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함께할 거라는 호언장담도, 눈부신 햇살만큼 예쁘다는 허풍도, 심지어 플루토늄 반감기 기간만큼 사랑할 거라는 말들도 사랑했던 그 순간뿐이다. 2만4천년이 넘는 플루토늄 반감기를 운운했던 이는 2년4개월도 다 채우지 못했으니, 사람의 변덕스런 감정은 신뢰라는 단어와는 상극인가 보다.
이런 말들은 남자의 허풍을 비꼬자는 뜻이 아니다. 사랑에 대한 기대가 크면 클수록, 이별과 배신의 상처는 더욱 더 크다는 말을 하고 싶음이다. 그 사람은 그냥 그대로인데 혼자 밤잠 설치면서 좋아했다가, 싫어했다가, 변덕스럽게 굴다가, 상처받고 울먹이는 게 사랑인 것 같다.
5년 전, 우리는 노무현을 사랑했던 것 같다. 그의 고집스런 뚝심에 매료되고,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그의 행보에 박수를 보냈었다. 그가 변한 것인지, 우리가 변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컸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마치 그가 대통령이 되고 나면, 우리 사회가 통째로 바뀔 것 같은 이상적인 기대감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권위주의 정권은 정통성의 취약점을 채우기 위해 중산층 보호에 목소리를 높이는 반면 서민과 중산층의 지지를 받아 탄생한 정권은 오히려 중산층보다는 재벌을 붙잡기 위한 정책에 심혈을 기울여 중산층의 몰락을 초래했다는 최장집 교수의 질타는 마음을 쓰리게 한다.
예상보다 우리 사회에 기득권이 공고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참여정부의 행보가 쉽지 않았을 거라 생각되지만 그 만큼 기대가 컸기 때문에 실망도 커진 것 같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이기 때문일까. 대중은 정치인이 내뱉는 말에 언제나 기대감을 갖는다. 조금만 들여다봐도 얼마나 무책임한 발언인지 금방 알 수 있는데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자신이 가진 기대감을 미래를 향한 희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9일,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에 중저준위폐기장 기공식이 진행되었고, 경주시민들이 그토록 바라던 3천억원의 특별교부금도 지급되었다. 그동안 원자력발전 주변지역 주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해 많은 갈등이 있었기 때문에 주무 부처의 추진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 같다.
지난 2005년에 치러진 주민투표 기간 동안 경주 시장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많은 공약들을 퍼부었다. 방폐장 부지가 조성된 양남 일대에 1천억원을 주겠다는 홍보물부터 전체 경주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겠다는 플랜카드까지 볼 수 있었다.
그 많은 말들은 경주 시민들의 마음에 어떻게 담겨있을까.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도, 경주 시민들의 기대감에 정치인들이 부응하기를 제발 바랄 뿐이다.
이버들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차장
이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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