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9년 명예혁명을 통해 의회제도가 정착한 영국은 당시 성읍 형태의 농촌사회였던 영국의 현실을 반영한 선거법을 만들었다. 그러나 140여년이 흐른 후 영국은 산업혁명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도시화가 진행되고 농촌은 급격히 축소되었다. 엔클로저 운동으로 농촌은 대부분 목장으로 변했다. 그래서 도시는 엄청나게 인구가 증가하고 시골은 인구감소로 한적한 곳이 되었다.
하지만 선거법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동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전체 300명의 의회 의원 중 어떤 지역에서는 50명도 안되는 유권자가 두 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일도 벌어졌던 것이다. 10만이 넘는 맨체스터 버밍햄 등은 과거의 농촌시절의 기준 때문에 1명의 의원도 선출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통이며 합법이라는 이유로 정치인들은 이런 우스운 선거를 계속 진지하게 진행했다.
1831년 휘그당이 선거법 개정을 주장하며 집권했다. 그런데 휘그당도 의원들 자신의 이익과 충돌하자 선거법 개정을 미적거렸다. 당연히 시민들은 분노하고 교회의 종을 울리면서 항의하며 파업했고 시청을 불태우는 폭동을 일으켰다.
이러한 상황에 밀려서 의회는 선거법을 개정하게 되고 비상식적인 선거구는 폐지되었다. 일단 지역적인 문제는 해결된 셈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투표권이 모두에게 주어져 있지 않았다. 투표권을 갖지 못한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차티스트 운동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1867년에는 도시 임금 노동자들에게도 투표권이 부여되어 투표권자가 250만으로 증가했다.
이때 영국 성인남자의 반이 넘는 570만명이 서명했으니 운동의 규모를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이후에도 선거법개정운동은 1928년에는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하고, 1948년에는 복수투표제까지 폐지됨으로서 마침내 완성된다.
300여년에 걸친 영국의 선거법 개정의 역사는 시민과 노동자 투쟁의 역사이기도 하다. 직접 이해가 걸린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이익을 대변해서 선거법을 올바르게 개정하는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질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18대 총선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지난번 헌법재판소의 판결 때문에 1인2표제 정당명부비례대표제가 시행되었고, 56명의 비례대표가 선출되었다. 하지만 정치적인 타협으로 그나마도 2석이 줄어든다고 한다. 역시 그들은 영국의원들보다 마음씨가 좋을리 없었던 것이다.
결국은 아쉬운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정치는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실천없는 비판은 불평에 불과할 것이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별로 두렵지 않은 욕을 먹고 더 오래 살게 되는 역설이 성립되지는 않을까. 미리 준비하고 개입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음을 기억하자.
정창수 역사기고가
정창수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민주당, 사하갑 이성권·이갑준 ‘부정선거 혐의’ 고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