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지난 11일 전태일 열사 37주기를 맞는 노동자 대회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인권탄압과 민주주의 파괴는 국가권력의 극단적 폭력행위이며, 법도 정의도 없는 경찰폭력 만행 그 자체였다.
전국의 모든 고속도로 입구를 경찰 공권력을 동원하여 봉쇄했다. 필자가 살고 있는 전라북도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읍에서는 사전에 파악된 집회 시위 참가 버스 차량들을 출발지에서부터 봉쇄하기 위해 정차되어 있는 버스 열쇠를 경찰이 훔쳐 달아나는 웃지 못 할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지난 11일 발견된 경찰의 내무 문건 일부를 보면 학생, 노조 할 것 없이 각 단체체 단위 소속인권의 참가자 숫자와 참여 방법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감히 불법 감청이 아니고서는 파악될 수 없는 도표였다. 경찰은 이미 집회 이전부터 버스 회사에 차를 빌려주지 말라고 협박했다. 당일 새벽에는 전국 거의 모든 지역에서 버스 출발을 봉쇄하고, 고속도로 진입로를 차단했다. 집회 당일 서울로 들어오는 톨게이트와 수도권 지하철에서의 불법 검문과 차량 봉쇄까지 서슴치 않았다. 집회가 시작된 이후에도 경찰은 전경차를 동원하여 시청과 광화문 일대를 완전히 에워싸고 일대 교통을 완전히 차단했다.
또한 헬기를 동원해 집회를 방해하면서 ‘너희들은 포위되었다’며 참가자들을 위협하고, 인도를 가로막는 것에 항의하는 시민들을 향해 방패와 곤봉을 휘두르며 살인적인 폭력을 휘둘렀다.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발사해 시위 참가자의 고막을 파열시키는 등 시종일관 폭력으로 일관했다. 그러면서도 경찰은 오히려 ‘주동자 처벌’과 ‘손해배상’을 운운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사법부는 집회 시위에 대한 사전 원천봉쇄의 위법성을 판결한 바 있다. 지난 7월 19일 청주지법 제천 지원 형사합의부에서는 서울에서 열리는 집회에 참석하려는 지방 농민들을 마을에서부터 원천봉쇄한 것은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린바 있다. 경찰의 정당한 직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것이 적법한 공무집행이 되기 위해서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에 따라 목전에 행해져야 하는데, 목전(目前)은 눈앞에서라는 명백&현존성의 의미이므로 경찰의 원천봉쇄는 제천에서 취해진 점에서 불법집회 참가라는 범죄행위가 목전에서 행해지려 하고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판결에 앞서 이미 집회 시위는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라는 사실을 보장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집회시위에 대해 ‘불법’이라는 규정자체가 얼마나 위법행위인지, 그리고 집회 신고 자체를 불허한다는 것 그 자체가 얼마나 반인권적이고 반민주적인지 수없이 많은 열사의 죽음으로도 민주주의가 보장되지 못하는 사회 현실을 바라보면서 비통하고 참담한 심정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다.
새벽부터 나와 집회 시위 차량을 검거한다며 통행을 제한하는 나라. 정부의 입장에 반하는 내용의 집회 시위는 애초부터 차단되고 불법화 하는 나라.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는 물론 무자비한 방패와 곤봉을 휘두르며 무참히 짓밟는 나라.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 앞에 피투성이로 쓰러져 있는 시민들을 향해 응급조치는커녕 시위에 가담한 그 자체가 범법행위라며 연행하는 나라.
망극(亡劇)하고 망극(罔極)한 나라, 아~ 대한민국.
윤정아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사무국장
윤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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