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사노련 ‘공안드라이브’에 제동…재발 가능성은 현존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등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 관련자 7명에 대해 경찰이 국가보안법 위한 혐의 등으로 신청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공안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향후 제2의 사노련 사건 재발 가능성이 높은 만큼 민중·노동진영을 아우르는 범시민사회 차원의 공안탄압 대책기구 결성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팀장(광우병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 재판에서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이 담당 판사를 실명거론하면서 ‘좌파 판사’로 공격한 사례처럼 사법부에 대한 ‘색깔론’ 공세가 강화될 우려가 높은 만큼 보수언론과 보수단체들의 비판과 공격에 대해서도 시민사회가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철환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지난달 28일 “사노련이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하는 행위를 목적으로 구성된 단체로서 그 활동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점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번 영장기각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검찰과 경찰 등 공안당국이 정권안보를 위해 국가보안법을 들이대는 무리한 수사와 기획에 발목이 잡혔다고 평가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영장심사를 나누어 맡은 3명의 판사가 모두 동일한 의미에서 영장을 기각한 데서 알 수 있듯 이번 판단은 법원 전체의 의견으로 봐도 될 것”이라며 “권의주의 시대로 회귀한 공안당국의 태도에 사법부가 브레이크를 걸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안사건에 대해 법원의 실질적 해악 기준 적용이 일반화되면서 향후 공안당국의 조작 시도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질적 해악 기준은 국가변란을 실행할 역량이나 의사가 없는 경우 단지 어떤 사상이나 지향을 표현·홍보한 것만으로는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이번 영장기각판결 결정문을 보면 실질적 해악 기준을 채택했다. 이는 몇 년 전부터 대법원이 실질적으로 채택한 기준이었고 이전에도 진보의련 등 2~3개의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실질적 해악 기준을 적용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몇몇 사례처럼 향후 공안사건에서 보수언론과 보수단체들이 상식적인 판결을 내리는 판사를 ‘좌경용공’으로 몰아 판사 개인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며 시민사회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도 “공안당국이 정권에 코드를 맞춰 실적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제2의 사노련 사건이 충분히 반복될 것”이라며 “이젠 사안별로 대응에 그치지 말고 군사독재정권 하에서처럼 시민사회, 민중진영, 노동계, 정당을 아우르는 공안탄압 저지를 위한공동대책기구를 만들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심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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