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의 탐욕과 백신 독점 규탄”

시민사회단체, 화이자社 백신 독점 규탄 및 특허 면제 촉구 양병철 기자l승인2021.11.1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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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보다 생명이다. 코로나19 백신 특허 면제를”

“한국 정부는 백신 계약서를 투명하게 공개하라”

지난 10월 19일 미국 시민단체 퍼블릭시티즌은 화이자가 세계 9개국과 맺은 백신 계약서를 입수해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이라는 권력을 이용해 각 국가를 상대로 온갖 방식의 갑질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팬데믹에 감염병을 예방할 백신은 전세계가 필요로 했지만, 이를 생산하는 기업은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제약기업들은 이러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이윤을 극대화해 왔으며, 계약 내용을 비밀로 유지하지 않으면 백신을 주지 않겠다는 협박 방식으로 국가들을 상대로 재갈을 물려왔다.

중저소득국가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1년간 감염병 위기시기에 백신 개발기업들의 과도한 독점권을 유지시키는 지적재산권 면제를 요구해 왔으나,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이 논의는 아직도 지지부진하다. 이번 기회에 화이자와 같은 개발기업의 백신 독점을 규탄하고, 문재인 정부에 코로나19 백신의 특허 면제 지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후 정부에 백신 구매 계약서 공개 및 백신 특허 면제 제안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운동을 해나갈 계획이다.

▲ 10일 오전 화이자 백신 독점 규탄 및 특허 면제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무상의료운동본부)

기자회견은 변혜진 상임연구위원(건강과대안)의 사회로 시작됐다. 김선(민중건강운동 동남아시아·태평양지역 코디네이터)는 화이자는 전세계 가장 많이 팔린 코로나 백신을 생산중이고 백신판매 수익은 물론, 주가 상승으로도 막대한 부를 거머쥐었다. 연봉 200억이 넘는 CEO는 작년 백신 임상결과 발표 당일, 급등한 가격으로 보유 주식을 판매해 60억원이 넘는 돈을 한순간에 챙겨가기도 했다. 화이자 CEO는 ‘백신 대통령’이라고도 불린다.

전세계 모두가 필요로 하는 백신을 혼자서만 생산하는데 당연히 그 양이 충분치가 않다. 각국 정부 수반은 백신을 달라고 애원한다. 돈 많은 고소득 국가들은 자발적으로 가격을 올리며 구매 경쟁을 지속한다. 돈이 부족한 중간소득 국가들은 불공정 계약을 감수한다. 저소득 국가에서는 백신을 구경도 하지 못한 사람들이 매일매일 죽어간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기 전인 작년 10월 중저소득 국가들은 세계무역기구에 제안을 했다. 마스크나 진단키트 때 그랬던 것처럼 백신이 나왔을 때 또다시 우리가 서로 싸우지는 말자. 정부들이 뜻을 모아, 25년전 우리가 만들었던 그 국제협정을 우리 힘으로, 팬데믹 상황에 맞게, 조정하자. 트립스라고 불리는 지적재산권 관련 무역협정 이야기이다. 코로나 관련 의료제품에 부여되는 특허, 영업비밀 등 지적재산권을 잠시만 유예하자.

전세계적으로 관련 지식과 정보를 공유해서 중복 연구와 낭비를 막고, 생산역량이 있는 공장들을 풀가동해서 전세계 공급량을 대폭 확대하자. 너무나 합리적이고 윤리적인 이 제안은 1년이 넘도록 트립스 회의실 문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전세계 100개 이상 국가들이 찬성을 했지만, 일부 고소득 국가가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 정부도 이렇게 발목 잡는 국가 중 하나이다. 트립스 협정은 전세계 모든 국가가 20년 이상 특허독점 기간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화이자와 같은 초국적 기업에 유리한 내용이다.

작년 말 트립스 유예안이 제안되자 가장 강력히 반발했던 기업이 바로 화이자였다. 특허라고 하는 제도로 독점권을 인위적으로 보장받아야만 막대한 수익이 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화이자는 코로나 백신 개발에 2조원을 투자했다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 백신 판매로 인한 매출은 올해에만 40조가 넘고, 내년에도 30조가 넘는 금액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측된다. 시가총액은 올해에만 60조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라는 지구적 재난을 이용해 특허독점에 기반한 무소불위의 권력을 거머쥐고, 전세계 모든 국가들을 발아래 두고 있다. 말 그대로 초국적 기업이다. 트립스 유예안이 제안된 지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중저소득 국가에서만 수백만 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저소득국가에서는 아직까지도 백신을 한 번이라도 맞은 사람이 100명 중 4명에 불과하다.

우리 모두에게 묻는다. 화이자의 주식이, 화이자 CEO의 연봉이, 저소득 국가 사람들의 목숨보다 귀한 가치일까. 한국 정부는 “세계무역기구에서의 특허 면제 논의에 열심히 참여하겠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한국 정부에 묻는다. 지금이 아니면 대체 언제 특허 면제를 찬성할 건가. 정부는 시민들이 부여한 권한과 책임을 방기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지금 당장, 오늘도 백신을 맞지 못해 죽어가는 지구촌 동료들을 어떻게 구할 것인지 답해야 한다.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은 사망자수는 매우 축소된 규모로 추정되며 실제로는 수배의 사망자가 더 있을거로 알려져 있다. 백신이 개발되었음에도 이윤 때문에 백신을 맞지 못하고 돌아가신 사람들의 죽음을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숭고한 넋 앞에 머리 숙여 추모한다. 현재 코로나19 위기가 정의롭게 해결 될 수 있도록 그리고 앞으로 어떤 감염병이 다시 도래할 지 알 수 없지만, 미래에 이러한 불상사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번 문제의 원흉을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거 같다.

우리는 백신 회사들의 만행을 아주 조금이지만 알고 있다. 그리고 기업들은 자신의 만행을 발설하면 백신을 주지 않겠다고 재갈을 물려 놓은 사실도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계약들이 낯설지가 않은 거 같다. 우리는 과거 서구 열강들이 일본이 제국주의 행태를 보일 때, 한국과 같은 약소국에게 형태는 조약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강탈에 가까운 모습들을 많이 역사 속에서 알고 있다. 어쩌면 일본이 요구한 강화도 조약이 백신 갑질 계약서보다 더했나 싶은 마음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래도 제약회사가 백신을 개발해줘서 우리가 지금 감염병도 예방하고 위험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 진거 아니냐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약회사의 독점권을 유지하는 백신 특허가 있어야 다른 감염병 위기에도 백신을 개발해 주지 않겠냐고 말하는 분도 계신다. 하지만 감염병 위기에 백신 특허는 제약회사의 책임은 면제하고 권리만 챙기는 불공정 조약이다. 신종감염병은 원래 연구개발의 불모지였었다. 사스, 메르스 등 여러 차례 코로나 감염병이 있었지만, 관련된 연구는 공공지원을 통해서만 이뤄졌다.

바이오앤테크나 모더나와 같은 연구소 수준의 벤처기업들이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옥스포드 같은 공공기관 연구소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게 된 배경도 같다. 이는 신종감염병이 특허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특허 중심의 지나친 이윤추구적 개발방식이 신종감염병 연구를 막았기 때문에 공공자금 지원이 유일한 연구 동력이었던 것이다. 감염병위기 이후에 개발과정에서도 제약기업은 책임보다는 특혜를 받아왔다. 감염병 위기 속에 국가는 백신 개발 기업들에게 실패해도 책임 묻지 않겠다 돈은 얼마든지 지원할 테니 백신을 연구해달라. 이러한 분위기 속에 화이자는 6000억원, 모더나 8600억, 존슨앤 존슨 8900억, 아스트라제네카 2조4천억원 등 어마어마한 자금을 지원받아 개발됐다.

그럼에도 백신 특허로 파생되는 엄청난 이윤을 소수 기업들이 오로지 독차지 하고 있다. 백신 추가 연구에도 한계가 발생하고 있다. 초저온이라는 보관방식, 주사제라는 투여방식은 국가들의 백신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개선되어야 할 사항이다. 하지만 백신 특허 때문에 이러한 연구를 함부로 진행할 수도 없다. 정말 감염병 위기 속 백신 특허는 이처럼 사고뭉치, 골칫덩어리이다. 마약이나 술, 담배보다 해로운 게 백신 특허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마약이나 담배처럼 감염병 위기에 제약회사가 누리고 있는 특허제도에도 규제가 필요하다.

그리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 정부는 백신계약서가 굴종조약인지, 공정계약인지 공개를 요구한다. 화이자가 한국 정부의 국유기업을 담보로 했는지, 주권을 면제시키는 계약을 했는지 알고 싶다. 한국은 이제 전국민의 거의 77%가 접종을 완료할 정도로 높은 접종률을 보이고 있지만, 한국만 백신 접종이 높다고 감염병으로 부터 자유롭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미 경험했듯이 글로벌 사회에서 각 국가들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한국 정부는 전세계가 백신을 공평하게 접종받을 수 있도록 백신 특허 면제에 적극적으로 지지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공평백신 접종을 위한 국제기구의 노력에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 코로나19는 인류의 마지막 감염병이 아닐 것이다. 지금 정의로운 백신으로 분배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어떤 희망도 꿈꾸지 못할 것이다. 제발 한국 정부가 우리의 희망을 절망으로 바꾸지 않길 바란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코로나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코로나 상황에서 위험은 돈 없고 힘없는 사람에게 더 드러났다. 바이러스의 위험은 모두에게 동일하지 않았다. 이미 사회가 심각하게 불평등하기 때문이다. 돈 있는 사람이 돈으로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착각하지만 모두가 안전하지 않으면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알려준 진실이다. 우리는 사회의 불평등에 대해, 감염병의 창궐을 낳은 인간중심의 생태계 파괴에 대해 성찰했고, 나의 인권은 타인의 인권과 연결되었음을 자각했다. 코로나 이후의 사회 방향은 공존을 위한 협력, 서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연대라는 것을 수많은 이웃과 가족을 보낸 후에야 뼈저리게 배웠다.

그러나 코로나 백신이 개발되고 지금의 모습은 어떠한가. 무엇이 달라졌나. 여전히 화이자와 같은 초국적 제약회사는 기업의 배를 불리기 위해 빈곤국가에서 건강과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돈만을 위해 횡포를 부리고 있다. 무상접종이라고 하지만 국내에도 미등록이주노동자나 홈리스 등은 신분을 요구하는 제도로 백신을 받고 있지 못하다. 백신접종은 국내에서도 불평등하고 국제적으로도 불평등하다. 이에 대해 인권단체들은 정부와 만난 자리에서 미등록이주노동자와 홈리스등 사회적 소수자들이 접종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할 뿐만 아니라, 국제적 백신불평등 해소에 나서야하며 부스터샷을 중단해야 한다고 의견을 전달했지만 아직까지 변화는 없다.

불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의 20.5%인 가난한 52개 국가와 지역이 글로벌 백신의 3.3%를 접종했다고 한다. 유럽과 아랍에미리트 등 고소득국가 80%가 넘는 접종을 보이고 추가접종까지 하는 이 심각한 국제적 불평등을 초국적 제약회사는 방치를 넘어 조장하고 있다. 백신을 빈곤국에 기부하는 것까지 막는 패악질을 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글로벌 백신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수차례 권고했다. 단지 한국이 지불능력이 경제선진국이라는 이유로 화이자의 조치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된다. 현재 빈곤국들의 대부분 사람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기까지 또 다른 2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되나. 유엔인권전문가들이 한국 정부에 촉구한 것처럼 정부는 세계무역기구의 지식재산권협정의 지식재산권의 한시적 면제를 하고, 백신 비축이나 추가접종을 멈추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외국에서 원료를 사오기도 하고 가난한 국가의 노동자들이 만든 제조품을 수입해 오기도 한다. 그들이 안전하지 않은데 어떻게 부유한 국가의 사람들이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우리는 연결되어 있는 만큼 단 한명도 뒤에 남겨두지 않겠다는 인권의 원칙만이 우리를 코로나 펜데믹으로부터 벗어나게 할 수 있다. 얼마 전 G20 보건장관들이 로마에서 개발도상국에 대한 백신 분배에 더욱 힘을 기울인다는 ‘로마 협정’을 채택했다.

백신 불평등이 심화돼 접종 소외 지역‧계층이 생기면 새로운 변이가 출현해 전 세계를 다시 위협하게 된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한다. 방역‧백신 자원의 균등 배분으로 전세계가 동시에 면역력을 확보하는 빠른 길이다. 그래야 우리는 서로의 생명과 존엄을 지킬 수 있다. 한국 정부에 촉구한다. 저소득 국가의 백신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코로나19 백신 특허를 일시적으로 면제하자는 국제적 제안에 적극 찬성하라. 감염병 위기에 백신은 공공재이며, 공평한 백신 공급이 코로나19 위기를 해결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감염병 위기에 만행을 벌이는 제약회사의 독점을 견제하기 위해 백신 특허 면제 조치에 동참해야 한다.

우리의 안전이 다른 사람 생명의 대가여서는 안 된다. 이를 가로막는 초국적 제약회의 탐욕은 시민들의 지탄을 받을 것이다. 기업이 인권을 도외시한 채 사익만으로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며 지탄받을 일이며, 탐욕은 부메랑이 되어 다시 올 것이라는 점을 경고한다. 수천억 원의 정부 지원으로 생산한 백신으로 이윤을 40조 매출을 올렸으면 이제는 멈춰야 하지 않겠나. 분노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느냐. 절망하며 죽어가는 저소득국가의 신음이 들리지 않느냐. 화이자 등 제약회사에 촉구한다.

이제라도 지적재산권 면제에 동참하라. 기부조차 가로막는 갑질계약서를 철회하라. 아무리 기업일지라도 인권을 무시하고 짓밟을 권리는 없다. 최소한의 인권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이제라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라. 인권의 원칙에 따른 백신정책이 가장 실효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임을 잊지 마라.

김조은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지난 10월 미국의 시민단체 퍼블릭시티즌의 보고서를 통해 화이자가 백신을 볼모로 전세계 국가를 어떻게 굴복시키고, 불공정한 계약을 맺고 있는지가 드러났다. 세계 각지의 시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고, 화이자의 횡포에 분노하는 시위는 여기 한국 뿐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영국, 브라질, 칠레 등 9개 국가의 계약서를 검토한 결과, 계약서에는 화이자가 구매대금을 받지 못할 경우 국유재산을 가져가겠다는 황당한 내용을 비롯해 지재권을 포함한 각종 분쟁에 대해 모든 책임을 각 국가에 감당해야 한다는 내용, 자신들의 동의 없이는 백신 기부를 할 수 없다는 내용 등 각 국가와 시민들의 주권을 묵살하는 이례적인 불공정 조항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아무리 대형기업이라지만 제약회사 하나가 전세계를 상대로 이런 ‘갑질 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계약 내용을 알리면 백신을 주지 않겠다’며 모든 국가에 비밀계약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민들은 이러한 내용을 알 수 조차 없었고, 화이자의 탐욕에 분노하고 항의할 기회조차 잃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계약서는 유출사고를 통해 입수된 몇몇 국가들의 빙산의 일각에 해당하는 사례일 뿐이며, 미국, EU, 등 계약서를 공식적으로 미리 공개한 국가들 역시 백신의 가격과 공급 일정, 분쟁시 조건에 관한 핵심 조항들은 가려져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경우 사전공개는 커녕 계약서가 어떻게 생겼는지, 계약서의 목차가 무엇인지 최소한의 정보도 알 수가 없다.

때문에 퍼블릭시티즌에서도 한국이 다른 나라들과 비슷한 ‘갑질 계약’을 체결 했을 것이며, 더 불공정한 계약이 이루어졌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만약 생산역량이 있는 한국에서 백신 이동이나 기부 등을 금지한 경우, 이는 전세계적으로 팬데믹을 연장하고 수만명의 목숨을 빼앗는 일과 다름없다. 정보공개센터에서 지난 4월 화이자를 비롯한 개별 제약사들과의 백신 계약서 내용을 정보공개 청구한 바 있지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서는 ‘기밀유지협약(CDA) 및 선구매 계약서상의 기밀유지조항에 저촉되고, 제약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공개 할 수 없다며 계약서 일체를 비공개했다.

심지어 ‘비밀유지협약’의 내용조차도 제약사의 제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여태까지 한 번도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사실 우리는 지난 수십년간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 계약에 있어 극소수의 협상단만이 그 내용을 알고 있는 밀실계약의 관행을 견뎌왔다. 그 결과 제약사들은 감염병으로 하루에 1만명씩 목숨을 잃고 있는 상황에서도 너무나 손쉽게 ‘이윤’만을 좇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혁신적인 기술과 신약은 공공의 지원과 제도적 혜택, 환자의 참여와 희생이 없으면 결코 만들어질 수 없다. 게다가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은 공공의 세금으로 구매하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제약회사의 이윤을 보호하기 위해, 전세계인의 헌법적 권리이자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인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묵과해선 안 된다.

WHO에서는 2019년 5월 72차 총회에서 ‘의약품과 백신 시장의 투명성 향상’을 위한 결의안을 이미 채택한 바 있다. 결의안에서는 각 국가들이 실제 약품 거래 금액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제약사들은 연구개발, 특허내용, 임상시험 결과, 제약회사의 마케팅 비용 등 자신들의 정보를 제대로 공개토록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화이자는 코로나 이전부터 합의된 바 있는 국제사회의 요구와 시민들의 분노, 그리고 오늘도 죽어가고 있는 환자들의 신음에 제대로 응답해야만 할 것이다.

화이자를 필두로 한 제약사들은 각국 정부와 맺은 비밀계약협정을 즉각 철회하고, 전세계 시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 역시 백신 계약 내용을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공적자금을 잘 집행했는지, 문제는 무엇인지 정확히 알리고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또한 이제는 더 이상 의약품 계약이 목숨을 담보로 한 제약사의 ‘갑질’ 계약이 되지 못하도록, 투명성 향상을 위한 WHO의 결의안을 국가 수준에서 조속히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활동가, 의사는 저는 코로나19병동 의사이다. 저를 비롯한 코로나19 의료진들은 현장에서 중증화율을 낮춰주는 백신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백신을 10%도 접종하지 못한 저소득국의 상황은 감히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그래서 이번에 밝혀진 갑질계약 내용 모두가 충격적이었다. 그중 특히 더 시선을 끄는 것이 있다. 바로 허락 없는 백신 기부 금지 조항이다. 즉 어떤 국가에서 백신이 남아도 이걸 부족한 국가에 기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부도덕한 계약이 또 있을까. 화이자가 정말 사람을 살리는 기업인지 그 반대인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화이자의 앨버트 부를라 최고경영자는 세계제약협회 기자회견에서 ‘백신이 충분하다’면서 ‘지적재산권 면제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백신이 남아도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말한 근거는 WHO가 9월까지 전세계 모든 나라에서 10% 인구에 백신을 접종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그걸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오죽하면 WHO가 그런 목표를 세웠을까. 그런데 화이자는 저소득국가 국민들은 10%로 충분하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그들의 생명은 안중에 없다는 생각을 드러낸 것이다. 심지어 WHO의 그 목표는 결국 달성되지 못했다. 10%는커녕 지금까지도 저소득국가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2%에 불과하다. 바로 화이자 같은 거대제약사들이 지재권을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말 그대로 이들은 주검으로 만들어진 돈방석 위에 앉아 있다. 화이자는 이런 악행의 결과로 승승장구해 왔다.

백신 팔아 번 돈이 올해와 내년 76조원 규모로 집계되고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백신의 90% 이상을 부유한 국가들한테 판매해서 생산비용의 최대 24배를 청구했다. 많은 국가가 이런 돈을 지불하지 못하고 있다. 저소득국가에 백신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COVAX(코백스)도 지재권 때문에 생산비보다 평균 5배 이상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들 제약사가 백신을 보유하게 된 것은 공공연구를 사유화했기 때문이다. 거대 제약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이란 수조원의 공공투자를 받고 생산한 의약품을 독점해서 터무니 없는 가격을 부과해 판매하는 것일 뿐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많은 과학자들이 백신의 충분한 공급만이 코로나19 사태를 종식시킬 수 있는 길이고, 제약사의 백신 독점 때문에 확진자가 늘어나 변이바이러스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거대 제약사에게 그런 점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아프리카의 한 백신 접근권 활동가는 오히려 이런 현상유지와 새로운 변종바이러스 발생이 거대 제약사들의 지갑을 두둑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저희는 의사단체로서 이런 야만적이고 비인도적 상황의 종식을 촉구한다.

백신 지재권 유예와 나아가 철폐는 인간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다. 지재권을 유지해 돈벌이를 하는 화이자는 살인기업과 다름없고 지재권 유예를 찬성하지 않고 있는 한국 정부도 죽음을 방조하고 있다. 향후 코로나19뿐 아니라 더 빈번하고 위협적으로 신종감염병이 계속 등장할 거라고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거대 제약사의 탐욕을 통제하고 의약품 지재권을 철폐하지 않으면 모두가 더 위험할 것이다. 의약품은 공공재로서 인류공통의 보편적 이익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다시 한 번 화이자를 규탄하고 한국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

이어서 조희흔 간사(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김재헌 사무국장(무상의료운동본부)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마지막으로 오징어게임을 패러디한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기자회견을 끝냈다.

양병철 기자  bcyang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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