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에 얽힌 의미

내 인생의 첫 수업[39] 김금옥l승인2008.03.3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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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이후부터 나는 어디서든 내 소개를 할 때가 있으면 “성은 김이요 이름은 금이야 옥이야 입니다” 라고 말한다. 내 인생의 첫 수업은 이름과 관련된 것이다.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해 여성단체 활동가로 살아가는 삶을 선택하게 된 나의 첫 수업은 어머니로부터 받았다. 3녀 1남 중 맏이인 나는 어린 시절 이름에 대한 불만이 많았었다. 친구들과 잘 놀다가도 이름 얘기만 나오면 말이 없어지고 시무룩해졌다. 동생들과 사촌들 모두 이름에 공통의 돌림자를 사용하고 있는데 내 이름만 달랐고, 예쁘지 않은 이름이라고 여기고 창피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의 원인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선생님들이 출석을 부르면 대답 대신 창피하다고 느껴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손을 들었었다. 대답 소리가 없으니 선생님들은 당연히 결석 했다고 여기셨고, 이런 선생님들께 급우들이 나의 존재를 알려 주곤 했다. 손들지 말고 대답을 하라는 선생님들의 주문에도 대답을 안 하는 나를 그분들은 무척 수줍음이 많은 학생으로 인식하시고, 그 다음부터는 출석을 부를 때마다 내 이름을 부른 후에는 꼭 자리를 돌아보고 확인해 주셨다. 당시에 혼내거나 벌주지 않았던 선생님들이 너무 고마웠다. 지금 생각해도 학생의 특성을 고려하여 배려해 주었던 그 분들을 훌륭한 선생님, 고마운 선생님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름에 대한 불만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던 중학교 2학년 때 ‘성이 송 씨인 아지’라는 여학생이 사람들의 놀림에 시달리자 그의 부모가 법원에 개명신청을 해서 이름을 바꿔줬다는 얘기를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듣고, 어머니에게 이름을 바꿔 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너무나 집요하고 강하게떼를 쓰는 나에게 이름이 그렇게 싫은지 어머니께서 진지하게 물어오셨다. 나의 망설임과 주저함 없는 즉자적인 대답에 어머니께서는 “네 이름이 얼마나 좋은데 그러냐”면서 이름을 지어준 얘기를 해주셨다.

사연은 이랬다. 부모님은 중매로 당시의 평균 결혼연령보다 높은 나이(부 30세, 모 27세)에 만나 결혼을 하시고, 첫아이를 갖게 된 기쁨에 소중하고 귀한 자식이니 금이야 옥이야 귀하게 키우자는 의지와 여자라는 차별을 받지 말라는 소망을 아이 이름에 담고 싶어 ‘금옥’이라고 짓고, 한자 이름은 부모님의 고향 명칭에서 찾았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고향인 충남 금산의 금(錦)과 어머니의 고향인 전북 옥구의 옥(沃)으로 지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좋은 이름값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주문을 해주셨다.

부모님의 사랑을 가득 담아 지어준 이름이라는 것을 알고부터 더는 이름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으며 오히려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었다. 이렇게 이름에 대한 나의 스트레스를 해결하고 나니 세상에 대한 태도로 너그러워지고 성격도 활발해졌으며 감동을 잘하는 감성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중학교 2학년을 전후로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무척 수줍음이 많고, 내성적인 사람이거나 매사에 적극적이고, 정의감과 감성 많은 사람으로 각각 다르게 기억하게 되었다.

긍정과 자존감으로

요즈음은 매일 매일이 인생의 첫 수업처럼 다가온다. 마른가지에 피어오른 꽃망울, 마른풀사이로 돋아나는 새싹들, 버스 정차선을 지켜서 서주는 시내버스 기사,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 타인에게 그림자 노동을 시키지 않는 사람 등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과 자연에서 첫 수업 같은 감동을 받곤 한다.

날마다 첫 수업을 만나는 세상이 되기를 희망에 본다. 서로가 서로에게 첫 수업이 되는 인간관계가 살아나는 세상을 꿈꾼다. 나는 오늘도 내 이름처럼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귀하고 소중한 존재로 존중받으며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그런 세상을 위해 여성운동의 현장에서 보람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내 인생의 첫 수업이 내게 준 자존감과 긍정적 태도는 오늘까지 강렬하게 내 삶의 에너지가 되고 있으며, 이제는 칠순이 되신 어머니는 여전히 사십대 중반인 나의 든든한 지지자로 힘을 주고 계시다.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김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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