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를따라 32-검룡소 가는 길

“검룡소 투명의 속살에 죄를 씻다” 남효선l승인2008.07.1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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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룡소 오르는 1.3㎞ 천혜의 비경...검룡이 밷는 용틀임에 찬탄
남효선

낮 기온이 최고 36도를 넘어서는 폭염이 연일 계속되자 기상청은 하루가 멀다 하고 폭염주의보에 폭염경보까지 발령했습니다. 초복도 지나지 않은 초여름의 날씨가 36도를 웃도는 이상 고온현상을 보이는 것은 이제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는 일이 돼버렸습니다.

인간들의 무분별한 개발 욕으로 이미 지구는 만신창이가 된지 오랩니다. 뒤늦게 인간들은 지구온난화니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 협약이니 호들갑을 떨지만 정작 지구는 인간들이 스스로 저지른 반 생태적, 반 환경적 패륜에 뒤 한번 되돌아보지 않습니다. 흡사 인간들에게 고스란히 재앙을 되돌려주는 듯 이빨을 앙 다문 모습입니다.

폭염경보가 내리던 날, 콩죽처럼 흐르는 땀을 훔치며 검룡소를 찾아 나섰습니다. 검룡소는 한강의 발원지입니다. ‘한밝(태백)’ 삼수령 부근 금대봉에 자리합니다. 금대봉은 백두대간에 몇 안되는 생태계보전지역입니다. 때문에 계절별로 앞다투어 피는 야생화를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폭염을 정면으로 맞으며 검룡소를 찾은 데는 순전히 죄스럼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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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볕 속에서도 산간 마을을 평생 지켜 온 농꾼들은 한시도 놀지 않고 폭염에 타들어가는 배추와 콩밭을 매고 있었습니다. 가뭄에도 콩대보다 훨씬 웃자라는 ‘지심(잡초)’은 한 숨만 돌려도 한 뼘만큼 콩밭 골을 뒤덮습니다. 그러고보니 ‘지심’이라는 어원이 무엇인지 궁금해집니다. 지심이라는 용어는 경상도 지방, 특히 울진,영덕 등 동해연안에서 흔히 사용되는 잡초를 뜻하는 말입니다. 아마 ‘땅심’을 뜻하는 듯 합니다. 콩밭에 지심이 들어서면 그 해 농사는 헛것이 되고 마는 것을 잘 아는지라 농꾼들은 콩죽같은 땀을 쏟으며 콩밭에 엎딜 수밖에 도리가 없습니다. 한 해 농사를 망치는 일보다 콩밭에 엎디어 있는 게 지금껏 밭을 뒤지며 배우고 익힌 도리이자 근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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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룡소는 잘 닦인 2차선 도로가 끝나는 주차장에서 1.4㎞ 남짓 거리에 있습니다. 폭염에도 몇 대의 관광버스가 주차장에 세워져 있습니다. 울긋불긋한 등산복 차림의 중년 남녀들이 줄지어 검룡소로 오르는 길목을 채웁니다. 아이를 업은 젊은 부부의 모습이 산길처럼 평화롭습니다.

땡볕 속에 온통 하늘을 덮은 것은 잠자리 떼입니다. 걸음을 뗄 때마다 잠자리 떼들이 한걸음 먼저 길을 장악합니다. 흡사 검룡소를 지키는 병사같습니다. 잠자리떼는 검룡소로 이르는 길목을 온통 채우며 내내 검룡소를 찾는 이들의 주변을 맴돕니다. 손을 허공에 벌리면 금세 잠자리가 손가락에, 손바닥에 날아와 앉습니다. 잠자리떼는 한반도의 생명의 시원을 연 검룡소에서 하늘로 승천한 용의 환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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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룡소라는 이름은 물이 솟아 나오는 굴속에 살던 검룡이 승천했다하여 붙여졌습니다. 한국 전통사회에서 '용'은 사람을 살리는 물을 관장하는 신입니다.

검룡소 앞에는 백 년은 됨직한 산뽕나무 한 그루가 턱 하니 버티고 서서 내리쏟는 햇볕을 가려줍니다. 작고 앙증맞은 까만 오디를 주렁주렁 매달았습니다. 검룡소를 찾는 이들은 손을 벌려 검룡소가 키운 달큼한 오디 맛을 즐깁니다.

진작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는 한 평도 채 안되어 보이는 자그마한 샘 웅덩이입니다. 웅덩이의 크기는 어림잡아 직경 3m쯤이며 속이 환히 들여다 보일만큼 투명의 쪽빛입니다. 샘 밑바닥에는 이 곳을 찾은 이들이 남 몰래 소원을 빌며 던진 듯한 동전들이 수북하게 쌓여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솟아나는 물이 하루 2000톤이 넘는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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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에서 솟은 작은 샘 줄기는 45도 경사의 절벽을 내치면서 우람한 강줄기로 변합니다. 이 가느린 샘 한줄기가 유장한 강줄기가 되어 반도의 가슴과 허리를 휘감고 서울을 살리며 서해로 흘러듭니다. 금대봉 기슭에서 솟은 검룡소의 샘물이 반도를 에둘러 적시며 514㎞의 한강을 만듭니다. 물은 정선의 골지천과 조양강, 영월의 동강을 거쳐 단양·충주·여주로 흘러 경기도 양수리에서 한강에 흘러든 뒤 서해로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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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룡소가 발견되기 전까지 한강의 발원지는 강원도 평창에 위치한 오대산의 산 샘 ‘우통수’ 로 알려졌으나 두 물줄기가 합수되는 지점인 나전 삼거리에서 정확하게 측정을 한 결과 검룡소가 31km더 길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이곳이 공식적인 한강발원지로 지정 되었습니다.

그러나 일설에는 검룡소에서 2km정도 더 위쪽에 있는 창죽동 금대봉 골에 있는 '제당궁샘', '고목나무샘', 또물골의 '물구녕 석간수' 와 '예터굼' 에서 솟아난 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다시 검룡소에서 솟아나므로 제당궁 샘이 한강의 발원지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태백문화원은 매년 음력 6월 15일 유두절에 ‘한강대제’를 열어 반도를 살리는 샘의 영원을 기립니다.

검룡소를 되돌아 나오는 길에 여전히 땡볕 속에서 농꾼들이 가뭄에 타들어가는 배추에 물을 뿌리고 있습니다.


남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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