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정권이 교육개혁에 실패한 것은 교육을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하는 복지의 하나라는 교육철학의 부재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교육의 공공성을 살리는 데 실패했고 어설픈 시장주의 정책으로 학교현장의 불신과 저항에 부딪쳐 개혁의 추진력조차 상실하고 말았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교육철학은 신자유주의에서 한 걸음 되돌아간 ‘자유주의’라고 규정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 교육부 해체론이 운위되고 있는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자율과 경쟁’이다. 정부 규제의 철폐와 시장의 자유라는 보수적인 경제논리가 교육에 그대로 적용되어 자율과 경쟁의 교육체제로 전면 전환될 상황에 놓여있다. 그간 교육의 공공성이라는 이름으로 명맥이 유지되어온 ‘3불 정책’과 고교평준화 제도는 교육발전의 걸림돌이라는 진단 아래 하루아침에 해체될 상황에 놓여 있다.
대학정책은 3단계 개혁을 통해 대학에 모든 자율권을 주고 ‘선택과 집중’을 통하여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1단계에선 학생부 및 수능 반영 여부를 자율화하고, 2단계에선 현재 7개의 수능 과목을 4~5개로 축소하여 선택하도록 하며, 마지막 단계에는 대학이 자체 학생선발능력을 갖췄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완전 자율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평가를 통하여 교육시장에서 뒤처지는 대학들은 퇴출시키고 우수한 성과를 내는 대학에 집중적으로 예산을 투입하여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초중등 교육정책은 학교설립 및 교원임용의 권한을 시도교육감에게 이양하여 고교를 다양화하고 평가를 통하여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정책으로 요약된다.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에서 밝히고 있듯 자율형 사립고와 마이스터 학교 등 300개의 다양한 학교를 만들어 교육수요와 학교선택권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학력평가 및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하여 학교별 학력 자료를 공개함으로 학교 간 경쟁을 유도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에 대한 교육단체와 시민사회의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먼저 교육재정 확대의 근본대책이 전제되지 않는 교육의 지방이양은 자칫 중앙정부의 교육의무 포기이고 교육의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며 교육의 정치적 예속화가 심화될 우려도 있다.
‘다양화’라는 말은 ‘경쟁’의 또 다른 이름으로 수월성(엘리트주의) 교육을 의미한다. 교육의 평등성 이념과 교육의 사회통합 기능이 배제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경쟁을 통한 차별화 정책은 우리사회에서 심화되어가는 교육양극화를 더욱 고착화시키게 될 것이다.
우리교육의 고질적인 병폐인 과중한 사교육비 문제는 학벌에 의한 임금 차이 등 사회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고 입시경쟁의 과열 때문에 생겨난 문제다. 이러한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처방 없는 대학 자율화 정책은 오히려 대학의 서열구조를 강화시켜 입시경쟁을 더욱 심화시키게 될 것이다.
고교 다양화 정책 또한 현재 특목고를 중심으로 형성된 고교 서열화 체제를 대폭 확대하는 정책으로서 초중학교의 입시경쟁이 부활되어 사교육비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다. 초중등 교육에서 지나친 입시경쟁은 인성교육과 창의성 교육의 부실로 미래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양성을 저해하게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국가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교육대통령을 자임하는 이명박 당선자가 ‘교육을 통하여 가난의 대물림을 끊겠다’는 공약에 성공하려면 이러한 우려와 비판에 겸허히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교육 만족 절반, 사교육비 두 배, 교육을 통한 가난의 대물림’이라는 우려가 지나친 기우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부영 서울시 교육위원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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