으로 기울어져 있다.
그런데 이 기울여져 있는 저울은 아무한테나 보이지 않는다. 돈과 권력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사법부의 눈에는 아무리 봐도 수평상태의 저울이지만, 힘이 없어 법 앞에 한없이 무너져버리는 사람들의 눈에 저 저울은 돈과 권력의 무게에 못 이겨 한없이 기울여져 있다. 하긴 이런 일이 하루 이틀 일인가. 최연희 국회의원의 판결도, 삼성에버랜드 사건도 그렇고 법은 늘 돈과 권력을 좇아 그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필자는 작년 9월 평택 대추리 강제철거 당시 빈집 옥상의 전망대에 몸을 묶어 저항하다 ‘특수공무집행방해’와 ‘건조물 침입’ 죄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나는 돈도 없고 권력도 없다. 매일매일 통장잔고를 확인하며 이번 달에는 상근비를 줄 돈은 있나 확인하는 인권단체에서 활동하는 필자는 집세에 학자금 대출금을 갚느라 허리 휘는 빚쟁이이다. 이 나라 경제를 뒤흔들 돈이나 힘이 있기는커녕 돈에 내가 뒤흔들리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필자처럼 평택 투쟁에서 기소되어 재판을 받은 다른 활동가들의 선례를 보면 대부분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르는 벌금형을 받았다. 아마 필자 역시도 벌금형을 받게 될 것이다. 이번 정몽구, 김승연 회장의 판결을 보면서 참으로 웃긴 생각을 해보았다. 나도 재판을 받으러 갈 때 휠체어를 타고 한 이틀 밤을 꼬박 샌 뒤 다크서클이 눈 아래 5cm정도 깔리게 한 다음 머리도 3일 정도 감지 않고 초췌한 모습으로 재판을 받으러 가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환자복도 하나 빌려서 입고! 김승연 회장이 집행유예 정도 나왔으니 필자는 무죄도 가능할라나? 하하. 나도 안다. 말도 안 되는 웃긴 상황이란 걸. 그런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웃기다 못해 기가 차버리는 일들이 사법부라는 곳에서는 버젓이 일어난다. 요 몇 년 사이 사법부의 권위가 떨어진다니 어쩐다니 참 말들이 많았는데 도대체 사법부의 권위란 게무엇인가.
재판장에서 피고인에게 큰 소리 치고, 판사가 입장·퇴장할 때 방청석에 있는 사람들이 일어섰다 앉았다를 해야 사법정신이 세워지는 것인가. 아마도 필자와 비슷한 넋두리를 하는 사람이 아주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의 불평등 앞에 이런 하소연 밖에 할 수 없는 처지는 누구를 원망해야 하나. 마지막으로 ‘휠체어’의 정의를 바꿔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휠체어의 사전적 의미는 ‘다리가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나 몸이 불편한 사람이 앉은 채로 이동할 수 있게 바퀴를 단 의자’이다. 이제 여기에 ‘재벌들이 재판을 받게 될 때 사용되는 의자로 양형을 대폭 줄여주는 마법의 의자’라는 정의를 추가시켜야 할 것이다. 음… 휠체어를 타야만 하는 장애인들을 우롱하는 김승연 회장에게 가중처벌을!
배여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활동가
배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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