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자동차를 교환이나 환불받을 수 있는 일명 ‘한국형 레몬법’이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돼 2달이 넘었지만 정부의 준비 부족과 기업의 비협조로 아직 레몬법 작동이 안 되고 있다.

레몬법은 시행 전부터 까다로운 교환·환불 조건이나 절차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었지만 아무런 대안없이 시작하다 보니 우려가 현실이 다가왔다. 불량 자동차를 교환·환불받기 위해서는 국산 자동차 제조사나 수입차 판매사가 동의해야 한다는 전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

▲ 경실련이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자동차는 예외 없이 레몬법을 적용받아야 하며, 이를 위한 정부의 노력과 자동차 업체의 적극적 참여를 촉구하고 나섰다. 레몬법 시행을 회피하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저버리는 것임을 명백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료사진=경실련)

레몬법은 모든 차량에 적용되는 강제조항이 아니라 자동차 매매계약서에 레몬법 규정이 적용된다고 명시된 경우에만 효력이 발생한다. 문제는 다수의 자동차 업체가 이를 악용하여 레몬법 규정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이에 경실련이 5일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자동차는 예외 없이 레몬법을 적용받아야 하며, 이를 위한 정부의 노력과 자동차 업체의 적극적 참여를 촉구하고 나섰다.

경실련은 우선 레몬법 시행을 회피하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저버리는 것임을 명백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까지 레몬법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현대, 기아, 르노삼성, 쌍용 등 4개 국산 차 업체와 볼보, BMW, 롤스로이스, MINI, 닛산, 인피니티 등 6개 수입차 브랜드에 불과하다.

아직 국산 차 업체 중 한국GM과 수입차 시장 점유율 1위인 벤츠는 물론 렉서스, 토요타, 포드, 크라이슬러, 아우디, 혼다, 랜드로버, 포르셰, 폭스바겐, 푸조, 캐딜락, 재규어, 마세라티, 시트로엥, 벤틀리, 람보르기니, 피아트 등 다수의 브랜드가 레몬법을 적용하고 있지 않다.

경실련은 "자동차는 소비자가 구매하는 가장 고가의 상품이다. 하자나 결함 있는 제품의 교환·환불은 당연한 소비자의 권리이며, 기업의 의무이다. 특히 자동차는 생명과 직결된 제품이기 때문에 불량 자동차로 교환·환불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이러한 취지로 도입된 레몬법을 외면하는 기업은 결국 소비자의 생명과 재산을 경시하고 오로지 이익만을 탐닉하는 기업으로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국내의 소비자를 상대로 차량을 판매하는 기업이라면 현행 레몬법의 맹점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조속히 레몬법 적용을 계약서에 명시해 입법의 취지에 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함께 레몬법은 올해 2019년 이후의 모든 차량구매자에 대하여 일괄 적용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국산 차 업체 중 쌍용과 르노삼성은 레몬법을 수용했으나 2월 계약 차량부터 레몬법 규정을 적용하겠다고 알려졌다. 올해 1월부터 레몬법이 시행됐지만 1월에 구매한 소비자는 레몬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처럼 업체의 일방적 방침에 의해 소외되는 소비자가 발생하는 것은 시행일을 정하고 있는 법의 취지에 부합하지도 않고 소비자를 계약 시점으로 부당하게 차별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경실련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자동차는 레몬법 적용을 받고, 레몬법 시행일 이후에 차량을 구매한 모든 소비자에 대해 레몬법 규정을 일괄 적용해야만 한다"며 "고가의 생명과 직결된 자동차는 교환·환불받고 입법 취지에 맞게 레몬법이 제대로 시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앞으로 레몬법이 자동차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제도로서 자리매김할 때까지 운영실태를 감시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자동차 매매계약서의 레몬법 적용 실태조사, 국토부의 자동차 교환·환불 처리 시스템 점검, 자동차 안전·하자심의위원회 감시 활동 등을 전개할 방침이다. 

설동본 기자  bcyang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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