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안 '엉터리 산술'

부자 대기업 중심 혜택안 양극화 부채질 심재훈l승인2008.09.0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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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소득세, 부동산 양도세 완화 등을 뼈대로 2008년 세제개편안이 1일 발표됨으로써 이명박 정부의 감세 드라이브에 시동이 걸렸다. 하지만 시민사회는 정부가 말하는 감세가 서민과 중소기업 보다는 자산보유자 등 부자나 대기업 중심의 혜택 안을 제시하고 있어 조세정책의 효율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양도세, 종부세, 상속증여세 완화로 인해 소득의 양극화 조장 여지가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9.1 세제개편안의 주요근거를 양극화로 들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유리한 데이터 취사선택 짜맞춰=정부는 9.1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경쟁국보다 높은 조세부담률로 인해 성장률 저하와 함께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상대적 고세율 구조와 불합리한 과세에 의해 투자와 소비가 위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통계를 보더라도 소비증가율 등은 미국, 영국, 일본에 비해서도 다소 높은 편이었다. 국민소득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로 도달하는 기간 중 한국의 민간소비증가율은 3.6%로 미국 3.3%, 영국 2.8%, 일본 3.5%를 나타냈다.

이러한 내용들 때문에 시민사회와 많은 개혁적 경제학계는 감세를 위해 자신에게 유리한 데이터를 취사선택해 짜맞춰 감세필요성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소장파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이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지 W 부시가 제시한 세금인하계획과 사회보장 계획이 명백하고 노골적인 엉터리 산술에 기초한 것이었다고 지적하는 것처럼, 현재 진행되고 있는정부의 감세정책은 ‘엉터리 산술’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정부가 우리나라의 세원구성에 대해 법인세, 재산과세 비중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높은 반면, 개인소득세, 사회보장세는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하고 있지만 법인세율 인하내용에서는 법인세 비중이 높은 자료를 제시하고, 소득세율을 인하할 경우엔 소득세 최고세율을 비교하고 있어 객관적인 비교를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법인세와 소득세는 기업 규모와 개인 소득 수준 등을 등급별로 나눈 과표구간에 따라 세율이 차이를 보인다.

경실련은 또 유류세, 부가가치세 등 소비과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현상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을 하지 않는 대신 법인세, 재산과제 비중의 개선만을 주장하고 있어 조세구조의 근본적 문제는 덮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혁성향 조세전문가들은 선진국일수록 소비세 등 간접세 비중은 낮고 개인소득세 등 직접세 비중이 높은 경향을 보이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간접세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기형적구조를 나타낸다고 지적해왔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소득세율 인하, 상위 10% 위한 것=경실련은 또 소득세율 인하로 가처분소득이 증가하면 일정 정도 소비를 진작한다는데는 동의를 하지만 9.1 세제개편안처럼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획일적으로 진행하는 세금 인하는 양극화 해소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근로소득세 대상자 중 절반 이상의 소득이 면세점에 미치지 못해, 소득 상위 10%가 내는 세금이 전체의 78%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소득세를 인하할 경우 고소득층에 혜택이 집중돼 정부가 강조하는 내수진작 효과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법인세 인하가 투자촉진?=지난 2006년 기준으로 2천843개 대기업이 전체 법인세의 80.4%를 부담했고, 순이익 1억원 미안 17만여 중소기업이 낸 법인세는 총액의 1.8%에 불과해 정부가 법인세율을 더 내릴 경우 혜택은 대기업에 집중된다. 또한 대기업은 각종 공제제도를 활용해 낮은 실효세율을 적용받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말하는 법인세 감세로 인한 투자진작 효과는 크지 않고 오히려 재정적자만 키울 여지도 크다는 지적이다.

부동산세제, 상속증여세 인하대부분 국민과 동떨어진 내용=부동산 양도소득세 과세범위를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변경해 사실상 비과세대상을 늘리고 있다. 이는 과세 대상자를 국민의 4.5%에서 1.5%로 낮춰 결과적으로 서민과는 상관없이 극소수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감세가 되었다는 지적이다. 또한 주택 및 종합부동산토지의 과세표준 적용율을 예정된 계획대로 적용하지 않고지난해 수준인 80%로 동결한 것은 종합부동산세제의 후퇴라는 평가다.

9.1 세제개편안에서 상속증여세 인하는 특히 소득양극화를 부추기는 내용이라는 지적이다. 2007년 사망자 가운데 상속증여세 과세자는 2천600명(0.7%)에 불과하다. 특히 정부안에는 상속세 부과가 높은 15억 원 이상에서는 17%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세율을 인하해 사실상 일부 부유층만을 위한 조치라는 평가다.

“부시의 감세 실패에서 교훈에서 얻어야”=새 정부가 내놓은 세금개혁안을 보면 감세가 양극화와 경기침체를 치료할 만병통치약으로제시돼 있다. 이러한 감세정책은 20세기 말부터 이번 세기 초까지 미국 공화당과 영국 보수당이 추진한 감세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감세 이후 양극화가 심화된 이들 나라의 경험을 되새겨야 한다고 지적한다.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미국 부시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단행한 감세로 인해 예산사정의 극적인 악화를 낳았다고 말한다. 그는 또 "1990대말과 2000년대초 활황을 보였던 미국의 거품경기가 2003년부터 적신호를 보이자 부시가 경기 자극을 위해 내놓은 추가대책에도 당장 경제를 자극할 방안은 거의 없는 반면 부자들을 위한 장기적 세금인하 방안이 잔뜩 담겨있었다"고 평가했다.이런 사정에도 미국언론은감세정책 문제점에 대해 다루기를 기피해 양극화 등 부작용만 키웠다.

개혁적인 학자들은 현재 한국이 추진하는 감세정책은 부시의 그것과 너무 닮아있다고 평가한다. 급격한 감세를 추진한 미국과 영국에서 양극화 심화라는 부작용이 나타났다.이젠 감세라는 경제 이데올로기에 급급해 현실과동떨어진 정책을 밀어붙이기보다 외국의 경험과 우리 현실을 적절히 고려한 정책을 내놓을 때라는 지적이다.


심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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