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층만 학교자율화 단 열매 따먹을 것”

정진후 전교조 수석부위원장 인터뷰 김현연l승인2008.05.1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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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위주의 교육이 다양성 추구인가
“경쟁 통한 교육은 ‘사육’일 수 밖에”


교육과학기술부의 4·15학교자율화 조치에 이어 서울시교육청의 4·15후속조치 발표로 시민사회의 우려와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4·15학교자율화 조치가 공교육 붕괴와 입시경쟁 심화를 야기 시킨다는 게 시민사회단체의 지적이다.

2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4·15공교육포기정책 반대 연석회의’는 지난 13일 교과부 후문에서 5일간 대표단 철야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서는 같은 날 청와대 앞에서 19일 간 단식농성 중 쓰러진 정진화 전교조 위원장의 뒤를 이어 정진후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이 무기한 단식농성 중이다.

이외에도 전교조 16개 지부가 교육청 앞에서 농성 중이다. 부산지부는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단식 철야농성을 진행한 남기범 부산지부장에 이어 지부집행위원들이 무기한 단식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17일에는 4·15학교자율화 조치와 미 쇠고기 수입과 연계해 서울 광화문에서 촛불문화제를, 24일에는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교육시장화 저지와 교육복지확대를 위한 전국교사대회’를 준비 중이다.

이어 다음달 중순 ‘온나라 대행진’을 통해 4·15학교자율화 조치에 반대하는 교사들이 전국적으로 거리 선전전과 서명운동 등을 펼칠 계획이다.

전교조를 비롯한 교육단체는 4·15학교자율화 조치 철회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학생, 학부모, 교사 등이 참여하는 공론장 마련, 그리고 미 쇠고기 학교급식 사용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4·15학교자율화 조치로 교육당국과 시민사회단체의 첨예한 대립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14일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정진후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을 만났다.


-정진화 전교조 위원장의 뒤를 이어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감회나 각오는.

▲정진화 전교조 위원장이 탈진해 쓰러져 병원에 입원 중이지만 4·15학교자율화 조치를 저지시키기 위한 단식농성을 중단할 수 없다는 조직 내 판단에 따라 농성을 계속 하게 됐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4·15학교자율화 조치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국민에게 알리고 철회할 수 있도록 하겠다.

위원장은 탈진… 잇따라 단식농성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자율화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교육에 있어서 진정한 자율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려는 자율과 다르다. 학생, 학부모, 교사 등 교육 주체는 학교구성원이다. 진정한 교육자율은 이들 구성원의 의사를 존중하고 그것을 학교운영이나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다.

좀 심하게 말하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려는 교육자율화는 사기다. 교과부가 내놓은 4·15교육자율화 조치는 학교운영, 예산편성과 집행, 교과과정 편성 등 모든 권한을 교육감과 학교장에게 주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학생, 학부모, 교사는 배제되어 있다는 점이다. 학교장이 독단적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게 학교자율화인가. 오히려 권한을 교육감이나 학교장에게 모두 줌으로써 학교의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관료주의가 더 강화될 우려가 있다.

예를 들어 도로교통법이 있는 것은 원활한 교통을 위해 최소한 규제장치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렇듯 학교규제 또한 공교육 유지를 위한 최소한 장치다. 그것마저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풀어버리고 공교육을 지탱하는 근간을 사라져버리게 만든 게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교육자율화다.

-학습자 선택권, 자율적 학교운영, 교육의 다양성 등 교육의 질을 개선하는 긍정적인 면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학부모들은 오히려 반길 수도 있다.

▲이 또한 교육당국이 학부모를 속이는 사기다. 치열한 입시경쟁 속에 누구나 학원을 다닌다. 10명 중 9명은 학원을 간다. 1등은 한정돼 있고 대학입학정원 또한 제한돼 있다. 모든 학부모들이 교육에 투자하지만 효과는 미미하며, 모두가 그 효과를 볼 수 있는 게 아니다.그래서 경쟁은 더 치열하다.

그 경쟁 속으로 아이들과 학부모를 떨어뜨려 놓은 게 이명박 정부다. 경쟁을 통해 모든 자녀들이 좋은 대학으로 보낼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다. 경제력을 갖춘 상위계층만이 학교자율화의 단 열매를 따먹을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입시위주의 교육이 어떻게 다양성인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학생 개개인들의 개성이나 관심거리가 학생들 수만큼 다양하다. 학생들의 다양한 관심에 맞춰 교육하는 게 다양한 교육 아닌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려는 교육자율화는 입시경쟁을 심화시켜 국어, 영어, 수학 등 입시위주의 교육만 더 강화시킴으로써 획일성만 야기 시키고 다양성을 오히려 죽일 것이다. 치열한 입시경쟁 속에 부교재 선택 자율로 인해 교과서는 뒤로 밀려난 채 문제집이 주요 수업교재로 사용될 여지가 다분히 있다. 문제풀이 교육이 다양성인지 묻고 싶다. 다양성은 교사들이 교과서를 통해 학생들에게 사회의 여러 현상들을 보여줌으로써 내실을 갖출 수 있다.

-그렇다면 전교조가 추구하는 올바른 교육방향은 무엇인가.

▲지금은 오히려 평등주의에 입각한 교육을 강화시켜야 한다. 교육은 삶의 기본적 조건이다.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시장주의로 인해 교육기회 불균등이 더 심화됐다.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의 달리기가 같지 않듯이 지금 교육의 혜택으로부터 소외된 사람에게 더 많은 교육의 기회를 줘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육을 통한 불균등은 더 심해질 것이고, 결국 고착화될 것이다.

교육통한 사회불평등 고착

-0교시, 우열반, 방과후 학교는 사실 이전부터 일선 학교에서 이뤄져왔다. 유독 4·15학교자율화 조치 이후 문제제기가 많은 이유는.

▲규제를 해도 일선 학교에서 몰래 해온 것이 이 나라 교육의 현실이다. 치열한 입시경쟁 속에 규제를 어기는 게 당연시 돼왔다. 이런 현실에서 규제를 풀면 어떻게 될 것 같나. 0교시, 우열반, 방과후 학교를 자기 학교 학생들 좋은 대학 보내기 위해 모든 일선 학교에서 다 하려고 할 것이다. 학교는 경쟁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교육 내용은 입시위주로 관철될 것이다.

-4·15학교자율화 추진계획이 20여 일만에 급조된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교육문제는 국민 모두의 문제다. 교육에 대해 누구나 한 두 마디 정도는 할 수 있는 게 우리 국민들이다. 교과부가 이런 국민들의 여론수렴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교육정책을 내놨다. 이것은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이를 보면 정부를 책임질 수 없는 사람이 정부를 책임진 것 같다. 하물며 회사에서도 사원들의 의견수렴과정을 거치는데 교육정책을 국민들 의사도 반영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있나. 이명박 대통령은 그런 의미에서 보면 CEO형도 아니다.

“대화 자체가 어려울 것 같다”

-전교조는 4·15학교자율화 조치와 미 쇠고기 수입 전면개방 반대 활동을 연계해 투쟁하고 있다. 어떤 이유인가.

▲두 사안은 따로 뗄 수 없는 하나다. 헌법을 보면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자기 행복을 추구하도록 교육받을 권리가 있고, 자신의 건강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4·15학교자율화는 교육차별을 심화시켜 최소한 교육기회마저 깨버린다. 그리고 미 쇠고기 문제는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함으로써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것은 학교에 다니는 우리 아이들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문제들이다.

학생들은 4·15학교자율화 조치를 ‘교육’적 조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쟁을 통해 ‘사육’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광우병에 걸린 미 쇠고기가 학교 급식으로 들어올 위험이 있는데도 만일 그럴 경우 학생들은 학교 급식을 선택할 수 없다. 학교급식을 통해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 쇠고기를 그냥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실제로 학교에서 학생들은 미 쇠고기에 대해 서로 많은 얘기를 나눈다. 이 두 가지 사안은 당장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잘 알다시피 광우병 우려는 학생들이 먼저 꺼내고 행동으로 나섰다. 오히려 우리 선생들이 깜짝 놀랄 정도다.

-마지막으로 현 시점에서 이명박 정부나 교육당국에 바라는 점은.

▲차라리 교육을 다루는데 있어 가만히 있어주는 게 국민을 도와주는 것이다. 4·15정책을 보면 대화 자체가 통하지 않는 집단에게 바랄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김현연 기자

김현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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