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색내기에 불과한 전세사기 방지대책 실망스러워

참여연대l승인2022.09.0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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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격의 일정 비율 이하로 보증금 제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규제 강화

△국세 미납 및 선순위 권리 관계 정보공개 의무화

△대항력 강화

△임대사업자와 공인중개사 관리·감독 강화 등 추가 대책에 나서야

정부는 9월 1일 ‘전세사기 피해 방지방안’을 발표했다. 피해 예방, 피해 지원, 단속 및 처벌 강화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강서구 빌라왕 사례처럼 전세사기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7월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이 전년대비 30% 증가하는 등 최근 집값 하락 국면에서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주택’ 사례가 크게 늘고 있어 정부의 실효성있는 대책이 절실하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대책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실효성있는 대책이 거의 없어 생색내기에 그칠 우려가 크다. 집값 상승국면에서 높아진 전세가가 깡통전세의 구조적인 원인이기 때문에 전세사기로 문제를 좁혀서는 적절한 해결책을 마련하기 어렵다. 늦었지만 정부와 국회는 △주택 가격의 일정 비율 이하로 보증금 제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전세대출을 포함하는 등 금융규제 강화, △국세 미납 및 선순위 권리 관계에 대한 정보 공개 의무화, △세입자의 대항력 및 경매시 우선매수권 등 권리 강화, △피해 가구에 대한 주거 지원 강화 △임대사업자와 공인중개사 관리감독 강화 등을 통해 세입자의 권리와 보증금 보호를 강화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문제는 일단 발생하면 해결이 쉽지 않기 때문에 예방이 중요하다. 정보 제공 확대와 임차인의 법적 권리 강화를 주거시민단체와 세입자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는 내년 1월에 ‘자가진단 안심전세 앱’을 내놓고, 시세 확인이 어려운 신축빌라 등의 가격 산정 체계를 마련하고 높은 전세가율 주택을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자가진단 앱을 통해 적정 전세가와 매매가가 제공된다면 전세사기를 피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입주 희망 주택에 대한 양질의 정보가 제공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보 접근성이 낮은 사람들에 대한 대책도 빠져 있다. 또한 고의로 사기를 치는 경우 이런 방법은 충분한 예방책이 될 수 없고, 앱을 통해 제공 예정인 정보가 보증금 회수를 어렵게 만드는 핵심 문제에 대한 정보를 다 포괄하고 있지도 않아 이런 대책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정부가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방향을 제시한 것은 일단 옳다. 문제는 구체적인 내용이다. 현재 단독·다가구주택의 선순위 권리관계 및 미납 국세 정보를 알기 어렵고, 전월세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을 때 경고를 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 등이 핵심 문제이다. 정부 대책 중 “임차인이 국세 체납 사실, 선순위 보증금 등의 확인을 요청하면 임대인의 정보 제공을 의무화하겠다”는 것은 임차인이 위험성을 미리 알지 못하거나 경험이 부족할 때에는 관련 정보를 요구하지 않게 되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중요 정보가 계약 체결 과정에서 공개되지 않는 것은 계약 당사자간의 신의성실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다. 임차인이 정보 제공을 요청하지 않아도 계약 체결 전까지 임대인이 국세완납증명서 및 지방세 완납 증명서를 제공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 “계약 후 임대차 개시일 전”까지 임차인이 임대인 동의없이 미납세금을 확인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세금 체납으로 신용이 부족한 임대인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후에 임차인이 체납 사실을 확인하고 계약 해제 등 피해 회복을 도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단독·다가구주택의 경우는 임대인과 다른 임차인들과의 계약(보증금, 확정일자 포함) 현황을 정부가 정한 양식에 따라 계약 체결 전에 미리 제공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아울러 공인중개사가 임대인에게 이러한 정보를 받아 임차인에게 제공하고 설명할 의무를 부과하고, 임대인이 공인중개사에게 정보 제공을 거부하면 해당 물건에 대한 임대 중개를 할 수 없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제도들은 법개정 사안으로 국회를 통과해야만 시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에서의 신속한 논의가 필요하다.

과도한 전세대출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문제는 이번 기회에 반드시 손을 보아야 한다. 작년 말까지 전세가격과 집값이 크게 오른 데에는 지난 정부에서 전세대출이 폭증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대출의 기본 원칙은 채무자가 갚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빌려주는 것이다. 주거단체들은 DSR을 전세대출에도 적용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일체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시민들의 권리 보호를 주장하는 시민단체가 왜 대출이 필요한 세입자들이 겪을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전세대출 규제를 요구했겠는가? 한국의 주택 시장이 역사적으로 상승과 하강을 반복했기 때문에 주택 경기가 상승한 뒤에 바로 지금 같이 집값이 하락하면서 전세금을 되돌려받기가 어려울 때가 반드시 올 것이라고 예견했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는 2년 뒤 혹은 4년 뒤 원금을 갚게 하면 된다면서 DSR 계산시 이자만 포함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하면 가계 신용 팽창을 억제하기 어렵고, 집값을 전세대출로 떠받치는 상황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 부채로 부풀려진 전세값은 집값 하락기에 문제를 일으킬 수 밖에 없다. 처음부터 DSR 규제를 적용해 전세 대출을 억제했다면 지금 세입자들이 집값에 육박하는 전세금을 마련하려고 과도하게 받은 대출로 생존권을 위협받는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 아닌가?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전세 대출 규제 대책을 내놓지 않은 것은 참으로 무책임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가입시 ‘공시가격의 140%’를 전세가율 관리 기준으로 정하는 것 역시 부적절하다다. 현재 HUG의 보증보험 가입시 실제보다 주택 가격을 부풀리지 않도록 공시가격의 150%를 판단의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대책대로 이를 140%로 낮추더라도 전세가가 매매가의 100%를 초과하는 전세계약까지 반환보증 대상이 될 소지가 있다. 대위변제 증가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법원 경매에서의 지역별, 물건 종류별 매각가율까지 고려해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증 할 수 있는 보증금의 범위를 다시 정할 필요가 있다. 보증금 반환 보증 시스템 개선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임대사업자들과 공인중개사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대책도 부족하다. 정부가 약 150만 가구(2020년 기준)에 달하는 민간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여부를 상시 감시하는 정도로는 임대인의 보증금 미반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정부가 등록임대주택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면 적어도 각 지자체에 이를 감당할 인력과 예산이 뒤따라야 그 실효성을 얻을 수 있다. 공인중개사 관리·감독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공인중개사법은 공인중개사에게 중개대상물의 확인·설명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전세 사기 신고 포상 같은 미봉책 정도로 처리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공인중개사들의 반발이 있더라도 중개대상물의 확인·설명 의무를 강화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전세사기가 발생했을 때의 대책도 중요하다. 경매나 주택 명도 집행 등으로 세입자가 쫓겨날 상황이 되었을 때의 대책이 중요한데, 정부는 긴급거처를 제공하겠다면서 HUG가 보유한 1,173세대 긴급지원주택(공공임대)를 거론하고 있으나 이런 정도로는 대책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임시거처가 지자체별로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지자체가 이를 파악하고 있어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연결이 된다. 현재는 주거복지센터가 여러군데를 연락해 먼 지역일지라도 한 두개 남아 있는 주택을 연결시켜주는 수준인데 그렇게 해서는 긴급 주거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지자체별로 임시 주택 필요 수량을 산정해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기업 소유로 실제 물량을 갖고 있어야 하고, 이를 지자체와 주거복지기관들이 상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둘째, 주택의 경매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임차인이 적절한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임차인에 대한 법률 상담 서비스가 제공될 필요가 있다. 임차인이 복잡한 법적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주택의 경매시 임차인의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택 매수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지분 공유자의 우선매수권과 유사한 방식으로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집값 하락으로 깡통전세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필요하다. 저금리 대출과 긴급 거처 제공 모두 필요한 대책이다. 다만 그 예산규모를 밝히지 않아 피해자들이 실제 얼마나 혜택을 받게 될지, 생색내기로 그치는 것은 아닌지 확인할 길이 없어 아쉬움이 크다. 전세사기 단속과 처벌강화 등 사법적인 대응도 필요하지만 대대적인 현장 단속을 상시적으로 하는 것이 쉽지도 않을 뿐더러 처벌은 사후 조치라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수년간 계속되어 온 전세사기를 근절하려면 세입자의 권리와 안전망 강화 및 촘촘한 관리·감독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

(2022년 9월 4일)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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