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5일자로 경제살리기를 통한 일자리창출과 화합과 동반의 시대를 열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34만여명에 대해 광복절 대사면을 단행했다. 정부는 이번 특별사면을 통해 경제인들의 활발한 투자활동을 이끌어내 일자리를 창출하고, 해외시장을 넓혀 우리가 겪고 있는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는 전기가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특별사면 대상자에는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최태원 SK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등 대기업 총수 다수는 물론 경제5단체가 요구한 대상자, 그리고 형사범 1만416명, 선거사범 1902여명, 징계공무원 32만8335명 등이 포함되었다.

하지만 특별사면된 재벌총수 상당수가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자들이어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손길승 SK그룹 전 회장, 박건배 전 해태그룹 회장, 조동만 한솔아이글로브 회장, 장치혁 전 고합회장,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등은 모두 특경가법상의 배임 또는 횡령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이들이다. 이명박 정부가 ‘프렌들리 기업’ 정권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으로 특별사면권 남발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민단체도 이번 특별사면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경실련은 정부가 ‘경제 살리기’를 특별사면의 배경으로 설명하지만 이는 허울 좋은 명분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그동안 많은 경제 살리기 차원의 특별사면이 있었지만 재벌총수들의 탈법·불법행위와 구속은 줄어들지 않는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정으로 경제를 살리는 길은 악성 경제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 분명하게 책임을 물어 경제 질서와 사법질서를 올바르게 세우는 데에서 출발한다고 충고했다. 이를 통해 분식회계, 비자금조성, 불법 상속 및 증여 등 아직도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고 있는 어두운 관행을 접고 기업경영 투명성 확보를 요구했다.

집행유예가 끝나지 않았고 형 확정이 된지 불과 2~5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비리재벌 총수들을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반시장주의적 처사이자 시장의 불법과 반칙을 그대로 용인하는 친비리재벌 정권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한 발 더 나아가 지난해 말 “특경가법 위반자는 특별사면 금지”하자는 사면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한나라당 소속 전, 현직 의원들을 강하게 질타했다. 한나라당 소속 18대 국회의원 16명이 특경가법 위반자에 대해서는 특별사면을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담은 사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는 것이다. 것이다. 안상수, 원희룡, 전여옥 의원은 이같은 사면법 개정안의 대표발의자다. 그런 한나라당이 정권이 바뀌자 언제 그랬냐는 듯 입장이 돌변한 것은 도무지 정치인의 행동거지를 어디까지 믿어야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정부 때 밀어붙인 소신이 이명박 정부 시절 왜 바뀌었는지 궁금하다.

시민단체 주장대로 소신없는 정치인들의 각성을 촉구하고 사면심사위원회의 심사 과정과 결과에 대한 회의록 자료 일체를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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