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활동가로 산다는 것

최근 들어 시민단체 활동가로서의 삶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자주 생각해본다.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 때문일 수도 있고, 늦가을 정취 때문일 수도 있다. 또는 내년부터 앞자리가 바뀌는 나이 탓 일런지도 모른다. 친구 K가 있어 더욱 이러한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K는 2년 동안 같은 단체에서 동거 동락한 사이다. 때론 너무 솔직해서 당돌하기도 한 K는 밝고 명랑한 성격의 소유자로, 농담을 좋아하고 장난기가 많아 또래 친구들과 사이가 좋은 편이다.

그러나 K는 성격 탓인지, 선배들 말처럼 진중한 맛이 없어서 그런지 단체에서 잘 적응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단체와 자신의 방향성을 한 그릇에 담지 못하게 되자 결국 떠나 버리고 말았다.

복잡한 머릿속

비록 K는 단체를 떠났지만 시민단체에서 활동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K가 일하고자 하는 곳에서는 시민단체 활동경력에 대해 많은 거부감을 드러냈다. 심지어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시민단체 활동을 이력서에 왜 썼냐고 되묻는 사람들도 종종 접해야만 했다.

K가 묻는다. 시민단체 활동경력을 마치 범죄 전과가 있는 것처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시선에 어떻게 대응해야하냐고. 그런 이상한 사람들이 있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사실 딱히 뚜렷한 해결책을 말해줄 수 없기에 난감하기만 하다.

10여 년 동안 시민단체에서 활동을 했던 한 선배가 한시적으로 정부 위원회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선배가 받는 월급은 갓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의 임금이었다. 시민단체에서 활동했던 경력을 전혀 인정받지 못해 급여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시민단체 활동가를 보는 시선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세상물정 모르는 철없는 아이처럼 보는 시선도 따라다니고, 현실감 없는 이상주의자로 매도되기도 한다. 때론 과격한 여론호도가로, 권력지향적인 이단아로 분류되기도 한다.

보는 시선이 다양한 만큼 활동가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다양하기만 하다. ‘반대만을 위한 반대’를 뛰어넘은 대안 마련을 촉구하기도 하고, 일반 시민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는 포지티브한 시민운동을 원하기도 한다. 또한 철저히 지역과 현실에 기반을 둔 풀뿌리 지역운동을 요구하기도 한다. 결국 현장과 전문성을 두루 갖춘 만능 활동가를 원하는 것이다.

‘나의 일’과 주변 시선

오늘도 늦게까지 야근을 하고 있고 시민단체에서 활동한 지 만 5년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사회가 원하는 활동가가 되기엔 스스로 보기에도 터무니없다. 또한 만약 사회가 원하는 활동가가 된다면 사회에서 시민단체 활동가를 대하는 시선이 따뜻해질까? 이런저런 생각들 속에 머릿속만 복잡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