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단지로 거듭나다

순천·담양의 대안발전을 찾아 이버들l승인2008.07.1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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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뜨기여서 그런가 보다. 간혹 큰댁이 있는 서울은 명절 때마다 오르내리곤 했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고향을 떠나본 적이 없다. 그러다가 대학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친구들과 여행을 떠난 곳이 바로 전남 순천이다.

순천을 택한 이유는 너무나 단순하다. 같이 떠나는 친구 중에 순천 출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친구 덕에 공짜로 먹고 자면서, 순천과 여수 길바닥을 여자애들 4명이서 헤집고 다녔다. 시쳇말로 ‘여수 가서 돈 자랑 말고, 순천 가서 미인 자랑 말고, 벌교 가서 주먹 자랑 말라’고 하는데, 순천 출신 내 친구는 왜 미인이 아니냐며 놀려댔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에너지농장, 순천만

게다가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정호승 시인이 10여년 전에 펴냈던 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에 실린 ‘선암사’ 시 구절도 순천을 더욱 낭만스레 만들었다. 그때는 왜 울음소리가 남들 귀에 들리지 않는 깊디 깊은 해우소까지 찾아야 울어야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한 살, 두 살, 나이 들어가고 내 가슴 속 이야기와 눈물을 풀어낼 곳이 점차 없어진다는 것을 느낄 때, 나도 모르게 스물 살에 정겨웠던 순천이 생각나곤 한다. 그 이후에도 순천을 몇 차례 다녀오곤 했지만, 그 시절에 느꼈던 낭만과 정겨움은 과거진행형일 뿐이다.

이버들
해가 넘어가는 순천만의 석양이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순천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국내 유일의 연안 습지인 순천만이 있기 때문이다. 순천만을 겉에서 둘러보고 돌아온다면 절반도 보지 못한 것이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에 맞춰, 순천만이 바라다 보이는 전망대에 올라가거나 탐사선을 타고 연안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을 돌아봐야 순천만을 경험했다고 할 수 있다. 철새도래지인 순천만을 보호하기 위해 탐사선을 이용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양식업을 하는 어민들의 손길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번쯤은 괜찮지 않을까 넘겨짚어 본다.

순천만은 김승옥의 ‘무진기행’ 배경지이기도 하다. ‘안개 나루’라는 의미인 ‘무진’은 지도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작가 김승옥이 특산품이라 칭했던 순천만 안개에게 ‘무진’이라는 별칭은 가장 순천만다운 별칭이 아닐까 한다.

800만평 갯벌과 70만평 규모의 갈대밭으로 이루어진 순천만이 최근 새로운 변신을 하고 있다. 염전이 망하고 난 그 자리에 태양광발전이 새로운 산업으로 부각 받고 있다. 순천만에는 (주)서울마린에서 운영하는 태양광발전시설이 있고, 연구 사업을 위한 1MW 규모의 태양광실증 연구단지도 조성되어 있다. 또한 한국YMCA전국연맹에서 건립한 200kw 규모의 시민발전소도 운영 중이다. YMCA는 국내 시민단체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의 태양광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YMCA 태양광발전 옆에는 농민이 투자한 소규모 태양광 발전도 함께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순천만이 태양광 발전단지로 각광받는 이유는 과거 염전을 운영했을 만큼 일사량이 좋고, 바닷가가 가까이 있어서 통풍이 잘 되며, 지가가 싸기 때문이다. 이제 순천만은 갯벌과 철새에 이어 태양광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순천만 뿐 만 아니라 순천만 인근에도 신재생에너지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고유가로 인해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며, 일사량이 좋은 전라남도의 특성을 잘 살린 태양광 발전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순천만이 내려다보이는 별량면 7곳에서 태양광발전을 하고 있으며, 전라남도가 시작되는 서해안 영광군에서 남해안인 광양시까지 ‘ㄴ’모양으로 휘두르는 해안가에는 태양광발전소 25개가 들어서 전력 7.1MW를 생산하고 있다. 또한 녹차밭으로 유명한 보성에는 4개 지역에서 태양광발전을 하고 있으며 광양 3곳, 함평과 무안도 각각 1곳에서 태양광발전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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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발전시설.

앞으로도 국내 태양광발전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으로 경쟁우위를 갖추고 있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기술이 결합된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현재 세계적으로 태양전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인 삼성과 LG가 태양광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비춰보아도 앞으로 태양광발전 시장에 대한 미래는 밝다.

그러나 정부는 기존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들의 발전 시장 입지를 굳히기 위한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강제하는 의무할당제(RPS)를 도입하려고 한다. RPS는 발전사 등 기존 에너지사업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공급하는 에너지의 일정량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정부는 RPS를 도입하면서 그동안 태양광발전사업에 지원했던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일몰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발전차액지원제도는 국내 태양광시장을 확장시켜왔고, 그 결과 2011년경에 태양광 100MW를 채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지난 2008년 5월 20일에 태양광발전 116MW가 설치되었다.

정부의 이 같은 계획은 발전시장에 뛰어드는 민간 사업자를 제한시키고 결국 국민세금으로 한전 입지만 넓혀주겠다는 의미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얼리 무버’(early mover)가 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결국 국민 참여를 배제한 한전만의 신재생에너지 독점시장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물살 센 울돌목 조류발전

순천만에서 땅끝 마을인 해남 쪽으로 방향을 틀면, 충무공의 명량대첩 전승지인 해남과 진도 사이의 바닷가 울돌목이 나타난다. 임진왜란 3대 대첩으로 잘 알려진 울돌목은 왜선을 바다에 침수시킬 만큼 물살이 세다. 이 물살을 이용해서 1MW 규모의 조류발전소가 시험 설치 중이다.

지식경제부 자료에 따르면,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국내 연안에는 해양 에너지원이 풍부해 파력이나 조류, 조력발전 등 총 1400만kw의 에너지자원이 존재하고 있다. 이는 원자력발전소 14기가 생산하는 전력량과 맞먹는 규모다.

최근 울돌목 조류발전은 세계 최대 규모의 조류발전소 건설을 위한 철골 구조물을 성공적으로 설치했다. 국토해양부는 설치한 철골 구조물 내부에 발전기와 전기설비 등을 갖춘 뒤 육지와 발전구조물을 연결한 뒤 2년 정도의 시험 운영을 거쳐 상용 조류발전소로 운영할 계획이다.

세계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빠른 물살을 자랑하는 울돌목에 최대 90기까지 설치할 경우, 총 9만kw 정도의 전기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조류가 빠른 곳에 수차발전기를 설치한 후, 발전기 수차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조류발전은 기후변화나 계절에 관계없이 발전이 가능하고 수차와 발전장치 설치만으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조류발전은 댐과 같은 대형 인공구조물이 적고 자연적인 물 흐름을 이용하기 때문에 비용이 적게 들고 환경파괴도 적다. 한편 기존의 신재생에너지가 소규모 전력생산만 가능한데 반해, 조류발전은 발전량이 많아 대규모 상업 발전도 가능하다.

환경파괴 논란이 거센 조력발전 보다는 조류발전이나 파력발전, 소수력 등 해양에너지의 적절한 활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담양 소수력발전

순천에서 서울방향으로 올라가면 담양을 만나게 된다. 매번 충북 단양과 전남 담양을 헷갈리곤 한다. 음절도 비슷하고, 대나무와 메타세콰이어 숲길이 유명한 점도 유사해 그런 것 같다. 고향인 서산과 서천을 헷갈려하는 사람들이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으나, 담양을 헷갈려하는 내 모습을 보자니 저절로 이해가 된다.

전남 담양에는 담양호의 낙차를 이용한 소수력 발전소가 들어서있다. 담양호는 전라남도 담양군 고서면과 남면 일대에 위치하고 있으며, 영산강 유역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영산강의 지류인 고서천을 댐으로 막아 건설하였다. 1976년 9월에 준공된 담양호는 댐의 높이 25m, 길이는 505m이며, 총 저수량은 1740t, 몽리면적은 3,155ha에 이른다.

한국농촌공사 담양지사는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담양호와 장성호에 소수력발전소를 건설하였다. 인공적으로 댐을 만들어 저수지를 건설하였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낙차가 생겼고 이를 이용하여 소규모 수력발전을 하는 것이다. 담양 소수력발전소는 1시간당 94kw를 생산하는 1호기와 1시간당 1,180kw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소수력 발전설비 2호를 완공하여 상업운전을 시행하고 있다. 건설비용은 총 28억원이 소요되었으나, 연간 전기판매 수익이 1억1500만원에 달해 경제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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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호 소수력발전소 관계자가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담양호 인근에 건설된 장성호도 30억원을 들여 건설하였으나 연간 전기 판매 수익이 2억1000만원으로 추산되어 고유가 시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장성호 소수력발전은 1호기 260kw와 2호기 960kw 규모로 전기를 생산해 한전에 판매하고 있다.

담양 소수력발전 사업은 전국 최초로 지방자치단체와 정부투자기관인 한국농촌공사가 공동으로 참여한 사례다. 이에 담양군은 소수력 발전시설 유치와 경영수익을 올리게 되고 한국농촌공사는 유휴 수자원을 활용해 경영수익을 올린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동안 대수력발전은 홍수 예방이나 수자원 확보 등의 이유에서 지어졌지만, 또 다른 환경 피해나 자연 재해 유발 등의 문제점을 노출시켜 왔다. 이에 반해 소수력발전은 최고 높이 33m에서 초당 10t 정도의 물을 떨어뜨린 뒤 낙차를 이용해 발전기를 돌리는 방식으로 소규모 발전시설이기 때문에 대수력발전과 같은 환경피해나 자연재해 유발 등의 문제점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유휴 수자원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며 이미 건설되어 있는 시설을 다시 사용한다는 점에서 추가 비용이 적게 소요된다. 현재 전국적으로는 포천이나 영월, 단양 등 18곳에 소수력발전이 설치되어 있다.

실패 사례에서 배워야

사상 초유의 고유가 행진이 지속되면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친환경적인 신재생에너지라도 대규모 건설을 하게 될 경우, 환경 피해와 주민 갈등을 유발시킬 수 있다. 친환경 시설이라고 해서 반드시 모두가 찬성하거나 좋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다른 발전시설보다는 이해를 구하기 쉽고 설득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민주적인 절차를 잘 갖추면 큰 갈등 없이 신재생에너지 조성을 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사업들은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질 때가 많다. 주민과의 갈등을 빚고 있는 제주 난산 풍력발전 사업이나 효율성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은 마라도 태양광 발전, 전라남도에서 난립하고 있지만 제대로 관리, 감독이 되지 않는 수많은 태양광발전시설 등 현재 시행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사업들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 경우,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특히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될 경우에는 향후 정부 정책에서도 배제될 수 있다.

1970년대에 보급되었던 태양열 사업 실패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정부가 태양열 보급 사업에 심야전기를 공급하였기 때문에 실패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AS가 안 되거나, 설치 업체가 도산하거나, 난방 효율이 낮다는 등의 태양열 사업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 많았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큰 요즘이야말로 바로 신재생에너지를 확산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짜임새 있고 일관성 있는 정부 정책과 산업계 대응이 보다 더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이버들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차장

이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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