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주 특별기자회견에서 “경제의 어려움을 풀어가기 위해 기업, 정부, 근로자가 모두 고통분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리는 여전히 대기업과 고소득 계층이 챙기는 반면 고통은 서민과 중소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과 민생대책에 ‘민생’은 실종됐다는 평가다. 시민사회는 더 이상 친재벌, 친부자 정책을 용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명박 정부의 ‘민생’을 톺아본다. |
재벌을 제외한 시장주체들은 ‘그들만의 시장’을 바라만 보고 있다.‘친기업’ 정부인 새 정부가 대기업 관련 각종 규제완화에 대해선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중소기업을 위한 실질적인 제도개선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대기업 규제완화 정책이 본격화 될 경우 중소기업 기반은 무너지고, 경제력 집중으로 인해 민생은 실종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최근 정부는 출범이후 처음 중소기업 관련 대책을 내놨지만 근본적인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일 ‘시장과 함께하는 중소기업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기술,창업 기업에 집중적인 금융지원을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번 방안에는 일부 긍적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이전에 나왔던 금융지원책과 차별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남기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방안에 들어간 ‘매자닌 방식’(1%저리로 정책자금에 공급하고 이를 이후 전환사채로 변경할 수 있게 한 지원 방식)은 진일보한 부분이다”며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이전의 지원대책과 크게 바뀐 것은 없다. 지원방식에 있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근본적인 한계와 문제는 대기업과의 불공정한 거래계약 관행과 불공평한 지위라고 평가하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국내 중소기업 60%가 하도급 거래인데 이를 정상화하지 못하면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전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와 같은 하도급 구조를 가진 나라가 없다. 일본의 경우에도 대기업-중소기업이 상호 윈-윈의 상하도급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금융지원을 일부 늘리는 등 간접지원 방식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김건호 경실련 경제정책팀 부장은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창업 활성화 등을 얘기하지만 근본적으로대기업과의 불공정한 거래 관계를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지원방안은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대기업과의 불정정한 거래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시장자율’을 내세우는 새 정부는 적극적인 개입을 기피하고 하고 있다.
올 초부터 중소기업과 시민사회는 원자재급등에 따른 고통을 대기업과 분담하기 위해 납품단가연동제를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정부는 이를 소극적으로 수용했다. 공정위는 정부가 사적계약관계에 개입하는 것은 시장원칙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납품 이전에 단가 사전협의를 의무화하는 조정제를 도입하는 선에서 해결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불공평한 거래관계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협의는 단가 결정에 큰 영향은 미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새 정부가 주장하는 대기업 규제완화 정책은 중소기업의 기반마저도 뿌리채 흔들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출자총액제 폐지다. 출자총액제는 업종 다각화에 따른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막기 위해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인 기업집단 소속의 기업에 한해 순자산의 40%를 초과하여 국내회사에 출자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는 “출자총액제를 없애면 대기업이 자유롭게 자회사를 만들 수가 있다”며 “하도급기업과 문제가 생기면 거래관계를 끊고 자회사를 만들면 된다. 출총제 폐지는 중소기업 죽이기와 똑같은 것이다”고 말했다.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 뿐 아니라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까지 나서 출총제 폐지를 강조하는 실정이다. 백 위원장은 지난주 한 강연에서 “구체적으로는 시장경쟁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 집단에 취했던 사전 규제를 풀어나가겠다”며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심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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