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 호’와 삼성중공업 크레인선의 충돌로 1만 여 톤의 기름이 유출되어 아름다운 서해안을 기름바다로 만들었던 지난해 12월 7일의 사고는 전 국민을 충격 속에 빠트렸다. 태안지역을 비롯한 서해안지역주민의 생계는 하루아침에 무너져버렸고 수려했던 자연경관과 생태계도 파괴되었다.

방제활동에 구름떼 동참

다행히도 전 국민적인 관심과 봉사행렬은 서해의 검은 띠를 그나마도 조금씩 씻어내기 시작했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각지에서 방제활동에 자원하는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또한 사고원인규명과 사고를 낸 가해자 측의 사과를 촉구하는 집회와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주민들의 생계를 지원하기위한 모금도 계속되었다. 사고 직후에만 떠들썩하고 이내 잠잠해졌던 언론의 눈길을 최근 다시 서해안으로 불러들인 것도 이 같은 국민들과 네티즌의 힘이었다.

특히 시민들의 자발적인 방제작업 참여 열기는 뜨거웠다. 환경운동연합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서해안 기름유출 1차 시민구조단’ 참가 모집을 공고하자 불과 하루가 지난 11일 밤 시간까지 무려 1천500여명의 신청자들이 몰렸다.

마음 따뜻한 미담도 이어졌다. 평택 미군기지에 근무한다는 미군 3명은 한국 재난에 함께 하고 싶다며 동참의 뜻을 밝혔고, 해외교포인 A 모씨는 소액이라도 뜻을 함께 하고 싶었으나 너무 높은 송금 수수료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또 수능을 끝낸 고3 학생 정 모군은 전국 일주여행을 계획했으나 이번 사고를 보고 자원 활동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사고의 원인규명 조속한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높았다. 지난 1월 5일 4차 방제활동이 벌어졌던 서해 구름포 해안에서는 시민들이 ‘삼성은 책임지세요’ 라는 문구를 쓴 대형 현수막을 펼쳐 보이며 가해자 삼성의 조속한 사과와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이어 사고 한 달째를 맞았던 지난 1월 7일에는 삼성생명 건물 앞에서 방제복을 입은 시민들이 모여 역시 가해자인 삼성의 사과와 보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벌였다.

각계 기자회견·직접행동 확대

이밖에도 단일선체를 사용한 현대오일뱅크에게 이중선체 사용을 요구하는 기자회견도 이어졌고, 검찰의 삼성 봐주기 수사를 비난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점점 커져갔다. 각계각층의 환경 전문가들이 주민들의 건강과 생태를 위해 오염도 조사를 실시했고 기름을 뒤집어 쓴 조류들을 구조해 방사하기도 했다.

사고가 난지 어느덧 50여 일이 지나고 이제는 더 이상 버텨낼 기운도 돈도 없는 주민들은 다시 한 번 전 국민적인 관심과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가해자인 삼성이 책임있는 피해보상은 고사하고 보상금액을 낮추려 자신의 과실을 덮으려고만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주민들에게 또다시 상처를 주는 일이 될지 모른다.

그 동안 기름과 눈물로 얼룩진 주민들의 상처를 달래준 것은 바로 계속되는 사람들의 따듯한 관심과 도움의 손길이었다. 이 같은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모아지고 가해자의 책임을 묻는 노력이 계속되는 한, 주민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다.

김희나 환경운동연합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 시민대책단

김희나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