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이후 신군부가 조작한 대표적 공안사건인 ‘부림사건’의 피해자인 이호철 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57)에게 33년 만에 무죄가 선고됐다.

부산지법 제2형사부(최병률 부장판사)는 9일 이씨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계엄법 위반 혐의는 무죄 판결하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는 면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거나 찬양하는 발언을 했다고 인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고 설령 비판적인 발언을 했다해도 국가 존립이나 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최 부장판사는 판결 선고를 한 뒤 이씨에게 “늦게나마 명예가 회복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33년이 지났지만 무죄를 선고받아 무척 기쁘다. 요즘 민주공화국의 가치가 후퇴하고 있는데 지난날의 잘못을 바로잡은 판결에 감사하고 이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더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참여정부시절 재심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권력의 핵심부에 있으면서 정부와 재판부에도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2014년에 신청했다”며 “사법부가 독립되어 있더라도 재임중에 재심을 신청해 판결을 받으면 ‘셀프재판’이란 비난 쏟아질텐데 그 소리를 피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씨는 '부림사건' 3차 구속자로 지난 1982년 4월 구속돼 1983년 3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 자격정지 4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같은 해 12월 형집행정지로 가석방됐다.

한편 ‘부림사건’은 1981년 공안당국이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20여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하고 고문해 기소한 대표적 공안사건이다. 당시 19명의 교사와 학생 등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사건으로 당시 변론을 맡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 사건을 계기로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영화 <변호인>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특히 ‘부림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고호석, 설동일, 노재열, 최준영, 이진걸씨 등 5명은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열린 재심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양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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