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헌법에는 민족의 평화적 통일 원칙이 명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민족의 평화적 통일 문제에 관한 국론의 분열을 걱정하는 게 진정한 민족주의자가 취할 태도다. 그리고 남북대결의 상황을 남북간 교류와 협력 그리고 평화정착의 방향으로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한 것은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이었고 이를 보다 구체화한 게 2007년 10.4남북정상성명이었다.

북핵문제에 관한 6자회담의 진전은 이것들이 남한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올바른 방향이었음을 보여준다.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지 않으면 한국경제의 안정과 발전 그리고 민생문제 해결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남북이 대결상태를 계속하면 주변국들만 이익을 챙긴다.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값싸고 양질의 노동력이 남한의 자본과 기술에 결합하면, 한국경제에 활력소를 불어넣을 수 있으며 실업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 있다.

이렇듯 경제 활성화의 길이 가까운 곳에 있음에도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을 “빨갱이들의 합작품”이라고 매도하면서 구태의연하게 대북적대시 정책을 부추기는 세력들이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민족주의자를 자처하지만, 이들을 진정한 민족주의자로 인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진정한 민족주의자라면, 민족의 평화적 통일과 교류와 협력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이는 평화통일원칙을 명시한 현행 헌법이 가리키고 있는 방향이다.

다른 나라의 민족주의자들은 대개 자국의 민족적 국가적 자존과 자립 그리고 영토주권 문제에 관해 매우 원색적인 주장을 펴면서 타민족을 배척한다. 그런데 한국의 민족주의자 일부는 그것과는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것을 한국전쟁이라는 민족적 불행을 겪은 여파라고 하기에는 좀 지나치다.

그들의 일부는 하필 민족자주화 운동을 기리는 3.1절 기념일에 태극기와 나란히 성조기를 대대적으로 내걸고, 한미동맹을 강조하면서, 6.15공동선언을 배척하고 김정일 타도를 외쳤다. 촛불문화제 반대를 위한 수구단체 집회에서도 어김없이 대형 성조기가 나부꼈다. 외세에 대한 이런 행태는 다른 나라의 민족주의자들에는 발견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한국의 극우민족주의자들이 대중의 신망을 잃어가고 있는 이유에는 이런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들이 일조하고 있다.

분단 60년이 지나는 동안 남쪽만 잘 살면 그만이지 북쪽을 염려할 필요가 있느냐라는 정서가 퍼지고 있다. 분단을 어찌할 수 없는 일로 치부하고, 남북분단의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향마저 있다. 특히 남북대결의 아픔을 체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에 이런 정서가 펴지고 있다. 여기에 일부 반통일적 분단논자들이 편승해 북 타도만이 유일한 국토통일의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분단의 고착화는 남북 모두에게 커다란 불행이다. 남북은 같은 민족으로서 수천년동안 하나의 민족공동체였으니, 하나의 민족공동체로 복원되어야 한다. 그것이 서로에게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첩경이다. 그러나 남북통일은 어디까지나 평화적 수단으로 달성해야 한다. 그 이외의 방법은 우리 모두에게 커다란 재난임을 명심해야 한다.

남북이 평화롭게 교류하고 협력하기 위해서는 그 초석을 놓은 6.15공동선언과 10.4남북정상선언을 이행하는 데 힘을 합하는 것 말고 방법이 없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민족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를 지지하느냐 반대하느냐에 따라 애국과 매국의 길이 확연히 갈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민족운동이 나아가야 할 길은 바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지켜내는 데 있음을 거듭 강조한다.

시민사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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