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확정한 종부세 감세 여파는 이제 고스란히 서민들에게로 돌아온다. 그렇잖아도 허리가 휘는 서민들은 울화통이 터질뿐이다.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하고 재산세를 인상하겠다는 발상은 종부세 부과 대상인 국민 2%의 세금을 깎아 주겠다는 것이다. 국민 절반 이상이 납부하는 재산세로 모자란 부분을 메우겠다는 발상이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종부세 개편안을 밀어붙이는 모양새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리송하다.
주택 종부세 과세기준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상향한다면 종부세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진다. 지금 전국적으로 전체 1855만 세대의 단 2%에 불과한 38만 세대만이 종부세를 납부하고 있다. 보유세 정상화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데 지금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부세 과세기준을 9억 원으로 올린다면 여기에 관련있는 종부세 대상자는 0.8%에 불과하다. 단순히 종부세 대상자만 주는 것이 아니라 종부세의 긍정적인 효과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지금도 종부세 대상자의 37%는 한 해에 100만원 이하의 세액을 납부하고 있다. 종부세 대상자의 60% 이상이 다주택 보유자인 현 상황에서, 10억 원이 넘는 주택을 소유한다 하더라도 한 해에 100만원도 안 되는 금액을 종부세로 납부하게 된다. 결국, 종부세는 주택보유형태에 영향을 끼치는 정책적 목표를 거의 상실하고 사실상 유명무실한 세목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경실련이 ‘정부와 한나라당의 부동산세제 개편안에 대한 국민 의견을 청취를 목적’으로 전국 성인 남·여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는 이를 확연하게 보여준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민 66.4%가 ‘부동산을 많이 소유한 사람에게 더 많은 세금을 내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종부세 부과기준을 6억에서 9억으로 올리는 것도 48%가 반대했다.
상황이 이런대도 정부와 청와대는 밀어붙이고 여당은 내홍 끝에 거수기로 전락해 역시 ‘강부자’ 정권임을 다시 한번 입증하고 있다. 자신들 스스로의 세금을 깎는데 혈안이 되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데도 말이다. 나아가 대다수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 종부세 감세안을 찬성하는 등 민심을 거스리고 있다. 종부세 개편안은 이제 다음달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로 넘어간다. 또 11월께 헌법재판소의 종부세 위헌 심판도 변수로 남아있긴 하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우선 종부세를 비롯한 감세안 추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만 2% 국민이 아닌 98% 국민이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시민사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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