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에 국민 혈세를 퍼주라는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3월 26일 전체회의, 27일 법안소위를 통해 공사비 인상 관련 개정안(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을 다룬다.

개정안에는 건설노동자 안전, 품질확보 등을 핑계로 공사비를 인상해달라는 건설업계 주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에 대해 경실련이 예산이 바르게 쓰이는지 감시해야 할 입법부가 책임을 방기한 채 영리법인의 하수인 역할을 자청하고 있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예산낭비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실련은 "건설업계가 지난해부터 공사비 인상 요구를 노골적으로 펼쳐왔다"며 "국회 토론회 개최, 여의도 대규모 집회 등을 통해서 입법부와 행정부 압박을 넘어서 시설물이 곧 무너질 것처럼 시민들을 겁박했고 당연히 입법로비도 상시 진행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2018년 5월 9일 ‘안전한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공사비 정상화 방안’ 이란 제목으로 진행된 국회 토론회에는, 현재 ‘공사비 인상’ 법안을 발의한 박명재 의원(자유한국당), 이원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안규백, 윤관석, 임종성, 조정식, 주승영 의원 등 여야 3당이 공동주최자로 나섰고,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 관료가 참여해 건설업계 주장에 동조하는 발언을 했다.

경실련은 이에 대해 "건설업계의 주장에 대한 반박 자료(2018.06.19. 영리법인 ‘공사비정상화’요구에 굴복할 경우, 연간 7조원 예산 낭비)를 발표했다"며 "당시 토론회에 참석해 건설업계의 이해관계를 대변한 13명의 국회의원과 행정부 관료들에게 공개질의서(2018.07.04. 건설업계 ‘공사비 정상화 요구’관련 공개질의)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국민세금으로 진행되는 공공사업에 대한 영리법인의 일방적인 이익보장 요구를 정부가 공식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히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지” 등을 물었고,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6인 의원은 “추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 심사과정에서 이 문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함”이라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경실련은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들의 말은 시간끌기임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여·야가 한 몸이 되어 영리법인 건설업체에게 혈세를 퍼주자는 법안들이 다수 발의됐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공사비 인상’ 관련 법안은 10여 건이다.

경실련은 이어 우리나라 건설산업을 비정상적이라고 진단했다. 경실련은 "원청 건설사는 브로커로 전락된 지 오래다. 다단계 하청구조 건설산업은 MB정부의 낙수효과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정부가 원청업체에게 넉넉한 공사비를 보장하더라도 하청업체는 항상 최저가이기 때문이다. 하청을 통한 차액은 고스란히 브로커 원청 건설업체의 이득이 된다"고 분석했다.

하청·재하청업체에 소속된 밑바닥 건설노동자에게 임금경쟁뿐만 아니라 외국인노동자와 일자리경쟁에까지 내몰리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경실련은 "혈세퍼주기 공사비 인상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이 정말로 대한민국 건설산업을 우려한다면 직접시공제 등 불합리한 구조를 개혁하는 법안을 먼저 발의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주장했다.

노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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