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까지 다 알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 1조를 열심히 외치고 있는 이런 역설적인 상황을 정의로운 현실로 만들어 내기 위해 국민들은 촛불을 들었다. 그리고 그 촛불은 대한민국 법전에 있는 헌법 제 1조를 주인인 국민들에게 돌려놓기 위함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가 정책 추진 과정으로부터 모든 권력을 지니고 있는 국민을 배제시켜 놓은 것처럼 이명박 정부의 정책 내용에서도 국민들의 존재는 없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정책, 대운하 정책, 교육자율화 정책 어디에도 국민들은 없다. 정책의 주인인 국민들은 빠지고 시장 경제 논리만 모든 정책에 주인이 되어 버렸다.
이명박 정부의 시장경제 논리는 보건의료 정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의료는 인간의 생명과 가장 밀착되어 있어 대표적인 공공재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 공공재인 의료를 시장경제에 맡겨 놓고 돈 있는 사람들만의 아플 때 치료받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의료시장의 토대를 만들어 가려고 하고 있다.
처음 이명박 정부는 당연지정제를 완화하겠다고 했다. 건강보험당연지정제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시점에 국가의료보험제도가 없는 미국의 의료현실을 보여주는 영화 ‘식코’(sicko)가 개봉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의료양극화를 심화시켜 건강보험의 급속한 붕괴를 초래하여 국민의 의료비 부담만을 크게 늘릴 것이 명백한 건강보험당연지정제 완화의 현실을 알리고자 식코 보기 운동을 전개했다. 그 결과 다음 아고라에 10만명 이상의 네티즌들이 건강보험 민영화 반대 서명을 진행했고,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완화에 반대하는 국민 여론이 거세졌다. 결국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당연지정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기서 끝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당연지정제를 완화하겠다고 한 것의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민간보험 활성화를 통해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고, 의료시장화의 단초를 만들어 서비스산업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정책으로 ‘영리의료법인 도입’이다. 현재 병원은 비영리법인이 운영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만약 영리의료법인을 도입하게 된다면 병원은 수익을 위한 사업에 치중할 것이고 병원이 돈을 벌기 위해 환자와 국민의 건강을 놓아버릴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영리의료법인은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사회적 의무를 지지 않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 치료비를 낼 수 없는 환자를 병원 밖으로 내몰고, 돈 벌이가 되는 치료행위만 할 수 있어 공익적인 의료기관의 역할을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의료시장화를 위한 또 하나의 정책은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위해 공-사보험 간 정보공유이다. 한 마디로 국민의 질병정보를 민영보험 회사에 넘기겠다는 뜻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가지고 있는 국민의 의료이용과 질병에 관한 정보는 건강보험 재정의 효과적 사용을 위한 적정성 여부 심사를 위해 부득이하게 획득된 정보이다. 이를 민간의료보험의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될 경우,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는 국민들에게 가입거부, 보험급여 거부 등 민간의료보험의 독단적 행태로 인한 국민들의 피해는 속출할 것이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광우병 쇠고기로 인한 촛불 정국을 이용해 서서히 의료산업화를 추진 중이다. 이미 6월 11일 제주도에 외국영리의료기관 설립 제한 완화, 영리 의료기관에 특혜, 방송매체 등을 통한 의료 광고 허용 등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는 의료시장화로 가는 단초인 영리 병원 설립을 확대하기 위한 발판이 될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아플 수 있다. 그러기에 병으로부터 치료받고 건강하게 살 권리가 있으며 이는 인간답게 살기 위한 기본적인 권리이다. 인간답게 살기 위한 기본권인 국민의 건강권을 의료시장과 바꿔버린 이명박 정부에게 병들어 고통으로부터 신음하는 환자들은 보이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국민이 없듯이 의료정책에도 환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돈 있는 환자들만 존재 할 뿐이다.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건강권이 빠져나간 환자의 권리 대신 ‘죽어도 아프지마, 아프면 죽어야 해!’ 라는 현수막 문구처럼 죽어도 아프지 말아야 하는 국민의 권리(?)만 남게 되지 않을까 너무나 우려스럽다.
성남희 건강세상네트워크 활동가
성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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