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는 사회책임(SR)을 주목하고 있다. 사회책임은 2005년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인류사회 지속가능발전을 위해서는 기업을 위시한 모든 조직이 사회적책임을 준수해야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세계 각국의 기업, 정부, 소비자, 노동계, NGO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SR에 대한 표준작업을 시작, 2009년 11월 완료를 목표로 진행하고 있는 거대한 프로젝트다. 그래서 UN은 이를 기업이 사회 요구사항과 목표에 어떻게 대응하고 영향을 주는가에 관한것이라고 정의한다. OECD는 기업과 사회의 공생관계를 성숙시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기업이 취하는 행동이라고 말한다. ISO는 조직이 사회 및 지역공동체에 혜택을 줄 목적으로 경제, 사회,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균형 잡힌 접근방법이라고 SR을 풀이하고 있다.

바로 다음달 4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세계 각국 실무자들은 사회책임 작업 초안을 들고 표준 제정절차를 논의하는 총회를 연다. 한국에서도 여기에 17명 정도가 참가한다. 하지만 세계의 이러한 ‘SR바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의 사회책임 또는 사회책임운동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음을 곱씹어봐야 한다. 세계 각국이 SR바람을 통해 사회투자를 받기에 혈안인데 우리는 우물안 개구리다.

사회책임의 국제적 논의가 뜨거운 것을 보면 SR의 국민적 공감대가 절실하다. UN은 기본권 보장을 위한 각종 규범을 제정해 왔으며, 이는 기업사회책임(CSR)을 진전시키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우리나라 50여개 기업이 가입한 글로벌컴팩트로 구체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OECD의 CSR규범화 노력은 1977년 다국적기업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정에서부터 시작된다. 또한 국제거래관계에서 외국공무원의 뇌물방지협약과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원칙 등 기업활동관련 규범을 지속적으로 제정해 왔다. ISO는 최근 선진국 중심으로 CSR을 국가표준 또는 단체표준으로 제정함에 따라 이들 국가의 표준이 무역장벽으로 적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국제표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호주, 프랑스, 스페인, 이스라엘, 멕시코가 자국 SR표준을 제정했고, 캐나다는 CSR인증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 윤리임원협의회는 ISO에게 윤리경영표준 제정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은 또한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시장주도형 SR실천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으며 점차 SR관련 제도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EU)도 모든 이해관계자를 동등하게 중시하는 윤리문화를 강조하고 노동과 환경부문을 중심으로 NGO 활동이 활발하다. 이웃 일본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떨어졌지만 경제산업성 주도의 민관합동대응이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 경제단체의 활발한 SR개념 확산 노력이 엿보이고 증권시장을 중심으로 SR표준의 중요성이 비중있게 떠오르고 있다. NGO간 논의는 1994년 7월 ‘코 원탁회의’에서 도덕적 자본주의 실현을 기치로 설립된 국제경영자 단체 ‘CRT기업원칙’을 발표했고, 이듬해 국제투명성회의는 ‘세계 반부패의 해’를 지정, 국가별 부패지수를 발표해 오고 있다.

한국도 글로벌컴팩트나 ISO26000 등 사회책임 관련 국제논의 참여가 늘고 있고, 특히 투자부문의 S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경실련, 환경연합, 소비자시민모임 등 시민단체에서 사회책임운동을 가열차게 전개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다만 이러한 잔잔한 미풍이 국민속에 파고 들지 못함을 시민사회가 나서 범국민운동으로 승화시킬 책임도 있다. 더불어 SR교육기관 설치나 전문가를 양성해 인력풀을 구성하고 운영하는 인프라 확충이 대단히 시급함을 정책입안자들은 직시해야 한다.



시민사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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