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6일 쇠고기 고시(관보 게재)를 강행했다. 27일부터는 미국산 쇠고기를 보관하고 있는 전국 곳곳에서 검역이 재개됐다. 고시 강행을 설마설마했는데, 그것도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기필코 강행해 버리고 말았다. 애시당초 국민과 소통할 마음은 없었다.

그야말로 대국민 선전포고다. 반민주정권 심판의 날이고 제2 국치의 날이다. 배신당한 민심의 격앙된 목소리는 폭력진압으로 일관한다. 국민들 의사보다 미국의 요구를 더 중시하는 이상한 나라다.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 문서는 한마디로 국민들을 바보로 아는 사기극이고 기만일 뿐이다.

촛불집회가 절정을 이룰 때 정부는 대미관계보다 국민 여론이 우선이라는 말까지 했다. 그러던 정부가 시위대를 향해 다시 물대포를 쏘는가 하면 초등학생과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연행하고, 보다 못해 이에 대해 항의하는 시민들을 마구잡이로 때리고 연행하고 있다. 급기야 광우병 대책회의를 이끌고 있는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을 대거 연행하고 구속영장까지 발부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경찰청 인권인원 14명도 경찰의 촛불집회 강경진압에 배신감을 느껴 전원 사퇴했다. 경찰청 인권위원회는 2005년 설립되었는데 주로 시민단체 대표들이 경찰관 인권보호를 위한 직무규칙 개선 등의 일을 해 왔다.

사태가 이토록 심각한데 한승수 국무총리는 그것도 모자라 국민의 평화적 촛불저항을 두고 불법 시위 엄정대처라는 무리수를 두었다. 이는 국민의 노여움과 투쟁을 더욱 부채질하는 자충수다. 이명박 정부야말로 한 총리가 스스로 언급한 민주정부로 돌아가야 한다. 정부가 국민토론회를 거부하고 여론수렴도 거치지 않은 채 고시를 강행했다면 누가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있는지 자명하지 않는가.

우리는 쇠고기 고시를 철회하고 당장 재협상에 나설 것을 거듭 촉구한다. 이번 고시 강행은 한마디로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라는 국민들의 요구를 끝내 무시했다는 점을 예의주시한다. 시민단체들이 비판하는 것처럼 정부의 고시 강행은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서나 볼 수 있었던 강압적 수단일 뿐이다. 국민여론을 철저히 무시한 폭거적 행태에 다름 아니다.

정부가 수출증명프로그램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하던 품질시스템평가(QSA)가 기업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강제성 없는 조치로 드러났고, 30개월 미만을 수입하는 QSA 프로그램도 일시적인 경과 조치이며 그 시한은 미국 기업들이 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번 추가협상은 그 일시적 조치로도 SRM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더 악화시켰다. 정부는 뇌, 머리뼈, 안구, 척수 등을 수입금지한다고 말했으나 수입업자의 요청이 없으면 그렇게 하겠다는 것일 뿐 어떠한 강제규정도 만들지 못했다. 더욱이 위생조건 17조 ‘선진회수육’을 ‘기계적 분리육’으로 적는 등 추가 협상 영문합의문 문구에도 오류가 발견되고 있지 않은가.

이명박 정부는 고시 강행을 철회하고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재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정권의 불행한 말로’, ‘국민 심판’을 벼르고 있는 시민사회의 저항 여부는 이제 이명박 정부의 선택에 달려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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